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스테이지 칼럼 9988
[9988] 빈말이라도 '사랑한다'고 하세요
지난 연말 서울 도곡동의 송년 미사 때 주임 신부님께서 詩를 한편 읊으셨습니다. 시인 이름과 시 제목은 시를 읊고 말씀하시겠다면서요. [꽃집에 가서 아내가 꽃을 보며 묻는다/ 여보 이 꽃이 예뻐 내가 예뻐/ 참 그걸 말이라고 해 당신이 천 배, 만 배 더 이쁘지] 그리고는 시인과 제목을 밝히시는데, 김용택 시인의 ‘빈말’이라는 겁니다. 
 
‘빈말’이라고 하셔서 성당에 모인 신자들의 웃음이 빵 터졌죠. “빈말? 하하하” 저도 소리 내며 웃었습니다. 옆에 있는 아내에게 좀 민망스럽긴 했지만요. 신부님은 빈말이라도 “사랑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늘 건강하세요.”라는 덕담을 많이 하라고 하셨습니다. 살아가면서 빈말을 무수히 하지만 “사랑해요”라는 빈말은 백 번, 천 번해도 좋질 않습니까.
 
이제 하늘나라에 계신 김수환 추기경님은 생전에 6개 국어를 구사하셨다고 합니다. 한국어 외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프랑스어. 그래서 기자들이 인터뷰하면서 물었습니다. “추기경님, 어느 나라 말을 가장 잘 하십니까” “음~ 거짓말을 제일 잘하지” 기자들이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가만 생각하니 그 말씀도 맞았습니다. 
 
평생 독신이시니 가정과 부부 관계, 자녀와의 갈등 같은 고민거리는 잘 모르지 않으십니까. 그런데도 신자들의 고백성사 때는 그럴듯하게 상담을 해주셨죠. 늘 고독하시면서도 신자들 앞에서는 근엄하거나 인자하게 보여야 하니 어떻게 보면 거짓된 삶을 사셨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추기경님께서 인생 고백을 하시는 겸 거짓말쟁이라고 하셨던 거죠. 추기경님은 여섯 나라 말에, 참말, 거짓말, 빈말을 보태 9개 국어를 하신 겁니다.
 
지난주, 새해에는 ‘Slow down’하면서 살자, 즉 여유 있는 삶을 누리자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느려 터지고, 아무 일도 안 하며 베짱이처럼 살자는 건 아닙니다. 움직일 때는 또 바삐 움직여야 9988할 수 있습니다. 20세기의 천재 알베르토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한번 들어 보시죠. “인생은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
 
나이가 드시니 외로움을 많이 느끼시죠? 사육신의 한 분이시고 조선 전기 문신(文臣)인 이개 선생의 시조도 읊어 보겠습니다. [방안에 혓는(켠) 촛불 눌과(누구와) 이별하였관데/ 겉으로 눈물지고 속 타는 줄 모르는고/ 저 촛불 날과 같아여 속 타는 줄 모르도다] 힘들고 외로우실 때 좋은 시와 시조를 감상하시면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한답니다. 
 
일간신문에 늘 한편씩 시와 시조가 게재되고 또 서점에서 시집이나 시조집을 사면 두고두고 시나 시조를 읊을 수가 있습니다. 맨 앞에 언급한 김용택 시인의 ‘빈말’ 등 재미있는 시나 시조를 모임에서 한 수 읊으면, 좌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품격도 올라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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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스테이지 칼럼니스트 김수인
매일경제 기자를 시작으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야구부장-부국장을 역임했다. 스포츠에 정통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지식과 정보를 섭렵하고 있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다. 2009년 수필가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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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김성홍 1월8일 오후 1:42
내 보고 멋지십니다. 미남입니다 라고 빈말을 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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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1월8일 오전 10:37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을 읽게 해주신 나의 하느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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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1월8일 오전 10:33
빈말 거짓말 게다가 참말 모두 보태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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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1월8일 오전 10:17
빈말이라도 사랑한다고 해야지요 글 잘 읽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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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1월8일 오전 10:10
외로움을 시로 물들이면서 살아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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