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스테이지 칼럼 책과 영화가 있는 삶
[책과 영화가 있는 삶] 일상에 찾아든 '방문자'를 받아들이는 방법
 
삶은 때로 무료하고 의미 없이 반복된다. 그 시간은 우리로 하여금 무한한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이 더 가치 있는 일인지 미처 따져볼 사이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냉혹해지고 둔감해져 가는 건 비단 우리 탓일까? 5월은 가정의 달인 만큼 혼자 살거나 떨어져 사는 이들에겐 소외감이 유독 크게 와 닿는 달이다.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비지터(The Visitor, 2012 개봉)’는 아내를 먼저 보낸 후 건조한 일상에 노출돼 있던 한 노교수의 삶을 통해 우리의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보게 한다. 단순히 음악영화만이 아닌 미국 사회의 해결되지 않은 사회적 갈등을 드러낸 영화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인간에게는 '변화'라는 변곡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는다.
 
 
20년째 미국 코네티컷의 한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던 월터 베일(리차드 젠킨스) 교수. 그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과제를 뒤늦게 제출하러온 학생을 가차 없이 거절할 만큼 차갑고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원하지 않는 논문발표를 위해 뉴욕으로 오게 되고 오랫동안 비워둔 자신의 아파트에 들어선 순간, 누군가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중개인의 사기로 자신의 아파트에 이중 입주한 불법체류자 커플 타렉 칼릴(하즈 슬레이만)과 자이납(다나이 거라이라). 그들은 짐을 싸 들고 집을 비워주려 하지만 하룻밤 묵을 데도 없다는 것을 알자 교수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머물기를 제의한다.
 
집을 떠나 뉴욕에 발을 디딘 낯섦이 잠재된 그의 관용을 부추긴 걸까. 월터는 그의 삶에 들어온 이방인들과 일상을 함께 한다. 그러다 그는 타렉 칼릴의 생계수단인 젬베(Djembe 혹은 jembe,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절구통 형태의 가죽 북)에 관심을 보이게 되고 타렉은 아파트에서 머물게 해준 감사의 뜻으로 흔쾌히 젬베를 가르쳐준다.
 
 
음악이라곤 클래식밖에 모르던 월터 교수는 아내를 떠올리며 피아노를 배우려 했지만 실패했다. 피아노 교사가 "그 나이에 악기를 배우기는 쉽지 않다"며 잘라 말한 데 비해 타렉은 "악기는 원하면 누구나, 언제든 배울 수 있고 연주할 수 있다"고 하며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유도하면서 둘 사이의 벽은 조금씩 경계가 허물어진다. 
 
두 사람은 센트럴 파크에서 함께 젬베 거리공연도 하는 등 가까운 사이가 되고 월터 교수도 제법 웃음을 되찾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타렉이 지하철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에 걸려 수용소에 끌려가고 곤경에 처한 타렉을 만나기 위해 그의 엄마 모나 칼릴(히암 압바스)이 찾아온다. 둘은 직감적으로 호감을 느끼게 되고 월터는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쓰지만 모나는 그의 호의가 고마우면서도 적당히 거절한다.    
 
 
"난 언제나 바쁜 척했어요. 강의하느라 책 쓰느라 바쁜 척했죠.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난 언제나 그런 척했을 뿐이에요." 무리하지 말라는 모나의 말에 쏟아내듯 진심을 털어놓는 월터의 고백은 타인의 고통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혹은 없는 척했던 미국 중상류층 백인들의 안온한 가면에 대한 통렬한 고백이며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위치에 살고 있어도 그가 얼마나 고독하고, 공허한 삶을 살아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면서 ‘비지터’의 가슴 뭉클한 장면으로 남는다.
 
월터와 타렉, 즉 미국 유명대학교의 권위 있는 교수와 미국 사회가 경계하는 유색인종, 특히 아랍계 불법체류자의 만남은 결코 쉽지 않은 조화다. 타렉이 예기치 못한 곤경에 빠진 후 수용소에서의 면회 장면은 이 둘이 정서적으로 친밀한 교감을 나누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차갑고 단단한 현실적인 장벽을 잘 드러낸다. 영화는 여기서 이성적인 선택을 한다. '그렇게 역경을 이겨낸 둘은 벽을 허물고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는 영화적 결말이 아닌, 현실의 무게를 보여준다.
 
 
월터와 모나는 자신들의 상황에서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아주 잘 안다. 그리고 월터는 혼자서 온갖 사람들이 다니는 지하철에 가서 젬베 공연을 한다. 그곳은 타렉이 그토록 공연하고 싶어 하던 모든 사람의 장소였다.
 
‘비지터’는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이뤄내는 변화'를 조금은 색다른 각도로 조명한 영화다. 피아노를 배우려던 월터의 정적인 세계에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와 가까운 리듬악기인 젬베를 경험하면서 그는 동적인 변화를 하게 되고 그의 삶에 뛰어든 '낯선 방문자'를 더 이상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서 세상의 고통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눈이 열린 것이다. 
 
 
이런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은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겪을 수 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일,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는 일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과정인지, 혹은 얼마나 대단하고도 멋진 일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는 타인에 대한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에 의존하면서 불확실한 낯선 이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상처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있다.
 
변화는 언제든 결코 늦지 않고 기회는 언젠가 다가온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삶의 리듬을 새로운 두근거림으로 바꾸고 싶다면 이 영화 ‘비지터’를 추천한다. 유명배우 없이도 높은 공감을 받은 데 성공한 이유를 우리는 안다. 우리는 모두 매 순간 누군가의 삶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또 실제로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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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스테이지 칼럼니스트 이영란
서울 출생으로 가톨릭대학교 가정관리학과(문헌정보학 복수전공)를 졸업했으며, (주)평화신문 신문편집국 교열부 근무, 잡지사/출판사 기자로 활동하였다. 월간 <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2000),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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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이송식 5월19일 오후 8:14
사노라면...일상적으로 부디치는 변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소화시켜야하느냐가 관건인데 운도따르겠지만 역시 노력여하에따라 다르겠죠, 변화는 곧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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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5월19일 오후 6:08
변화는 자신이 변화되고 싶다고 되는게 아닌것 같아요. ,,나도 모르는사이에 현실과 타협하는 변화를 느끼며
살아 가는것 같습니다. 도둑처럼 찾아와 도둑처럼 도망가 버리는 시간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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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덕 5월15일 오후 3:29
"변화는 언제든 결코 늦지 않고 기회는 언젠가 다가 온다."라는 말이 가슴에 닿아 오네요. 비지터가 친구로 변하는건
아마도 어려울 듯 합니다. 그래서 이런 영화가 나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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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5월14일 오후 3:05
소문나지 않은 그러나 더없이 아름다운 한 커플의 사랑을 만난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 잘 보고 또 느끼고 갑니다. 요즘 같은 계절과 잘 어울리는 풋풋한 얘기에서 점베라는 악기에서 난다는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착각을 일으키네요. 무슨 수로 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조금 심신해지던 참에 오, 이렇게나 고마울 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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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5월15일 오전 1:47
네, 젬베라는 악기가 특별함을 더해주었지요. 그냥 단순한 음악영화에서 벗어나 여러가지 인간들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서 참 좋았습니다. 언제 다시 보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길 저도 마음을 함께 할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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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5월14일 오전 11:42
희망과 변화가 공존하는 인생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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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5월15일 오전 1:44
인생에 꼭 필요한 단어가 희망과 변화겠지요. 그만큼 긍정적으로 달라져야 우리 삶도 값진 과정이 되겠고요. 오늘도 김은아 선생님의 멋진 희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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