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스테이지 칼럼 중국 역사기행
[중국 역사기행] 계림산수 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3
상공산에서 내려와 거지반 한 시간을 달려서 양삭(陽朔)에 도착했다. 양삭은 계림에서 남쪽으로 약 70여 km 떨어진 곳에 있는 현청 소재지로 인구는 약 30만 정도이다. 양삭 주변은 카르스트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고, 왼쪽의 우룡하(遇龙河)와 오른쪽의 이강(漓江)을 사이에 두고 발달한 도시로 계림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조금 더 유식하게 시구를 빌려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계림의 산수는 천하의 으뜸이고
양삭감칭갑계림(阳朔堪称甲桂林) 양삭은 감히 계림의 으뜸이라 칭한다.
 
양삭은 중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매년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수가 거주민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양삭은 중국 최대의 외국인 거리로서 국제결혼의 비율 또한 중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관광학계 전문가나 학자들은 양삭을 중국의 '지구촌'이라 부른다고 한다.
 
양삭에는 유명한 것이 두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번화가 중의 번화가 시지에(西街)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영화의 거장 장예모(張藝謀) 감독이 기획하고 연출한 인상유삼저(印象刘三姐, 유씨 집안의 셋째 딸)이다. 우리는 일단 이미 예약해 둔 시지에 안의 유스호스텔(西街国际青年旅舍)에 여장을 푼 다음에 양삭 특산물로 저녁을 먹고 나서 9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인상유삼저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광서 장족의 최대 민속 명절인 삼삼절은 양삭에서도 그 위력을 떨치고 있었다. 양삭 시내 입구부터 차들이 밀리기 시작하는데 1m 전진하는 데 1분은 걸린 것 같다. 오랜 시간을 갔다가 서다가를 반복하다가 저녁 7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우리가 예약한 유스호스텔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GPS에 의존해 우리가 예약한 유스호스텔을 찾아가는데 당황스럽게도 GPS가 가라고 지시하고 있는 양삭 최대의 번화가인 시지에(西街) 일대는 보행 거리로 차들이 들어갈 수 없었다. 낭패스러운 마음에 잠시 당황했지만 씩씩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인 장 씨 부부는 곧바로 정신을 수습하고 일단 시지에 외곽의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유스호스텔을 찾아 나섰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앞으로 이틀 동안 묵을 유스호스텔은 주차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시지에(西街)는 명칭 그대로 서양 거리로 서양 사람들의 배낭 여행지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진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각양각색의 상점으로 넘쳐나는 시지에의 중심은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폭 8m, 길이 500m의 작은 거리로 길 양쪽에는 청나라 때 만든 벽돌집이 늘어서 있다. 하늘을 향해 뻗은 처마, 푸른 기와, 흰 담장, 붉은 창문 등 남방(南方) 소도시 특유의 운치와 영남(岭南) 건축의 소박함을 담고 있다. 
 
시지에를 가로질러 5분쯤 걸어가자 바로 유스호스텔이 나왔다. 유스호스텔은 시내 중심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앞에 작은 개천이 있어서 각종 카페의 시끄러운 음악을 막아주었다. 취날에서 호텔을 고를 때 시지에 중심에 있으면서도 조용한 것이 장점이라는 방문 후기를 세심히 읽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이틀 동안 묵었던 유스호스텔 입구]
 
 
[유스호스텔에서 바라본 양삭 시내]
 
호텔에 짐을 풀은 다음 시지에로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다. 우리는 먼저 시지에 입구에 있는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었다. 시지에는 외국인이 넘쳐나는 거리답게 모든 호텔이나 음식점, 카페, 바 등의 거의 모든 간판이 중국어와 영어가 함께 쓰여 있고, 대부분의 상점이나 음식점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발한 마케팅 전략으로 손님을 끌고 있었다. 정말 치열한 생존경쟁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손님이 넘쳐나서 신이 나서인지 상점의 주인에서부터 종업원, 노점상의 아주머니들까지 막 잡은 잉어처럼 활기차게 펄떡거리고 있었다.
 
[시지에 입구의 표지석]
 
[시지에의 활기찬 거리의 야경] 
 
양삭의 특산 요리는 계림 쌀국수(桂林米粉)와 구운 생굴(生蚝), 그리고 맥주어(啤酒鱼)라고 한다. 특히, 거리의 음식점마다 맥주어(啤酒鱼)라는 글씨가 크게 붙어 있었다. 맥주어는 계림의 이강에서 나는 민물고기를 비늘을 벗기지 않고 튀긴 후에 맥주를 부어 요리한 것이다. 구운 생굴은 어제저녁에 농위엔루 야시장에서 충분히 먹었기 때문에 오늘은 계림 쌀국수와 맥주어를 시켜서 먹기로 했다. 
 
계림에서 제일 유명한 음식은 미펀(米粉, 쌀국수)이다. 광서장족자치구는 쌀농사를 일 년에 삼모작 하는 곳이다. 그래서 쌀로 만든 국수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이 미펀은 진시황(秦始皇) 때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진시황(秦始皇)은 50만 대군을 보내 남월(南越)을 정벌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남월 민족들이 저항하는 바람에 진(秦) 군대는 3년간 갑옷을 벗어본 적도 없고, 무기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때 이들이 고향에서 즐겨 먹던 국수를 대신하기 위해 만든 것이 미펀이라 한다. 계림의 미펀은 특이하게도 고명으로 홍샤오로우(红烧肉)를 올려 주어서 더욱 맛이 있었다. 홍샤오로우는 간장 양념으로 조린 삼겹살을 말한다. 
 
맥주어는 맥주를 부어 요리했기 때문에 그런지 맥주의 향이 깊이 베어서 비린내도 적었고 육질도 부드러웠다. 또한, 토마토를 많이 넣어서 느끼하지도 않고 맛이 있었다. 중국 사람들은 요리를 만들 때 토마토를 많이 넣는 것 같다. 다만 고기에 가시가 많아서 가시가 목에 걸리지 않게 주의해서 먹어야 했다.
 
[계림 미펀(米粉, 쌀국수)]
 
[양삭의 다양한 쌀국수 음식]
 
                       [맥주어 전문점]                          
 
[맥주어]
 
저녁을 먹고 나니 벌써 8시 30분이다. 우리 부부는 손을 잡고 시지에 거리를 걸으며 그 분위기에 흠뻑 젖었다. 시지에 거리를 좀 더 거닐고 싶었으나 9시 30분에 시작하는 인상유삼저 공연에 맞추어서 가야 했다. 비록 인상유삼저 공연장까지 멀지는 않았지만, 거리가 차들로 넘쳐 나서 길이 막히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둘러서 차를 몰고 인상유삼저 공연장으로 갔다. 
 
공연 제목이 인상유삼저(印像劉三姐)인데 ‘유삼저’는 유씨 집안의 셋째 딸이란 뜻이다. 앞에 ‘인상(Impression)’이 붙은 이유는 장예모 감독이 중국 정부와 공동으로 중국의 명산과 호수, 관광지를 무대로 그 지역의 민화나 전설을 쇼로 만든 ‘인상 시리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상 시리즈는 총 5종류인데 양삭의 인상유삼저가 제일 먼저 기획됐다고 한다. 인상 시리즈는 계림의 인상유삼저(印像劉三姐), 운남성 여강의 인상려강(印像麗江), 항주의 인상서호(印像西湖), 그리고 해남도의 인상해남도(印象海南島)이다. 이중 인상유삼저가 가장 오래되었고 규모도 제일 크다고 한다.
 
인상유삼저는 매일 밤 8시와 9시 30분 2회 공연하고, 공연시간은 70분 정도다. 이 공연은 극장이 아니라 이강과 강변 12개 산봉우리를 무대로 하기에 ‘산수극장’이라 부르고, 야외 공연인 만큼 우천 시에는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상유삼저 공연은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관람하는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장예모 감독이 5년 반에 걸쳐 만들어낸 완성도 높은 공연이다 보니 외국인들이 몰려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 공연의 참여 인원은 700여 명으로 장예모 이강예술학교 학생과 강변 5개 마을의 어민들로 구성된다. 예술학교 학생들을 제외한 현지 주민들은 낮에는 강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이 공연에 참여한다고 하니, 이 공연 하나로 한 부락민 전체가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시간이 되자 순식간에 조명이 꺼지고 온 세상이 캄캄해지는데, 산봉우리 너머에서부터 작은 등불을 단 배가 들어오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의 전 과정이 현지 소수민족의 말과 노래로 구성이 되기 때문에 타지에서 온 중국인들도 그 내용을 전부 이해하기란 어렵다고 한다. 또, 대화보다도 소수민족의 전통 노래로 진행되는 공연이어서 뮤지컬에 가깝다. 
 
공연의 내용은 유씨 집안 셋째 딸이 지주들의 유혹을 이겨내고 사랑하는 목동과 결혼한다는 것으로, 이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유삼저(劉三姐) 설화’를 바탕으로 장족(壯族)과 묘족(苗族) 등 소수민족의 문화를 화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이강이 무대가 되고,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거대한 산은 배경이 된다. 마치 한 폭의 수려한 산수화처럼 자연과 인간, 빛과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일반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그 기발함과 웅장한 스케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래된 전설을 현재의 기술과 접목시켜 고부가가치 문화콘텐츠 작품으로 재창조한 그들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나는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할 때 그 지방의 전통공연을 보는 것을 즐기지 않는데, 이번 인상유삼저 공연은 정말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양삭에 가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꼭 놓치지 말고 보시기 바란다.
 
[인상유삼저의 광활한 무대]
 
[인상유삼저 공연 장면]
 
저녁 늦게 인상유삼저 관람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씻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아내가 이불과 침대 시트가 뽀송뽀송하지 않고 축축하다며 투덜거린다. 내가 만져 보기에도 확실히 축축한 느낌이었다. 양삭의 습도가 높기 때문에 이불이 바짝 마르지 않는 것 같다.
 
비록 기차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고는 하나 아침 일찍 일어나 나왔고, 하루 종일 차를 몰았을뿐더러 이곳저곳 정신없이 다녀서인지 무척 피곤했다. 잠자리에 들자마자 잠자리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밤새 아름다운 장족 처녀와 전통혼례식을 치르는 꿈을 꾸었다. 흐미, 이게 뭔 일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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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스테이지 칼럼니스트 장종학 교수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연변과학기술대학교 상경학부 교수로 근무했다. 2008년부터 중국 서안에 있는 국립 장안대학교 재무관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금융 연구소 및 한국어교육센터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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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박옥희 6월15일 오후 3:33
상공산에서 바라보는 계림이 멋졌습니다...ㅎ 중국 여행 옵션 중에는 공연이나 서커스가 너무나 괜찮은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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