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스테이지 칼럼 중국 역사기행
[중국 역사기행] 비림박물관의 관제시죽(關帝詩竹)
서안의 남문 오른쪽부터는 그 유명한 고문서 거리가 시작된다. 그 고문서 거리의 동쪽 끝에 비림박물관((碑林博物館)이 자리하고 있다. 비림박물관에는 3000년 고도 섬서성(陝西省) 서안 일대에서 출토된 석각 비문(碑文)들을 시대별로 제1관(第一館)에서 제4관(第四館)까지 전시해 놓았는데, 제4관에 전시된 명, 청시대(明淸時代) 비문 가운데 관제시죽(關帝詩竹)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서안에 살면서 수많은 손님을 모시고 비림박물관에 다녀왔다. 비림박물관 안에도 비문들의 탁본을 떠서 판매하는 곳이 있지만, 근처의 대부분의 서화점에서도 비림박물관에 있는 수많은 비석의 탁본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중 눈에 자주 띄는 것으로 무슨 대나무 그림 같은 것이 있었다. 
 
그 그림을 볼 때마다 고대의 유명한 문인이 대나무 그림을 그리고 시를 한 수 지어 낙관을 찍은 것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곤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더니 그 대나무 그림이 관우가 대나무로 형상화여 지은 시(詩)인 그 유명한 ‘관제시죽(關帝詩竹)’이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나의 무식을 누구에게 탓하랴? 그저 부끄러워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마음뿐이다.
 
[관제시죽의 탁본을 뜨고 있는 장면]   
 
[관제시죽 탁본]
 
관제시죽은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관우가 지은 오언절구 한시(漢詩)이다. 관우는 현재 중국인들에게 신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관제’는 바로 관우를 높이는 이름이다. 
 
관우가 조조에게 잡혀 있을 때, 조조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관우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 했다. 그러나 관우는 의형제를 맺은 유비에 대한 절개를 지킨다. 관우는 자신의 충절을 보이기 위해 한 장의 죽엽편지(竹葉便紙)에 자신의 변함없는 충성심을 담아 유비에게 보낸다. 자칫 편지 내용이 조조에게 알려질까 하여 한시의 글자를 대나무 이파리 모양으로 써서 그림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암호문인 이 그림을 보고 유비가 안도했다고 전해진다. 진위여부를 떠나 옛사람들의 기발한 기지(機智)와 운치(韻致)를 엿볼 수 있다.
 
이 비석 옆에 있는 설명문에는 청나라 강희제 55년인 1716년 한재림(韓宰臨)이 조각한 것으로 나오며, 이 비석의 내용 또한 당신 문인들의 문자 유희라고 쓰여 있다. 관제시죽에 그려져 있는 댓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죽엽(竹葉) 그림이 한시(漢詩)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관제시죽 (關帝詩竹) 
불사동군의 (不謝東君意): 동군(조조)의 후의에 감사하고픈 마음은 없네 
단청독립명 (丹靑獨立名): 홀로 붉은 마음으로 청청한 이름 세우려 하네 
막혐고엽담 (莫嫌孤葉淡): 외로이 남은 나뭇잎을 싫다고 하지 말게 
종구불조령 (終久不凋零): 끝끝내 시들어 떨어지지 않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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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스테이지 칼럼니스트 장종학 교수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연변과학기술대학교 상경학부 교수로 근무했다. 2008년부터 중국 서안에 있는 국립 장안대학교 재무관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금융 연구소 및 한국어교육센터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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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이영란 9월17일 오후 11:30
저도 대나무, 정말 좋아하죠. 대나무도 좋아하고 대통밥도 좋아하고요.ㅎㅎ
유비, 관우, 장비 중에 저는 관우팬이었어요. 어릴 땐 유비를 좋아했는데 관우가 포스가 왠지 남달랐죠. 유비는 맨날 책상 앞에 앉아있었는데 관우는 꼭 말을 타고 나왔거든요, 만화에서.^^ 아이고~ 글이 잘 안풀려 샛길로 샜더니 댓글이라고 초단순한 댓글을...ㅎㅎ 멋진 시,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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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학 9월18일 오후 11:24
이선생님, 어머니 아프신 것은 잘 낫고 계시나요?
이선생님이 열심히 병간호를 하셨으니까 쾌차하셨으리라고 믿습니다.

이미 공지를 했지만 10월 28일~30일까지 서안에서 <중국어 한마디> 제2차 정기모임이 있습니다.
정기모임시에는 유명한 중국여행전문가이신 왕초 윤태옥 선생님의 특강도 있고,
시니어파트너즈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100세를 위한 창업' 세미나도 있습니다.

이선생님도 얼릉 저희 <중국어 한마디> 클럽에 회원으로 가입하시고
(지금 가입하시면 50번째 회원이 되시고, 50번째 회원에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특전이 있음)
그동안 어머니 병구완으로 심신이 소진하였을테니
서안에서 재충전의 시간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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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9월17일 오후 10:22
관제시죽! 장교수님 덕분에 알게 된 시 한 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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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학 9월18일 오후 11:25
황선생님,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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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옥 9월12일 오후 7:00
아무리 눈을 씻고 보고 또 봐도 죽엽으로만 보입니다. 하긴 범인의 눈에 보일 정도라면 암호로서 기능이 상실된 것이겠지요. 죽엽편지를 쓴 관우와 제대로 해석한 유비. 문무를 겸비한 멋쟁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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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학 9월13일 오후 3:55
대나무 제일 위 이파리를 오른쪽 부터 읽어보세요.
첫 자가 아닐 불(不), 둘째 사(謝), 셋째 동(東), 넷째 군(君), 다섯째 의(意)~!
이제 보이시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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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옥 9월13일 오후 7:46
아하! 눈이 번쩍 뜨입니다. 장 교수님 덕에 시력 수치가 올라갔습니다.
凋零이 안 보여 두리번거리다 바닥에서 찾았습니다. 訓에 걸맞게 글자를 배치한 관우 멋져부러~!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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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9월12일 오후 3:49
판화 같은건가봐요. 찍어서 여러사람들이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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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학 9월13일 오후 3:52
비석에 글자를 새긴것입니다. 판화처럼 탁본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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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9월12일 오전 9:33
'관제시죽'이라는 시를 서너 번 되풀이 해 음미해 보았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우리 5 남매에게 호를 지어주셨는데 바로 제 위 언니가 '고죽(孤竹)'이었던 기억이 새롭군요. 그 연유이기라도 하듯 돌아보면 참 적막했던 언니의 한 생애가 눈앞을 스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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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학 9월13일 오후 3:53
예, 부모님이 이름을 잘 지어주셔야 합니다.
저도 아버님이 제 이름에 '학(學)'자를 넣어 주셔서리 대학을 거의 15년이나 다녔답니다.
배우고, 또 배우고, 또또 배워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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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덕 9월12일 오전 8:45
관우가 쓴 시도 있군요. 저도 삼국지를 수십번 읽으면서 관우라는 인물에 대해 존경심이 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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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학 9월13일 오후 3:54
중국에서 관우는 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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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9월12일 오전 8:35
시공간을 뛰어 넘어 삼국지를 다시 읽는 것 같습니다. 관제시죽! 이 아침 한 수 배우고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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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학 9월13일 오후 3:54
저도 연꽃향기님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답니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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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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