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스테이지 칼럼 전철을 타고 내리며
[전철을 타고 내리며] 아침마다 떠나는 여행, 그 평범함을 위하여

매일 이러면 어떨까.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산책을 떠나고, 밤에 나만의 산책길에서 돌아오는 기분으로 산다면? 아니, 잠깐이라도 집 문을 나설 때도 마찬가지. 이 또한 짧은 산책이라 웃으며 여기면 어떨까. 뭐 산책이어도 좋고 여행이라고 여겨도 마찬가지만 꽤 좋을 것 같다.
 
인간이 밖을 돌아다니게 된 것은 어쩌면, 인류가 직립 보행하면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현재 있는 곳에서 먹을 것을 찾고 더 없으면 더 있는 곳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떠나는 본능에서 시작된 것,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미리 알아보기 위해 남보다 먼저 떠나는 것, 이도 나나 가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여행일 것.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물론 다른 이유도 많이 생겼을 것이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괜히 손해 보는 것 같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이 또한 본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그래서 혼자 있으면 심심해지고 심심해지면 괜히 뒤숭숭해지게 되니, 계속 움직이고 있어야 하는 것. 무엇을 하고 있는 동안 쓸쓸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으니.
 
이유야 얼마든지 있다. 인간은 무엇인가 꿈이라며 만드는 유전인자가 꾸준히 진화된 듯. 이 또한 본능이라고 돌리기에 조금은 진부해진다. 그러나 내가 지금보다 조금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일, 어찌 누구라서 마다하랴. 항상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꿈이라며, 삶의 희망이라며 머리 위에 올려놓고 살아있는 동안 이루어지길 바라는 그 누구는 모두 인간, 아니 생명체가 아닌가?
 
얼마간의 힘이 축적될수록 집을 떠나 누구와 함께 좀 더 큰 것을 만들고, 그 큰 힘을 중심으로 신나는 존재감을 세우는 일이란, 삼삼오오 밖에서 그 누구를 만나는 일이란, 끝없는 돌아다님의 필연일 것이다. 자유로운 충동의 떠남과 떠남의 맞물림이 결국 끝없이 반복되는 동안 서로서로 껴안기와 부딪힘 생길 수밖에. 그렇게 기록들이 남고, 그 기록을 맛있게 반추하다가 문득 멈추는 것. 그랬다, 여행의 끝이다.
 
당연지사, 여행 중 어찌 처음 보는 그 뉘를 만나지 않을 수 있으랴. 나와 다른 지역에서 음식을 먹고 말을 하니 나와 다른 생각을 했으리라는 그들. 하,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그런데 그들도 나처럼 나를 만나고 싶었다니! 생김새와 소리가 다를 뿐, 서로 원하는 것이 비슷하다니 이를 어쩔 것인가. 그들을 통해 나를 들추어 보다니, 하, 이쪽 상처 저 살 떼어 붙이고, 새로 생기는 저 상처 이쪽 살 떼어 붙이는 오류라니, 내 오류가 내 여행의 파편이라니, 이럴 때마다 입을 다물어야 하다니!
 
만나는 사람들이 서로 비슷하다 보니, 그 사람이 저 사람 같고, 그 날 사람이 저 날 사람 같아 보이는 것. 그런 이유로 지금보다 더 모르는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발달한 모양이다. 더 다른 곳에서 더 다른 사람을 만나 더 다른 이야기만 하고 싶은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물론 그렇다. 단지 욕심의 한계를 억지라도 잊고 싶을 뿐.
 
그래도 현대인은 끊임없이 여행을 떠난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막연한 동경을 만들어 내는, 나도 너도 자유롭고 싶다며 자신들만의 의미를 붙이게 되는바, 현대인은 여행을 행복감이라며 무한히 확장된 용어로 굳히려는 듯하다. 쉼 없이 이어지는 삭막한 생활로 나 자신을 계속 잊고 사는 현대인, 누구라서 현재 있는 곳을 잠시 잊고 싶지 아니하랴. 잊은 곳을 다시 찾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지 아니하랴.
 
머릿속에 하나둘 더 새로운 것을 넣으려는 생존을 위한 경쟁 본능은 결국 이미 가진 것을 더 빨리 잊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현재를 잊고 다른 것에만 집착하려는 본능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짧은 여행을 가는 일이 더 낫지 않을까? 그러니 아침마다 집을 나설 때, 여행가는 기분으로 나서란 말. 하, 괜히 멋있어 보인다.
 
많은 선지자 말처럼, 산다는 것은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행위의 연속에 불과하다. 이 단순한 반복이 끝나면 더는 사람이 아니다. 얼마나 일을 단순하게 줄이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삶 절정을 맛볼 수 있는 것이란 말을 곱씹어 본다. 그래, 맞다. 그러니, 여행도, 기분이 어떠하다는 생각 없이, 단순하게 떠나야 한다. 매 순간 단순해지려는 자신을 만나는 즐거움도 꽤 괜찮지 아니한가.
 
하, 그런데 이것이 단순하지만 문제이긴 하다. 여행 중 반드시 배고파진다는 것. 배고픔은 아픔이라는 것. 그 아픔으로 여행은 멈춰진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다. 그동안 수없이 여행을 되풀이해 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배고프든 아프든, 그래서 여행을 더 하든 않든, 자유로움이란 평생 꼭 한 번 맛보는 것, 그래, 그 맛을 지금 확인하고 있다면 말이다. 과연 나는 집을 나설 때마다 여행을 하는가? 그럴 거다. 분명 가끔. 이것도 평범해지는 일의 하나니.
 

<칼럼니스트 김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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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스테이지 칼럼니스트 김봉길
ETRI 소프트웨어개발부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예술세계> 편집장 등을 거쳐 현재 아산티맨홍그룹에 근무하고 있다. 개인시집 <가까이 보기> <겨울 외출>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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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정호영 7월8일 오전 4:51
꿈속에서 꿈을 꾸듯이 나그네된 인생여정에서 또 다른 여행을 수도 없이 하는듯 합니다. 말씀대로 간단한 외출도 여행범주에 넣으니 한결 풍요로워지는 일상같읍니다.TRAVEL은 라틴어의 본뜻처럼 항상 수고와 고생이 따르지만 여행후의 기쁨은 고생의 양에 정비례하는듯 합니다.많이 쉽게 써 주셔서 아주 좋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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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7월8일 오전 8:44
태어나는 일도 여행의 시작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즐거운 하루가 또 계속 되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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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7월4일 오후 7:18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후부터 운동하러 나가는 일까지 즐겁습니다...ㅎ 집을 나섰다가 돌아와도 집은 좋고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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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7월5일 오전 9:47
저와 비슷한 점이 많네요... ㅎㅎ 모두 사람은 비슷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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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7월4일 오전 8:47
저는 항상 여행을 떠나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몸은 현실에, 마음만 떠나지요, 어제도 떠났는데 내일도 보따리를 쌉니다.
아마도 소풍이 끝나는 날 까지 나의 여행은 떠나고 ,돌아오고, 그리고 또 떠날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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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7월4일 오전 9:40
여행이나 소풍을 갈 때는 새로운 마음이 드는 것 같네요. 매일 새로와지는 날, 그것이 즐거움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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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경 7월4일 오전 8:45
집을 나서는 길을 여행길로 생각하면 복잡한 거리도 특별하게 보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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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7월4일 오전 9:42
여행길에선 모든 것이 특별한 것 같아요. 그러니, 나 자신도 특별하겠지요? 멋진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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