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스테이지 칼럼 책과 영화가 있는 삶
[책과 영화가 있는 삶] 생의 남은 시간을 꿈과 바꾼 청년의 49일
 
우리는 불행에 처한 사람을 만나거나 죽음을 앞둔 사람을 보면 연민의 눈길을 보내며 안타까워한다. 그것이 마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내가 취해야 하는 도리인 양 짐짓 위로의 말을 정중하게 전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다. 사실은 우리 모두 그와 같은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슬픈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굳이 자신의 꿈을 향한 23세 청년의 인생 최대 도전기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는 시니어의 삶을 사는 우리들보다도 일찍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나기 전 그는 힘들어하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남겼다. 지금부터 소개할 <뚜르: 내 인생 최고의 49일, 2017.2 개봉>이다. 
 
영화 주인공 윤혁은 인하대 체육교육학과를 전공해 장래 체육 선생님이 될 계획을 하고 있던 건강한 젊은이였다. 보디빌딩 선수도 했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학사 장교로 군에 입대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결체조직작은원형세포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이 병은 전 세계에서 200명밖에 없는 희소 암이다. 그것도 이미 간과 복막 전체에 암이 퍼져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단지 몸이 전 같지 않아 이상을 느꼈을 뿐인데 그는 피 끓는 청춘답게 화부터 났다.
 
 
2년 동안 2번의 수술과 25번의 항암치료를 받았고 비장, 쓸개, 오른쪽 횡격막 등 장기 일부도 잘라냈다. 그랬음에도 그에게 내려진 선고는 앞으로 생존기한 3개월. 23살 창창한 나이에 받은 잔인하고 절망적인 생의 선고였다. 그런 그에게 우상이 있었다. 그는 바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다. 암을 극복하고 '뚜르 드 프랑스'에서 7번이나 우승에 성공한 인간 신화의 히어로다. 
 
윤혁이 랜스를 처음 만났을 때 윤혁은 “I have a cancer.”라며 자신을 암 환자라고 소개했고 그에 대해 랜스는 “Never give up.”이라고 하며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준 것이 윤혁에게는 마지막 의지가 되는 힘이 아니었을까. 그의 꿈도 ‘뚜르 드 프랑스’로 가는 것으로 세울 만큼. 물론 그는 나중에 약물복용 사실이 발각되어 영예로운 자리를 박탈당하고 말았지만 윤혁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
 
 
전 세계 사이클리스트들의 꿈의 무대이기도 한 '뚜르 드 프랑스'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려야 하는 거리도 거리지만 레이스를 펼치는 조건이나 환경 자체가 인간 최대의 극기와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지옥의 레이스'로 악명 높은 국제대회다. 프랑스 전역과 인접 국가를 일주하는 이 대회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사이클 대회다. 8년 전까지만 해도 완주한 한국인이 없을 정도로 체력적으로도 우리보다 월등히 우세한 서양인들이나 도전하는 대회로 인식되었다.
 
사이클은 그저 자전거에 올라타 다리만 움직이며 길을 가는 것으로 보여도 도중에 예상치 못한 수많은 낙차 사고와 마비, 정신적 트라우마 등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스포츠다. 더구나 '뚜르 드 프랑스'의 악마 구간을 통과할 때는 심신이 건강한 사람도 무리를 일으켜 실제로 사망에 이른 선수도 있을 정도로 스스로 죽음을 등에 진 도전이라 불린다.
 
윤혁은 신중히 생각했고 그 결심은 단호했다. 자신에게 남은 3개월을 이 레이스와 맞바꾸게 되더라도 자신이 꿈꾸는 그것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예상대로 병원과 주위에선 일언지하에 모두 그를 뜯어말렸다. “너 프랑스 가서 죽을 수도 있어.” “피레네와 알프스산맥을 못 넘어요.” 의사들은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지만, 그는 치료를 중단하고 프랑스 원정팀을 꾸렸다.
 
 
완주를 위해 매일매일 4시간씩 사이클 훈련을 해 몸 안에 있는 암세포를 태워 죽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후원자와 팀닥터를 구했으며, 자신과 함께 달릴 ‘페이스메이커’를 구했다. ‘라이딩’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바람막이(페리스메이커)’는 선수보다 앞서 달리면서 속도를 조절해주고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줌으로써 선수에게 가장 큰 의지가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2009년, 그의 자전거 앞엔 두 글자가 새겨졌고 그는 프랑스로 떠났다. ‘For patients (암 환자를 위해)’ ‘希望 (희망)’ 페이스메이커와 그는 그와 보조를 맞추며 7월 4일 스타트를 했고 심박계 수치 165bpm이 넘지 않게 확인하며 생사를 건 대장정에 올랐다.
 
 
그러나 그 과정이 꿈꿔왔던 순간처럼 평탄치만은 않았다. 윤혁과 함께 출발한 촬영 스텝들,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 현지 코디네이터까지 극한의 상황에 날카로워지기도 하고 급기야 서로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 또한 우리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땀방울은 그들을 하나가 되게 해주었고 극한이라는 상황이 그들을 뭉치게도 했다.
 
영화 속에서 윤혁은 아픈 암 환자가 아니라 단지 도전자의 모습으로 그려져 무엇보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는 49일 만에 파리 개선문에 도착했다. 3,500km 풀코스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서울과 부산을 8번이나 오가는 거리를 완주한 그를 위해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제작되었지만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그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대회 완주 후 급격하게 몸이 나빠져 이듬해인 2010년,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흔들림 없는 태도다. 그는 야간일주로 체력이 고갈돼 울음을 보일 때도 절대 낙심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모습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긍정적인 희망을 이야기했다. 또 그의 페이스메이커 또한 그의 사기를 꺾거나 타협을 유도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선수 뺨치는 체력과 정신력으로 묵묵히 그의 역할을 해냄으로써 두 주인공의 모습은 말 그대로 꿈을 향한 아름다운 도전자였다.
 
이윤혁은 비록 그의 꿈이 그의 생을 앞당겼다 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았고 행복한 꿈을 이룬 사람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길을 향해 떠났다. 영화를 통해 윤혁은 묻는다. ‘나는 암에 걸려도 행복할 수 있는데 당신들은 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지 않냐’고.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머쓱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몸이 아프다고, 마음을 짓누르는 일이 생겼다고,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언제 그 생을 마감할지 불안하다고 함부로 살기를 포기하거나 마음에 짐을 얹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들킨 것 같아서다.
 
언젠가 ‘사람은 태어났으니까 그저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라던 촌부의 말이 떠오른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우리는 늘 가볍다. 삶은 어떤 경우에도 태어났으니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평생을 믿어온 그의 말처럼 어쩌면 한평생 우직하게 살아야 하는 믿음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살아내기 위한 날들이 되지 말고 살고 싶은 우리의 모든 날이 되기를 바라면서. 윤혁 군의 명복을 비는 마음에 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주었던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슬픔의 피에스타’ 선율이 이슬처럼 맺힌다.            
 

<칼럼니스트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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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스테이지 칼럼니스트 이영란
서울 출생으로 가톨릭대학교 가정관리학과(문헌정보학 복수전공)를 졸업했으며, (주)평화신문 신문편집국 교열부 근무, 잡지사/출판사 기자로 활동하였다. 월간 <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2000),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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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이승필 12월4일 오후 8:48
느닷없이 오래 전 영화 'English Patlents'가 생각났어요. 줄거리도 아슴아슴한데 그 때 화면들이 레드님 글발 위로 overap 되었어요. 내용이 퍽 복잡하고 어려웠는데, 명화였다는 점은 강인한 인내력으로 상황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여따고 기억됩니다. 그때 그 영화엔 노래는 없었어요. 박주원이 부르는 '슬픔의 피에스타'를 어디 가면 들을 수 있을까요? 고마워요. 잘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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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12월5일 오전 7:57
아, 제가 거기까진 확인해보지 않았는데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제목을 검색해보시면 나올 것 같은데요.^^
'잉글리쉬 페이션트', 정말 수작이죠. 저도 본 지 오래되어서 다시 봤으면 하는 영화인데 하도 볼 영화가 많아 매번 놓치고 있답니다.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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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윤 12월4일 오후 4:40
"Never give up" 하신거네요
사실 암환자들이 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까지 너무나 힘든 과정이 있음을 압니다
자신이 할수 있는 도전을 멋지게 성공시킨 젊은이 ' 윤혁'
for patients 가 아니고 patient, '자신 에게' 로 바꾸고 싶네요
멋진 시간을 보여준 "뚜르"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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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12월5일 오전 7:52
아, 반갑습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들어오시더니 역시 활기찬 분위기가 형성되는 느낌입니다. 자주 뵙기를 기대할게요.^^
윤혁이 finish line에 들어서기까지 자전거에 새긴 'Never give up'을 몇번이나 봤을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안간힘을 쓰면서 수천번 수만번을 봤겠지요. 진정한 용기가 이끌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었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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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2월4일 오후 3:07
어떤 경우에도 희망은 살아가는 힘이 되는구나하고 느낍니다.
윤혁군 이야기는 오래전 기사로 봤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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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12월5일 오전 7:43
네, 영화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모양입니다. 젊은이들은 젊고 건강해서 그만큼 더 병의 전이도 빠르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자신이 원하던 꿈을 이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건지... 요즘 양쪽팔이 동시에 반란을 일으키고 있어 댓글도 못달고 하루종일 걸려 글 한편 쓰는 게 다지요. 지금 제 소원은 팔이 진정해주는 거랍니다.ㅎㅎ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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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덕 12월4일 오전 8:54
태어났으니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말은 깊은 삶의 철학이 담긴 말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겠지만
그 사실로 인해 우리의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우리가 건강을 위해 열심히 몸관리를
해도 병마로부터 자유로운건 아닙니다. 저도 열심히 운동하고 있지만, 오래 살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살아 있을 때까지 건강하기 위해서지요. 즉 건강한 상태에서 죽기 위함입니다.

인간은 도전정신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지요. 수많은 등반가, 탐험가들은 목숨을 걸고 모험을 했지요. 그런 사람들이
있어 발전된 사회가 됐다고 봅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주인공은 결국 '뚜루'를 정복했군요. 삶의 장단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을 해냈으니 그는 삶을 잘 장식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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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12월5일 오전 7:35
네, 대단한 용기지요. 그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더 오래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일을 해냈으니 인생을 오래 산 사람도 못해낼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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