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스테이지 칼럼 렌즈로 보는 행복세상
[렌즈로 보는 행복세상] 심청 이야기

 
필자는 사진을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라 정의한다. 보이는 피사체를 그대로 복사하듯 찍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그 속에 담아야 해서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그려져 있어야 한다. 사진을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라 정의하는 이유다.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위해 늘 카메라를 손에 쥐고 다닌다.
 
전원풍의 마을에 산다. 아침이면 늘 주변의 산길을 산책한다. 카메라도 함께한다. 산 벚나무 가지에 매달린 작은 형상 하나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낙엽이 우수수 지고 마지막 잎새가 산벚나무 잔가지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며 버틴다. 비바람에 낙엽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조각가가 한 뜸 한 뜸 형상을 빚어 나가듯이 그렇게, 그렇게 모양새를 만들어간다. 
 
이름 모를 벌레도 잎새를 조금씩, 조금씩 갉아 작업을 도왔다. 그제도 어제도 보이지 않았다. 태양이 동녘에서 서산으로 넘나들고 어둠이 깔리면서 밤이슬에 낙엽이 젖으며 세월을 쌓았다. 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작은 잎새 하나가 새로운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태양과 어둠, 바람과 빗줄기, 이웃한 벌레가 함께해 만든 한 점의 조각품이 됐다. 
 
간밤에 마무리하고 나뭇가지에 전시했나 보다. 매일 다니던 그 길에서 오늘에야 발견했기 때문이다. 눈여겨보아야 보이는 작은 낙엽에서 또 다른 형상을 만나는 기쁨을 얻는다. 카메라의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심청전 이야기를 그려 넣었다. 공양미 300석에 팔려 인당수로 향하는 돛단배 위에 곱게 앉아 있는 심청이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댕기 머리 곱게 꼰 심청 앞에 용궁에서 마중 나온 용왕의 신하가 목을 길게 빼고 이마에 입맞춤하며 심청을 위로한다. 작은 형상에서 한 편의 이야기를 썼다.
 

<칼럼니스트 변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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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스테이지 칼럼니스트 변용도
지리산 청학동 태생(1950)으로 쌍용화재해상보험에서 임원을 역임했다. 49세에 퇴직한 후, 사진작가와 수필가(2008신인문학상)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대한민국 100대 우수 블로거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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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신춘몽 1월11일 오전 9:58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사진을 보니 공양미 3백석에 팔려가는 어린 심청이가 보이내요.
연꽃을 타고 왕비가 되어 아버지의 두 눈을 뜨게 하여 주는 장면도 펼쳐 진듯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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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용도 1월11일 오후 12:01
감사합니다. 신선생님! 어거지 같은 엉뚱한 생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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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1월11일 오전 9:10
하~~ 그야말로 사진으로 쓰는 이야기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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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용도 1월11일 오후 12:01
고맙습니다,정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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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1월10일 오전 11:01
나뭇잎 하나가 빛을 받아 이야기의 대상이 되었네요
내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는 예술과 현실만큼 차이가 있겠지만
전원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이야기를 찾아내는 소년.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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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용도 1월10일 오전 11:09
소년으로 말씀해 주시는 남선생님의 감성은 더 뛰어나십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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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1월10일 오전 9:53
작가의 의도를 몰랐더라면 저는 저 작품에서 무슨 얘기를 끌어냈을는지 생각하며 보고 또 보았습니다.
희비의 이야기를 담은 수작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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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용도 1월10일 오전 10:40
고맙습니다. 김상연 선생님! 동감 댓글에 더욱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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