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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라이프디자인] 갑과 을


요즘 매스컴에서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해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일단 갑은 우위에 있는 자를 말하며 을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따르는 자라고 정의되고 있다. 대형 기업이나 마트에서 납품을 받는 자는 갑, 납품을 해야 하는 쪽은 을이 되어 을은 갑의 눈치를 보아야하고 그런 상태에서 갑의 횡포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보니 갑을의 불평등한 관계는 작든 크든 존재하고 있다. 모르는 사이에 나도 남에게 억울함을 주었을 갑이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든다면 시장에서 영세 상인에게 터무니없게 깎아달라고 에누리하는 것도 일종의 작은 갑의 횡포가 아닐까 싶다. 항상 을의 입장이 되어 반성을 해 보는 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너무나 큰 갑의 횡포는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법과 제도로 막아 주어야 할 것이다. 갑과 을의 관계는 이번 남양유업 사태처럼 크게 이슈화되지 않는 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나도 문서상으로 을이었던 적이 있었다. 10여 년 전 어떤 계기가 있어 초등학교 방과 후 영어강사로 5년간 학교 선생님이 된 적이 있다.

 

대학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교생실습을 거쳐 2급 정교사 자격증까지 있었지만 나는 한 번도 교사라든가 다른 어떤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뒤늦게 갖게 된 기회인 선생님 노릇은 정말 신나고 흥미진진한 것이어서 그 당시 나는 교안을 짜거나 수업에 쓰일 도구나 카드 등을 만들며 아이들과 보낼 시간을 기다리는데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일주일에 3번 가서 두 시간씩 방과 후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수업을 하는데 짓궂은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나를 잘 따르고 재미있어 해서 내 적성이 선생님에 딱 맞는데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온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면 나는 아이들로부터 많은 카드를 받았는데 무척 보람되고 자랑스러웠다.

 

‘선생님 방학 잘 보내고 또 만나요’ 라든가 ‘보고 싶을 거 에요’ ‘사랑해요’ 등 직접 그린 엉성한 꽃그림 위에 삐뚤빼뚤 써서 나에게 주었다. 나는 그때 받은 카드를 지금까지도 잘 간직 하고 있다. 그때 계약서를 쓰는데 갑은 학교 측이었고 나는 을이라 불린다는 걸 알았다. 갑과 을이라니 좀 촌스러운 표현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 개의치 않았는데 내가 바로 을이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갑과 을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을이 약자라는 것도 몰랐다. 갑이라 해도 나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을이었던 그때가 그립기만 한 것은 갑의 횡포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니 우리 사회에서도 앞으로 갑과 을이 존재는 하겠지만 억울한 횡포를 당하지 않고 갑과 을이 공존 존재할 수 있도록 규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요즘의 을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슬픈 입장인 데 비해 나는 나의 을이었던 시간이 너무나 그립다.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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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311일 전
^^;; 할 말이 많은데 이곳에 글을 쓰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말씀대로 보통의 갑과 을의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상대를 기만하지 않는한 말입니다...^^
육영애 311일 전
ㅎㅎ 2급 정교사 자격증을 ?힌 사람이 또 있었군요? 난 자꾸 외국발령이 나는 남편 덕(?)에 할 수가 없어져서....근데 그 갑과 을 아주 잘 생각해야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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