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스테이지 칼럼 책과 영화가 있는 삶
[책과 영화가 있는 삶]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을 기억하세요?
 
여름이면 학창시절부터 잊지 않고 입안에 흥얼거리던 노래가 있다.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서핀 U.S.A(Surfin' U.S.A)'와 '코코모(Kokomo)'다. 원래 나의 여름 애창곡은 로드 스튜어트의 'Sailing'과 조지 거쉰이 작곡한 'Summer time'이지만 신명나게 힘을 주는 비치 보이스의 노래는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바람을 가르고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는 서퍼들의 모습을 그대로 연상시켜 주기에 여름이면 제일 먼저 떠오르곤 한다.
 
빌 포래드 감독의 영화 <러브 앤 머시(Love & Mercy, 2015 개봉)>는 그 비치 보이스의 리더인 브라이언 윌슨의 일생을 조명한 영화다. 서핑 U.S.A부터 러브 앤 머시(Love and Mercy)까지 비치 보이스는 다양하고 경쾌한 곡들로 우리의 추억을 살찌웠지만 예술가의 삶이 그렇듯 그들의 삶 이면엔 힘겨운 고비와 생사를 넘어야 하는 위태로운 순간들이 함께했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는 천재적인 재능으로 예민하게 음악에 몰두했던 브라이언 윌슨이 겪은 순간순간들의 일화를 그들의 명곡과 함께 감성적으로 담았다.
 
 
특히, 20대 브라이언은 폴 다노가, 40대 브라이언은 존 쿠삭이 맡아 열연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병치하며 보여주는 구조가 눈에 띈다. 음악적 영감이 솟구치던 1960년대와 신경쇠약으로 고통받는 1980년대를 오가며 겪어야 했던 브라이언 윌슨의 세상과의 불화와 내면의 갈등, 그리고 새롭게 눈뜨는 사랑을 사실적으로 영상에 옮겼다. 게다가 '서핑 U.S.A'로 스타덤에 오르던 비치 보이스의 당시 모습을 16mm 카메라로 마치 다큐멘터리 자료 화면처럼 촬영해 그때의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부분은 그들의 팬들뿐만 아니라 그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각별한 감동을 안겨준다.
 
캘리포니아는 서핑(파도타기)의 최적지다.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이용해 보드를 타고 즐기는 스포츠인 서핑은 캘리포니아의 대명사가 될 만큼 해마다 여름이면 전 세계 서핑 인구가 몰려온다. 1962년, 뜨거운 여름과 어울리는 시원하고 화려한 서프 뮤직(Surf Music, 파도타기를 주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만들어지던 경쾌한 노래)으로 전 세계를 열광시킨 그룹 비치 보이스와 그 중심에 있던 맏형 브라이언 윌슨. 그들은 미국 내에서 비틀스의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1960년대 문화 현상. 영국의 록, 대중음악가 및 그 밖의 영국 문화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대서양 양편에서 '반문화'로서 크게 시위된 현상을 이른다.)에 대항할 만한, 당시 미국 음악의 아이콘이었다. 
 
 
영국에 비틀스가 있다면 미국엔 비치 보이스가 있다고 할 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이기에 리더인 브라이언 윌슨의 어깨도 무거웠다. "세상에 없던 최고의 앨범을 만들 거야." 작곡을 주로 맡았던 브라이언의 고민은 점점 커진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뮤지션으로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브라이언(폴 다노)은 지금까지의 쾌활하고 밝은 음악이 아닌 머릿속에 그려지는 자신만의 사운드를 완벽하게 탄생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시도들을 거듭하고 마침내 '펫 사운드(Pet Sounds)'라는 명반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어릴 적 아버지의 구타로 한쪽 청력을 잃은 브라이언은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했지만 음악적 색깔이 달랐던 둘은 화해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동료들조차도 그의 실험적 시도를 이해하지 못하자 브라이언은 점점 알 수 없는 소리에 휩싸이게 되고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하게 되고 영화 내용은 그의 젊은 시절과 정신과 치료받는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인 유진 랜디(폴 지아마티)는 브라이언의 아버지처럼 절대적 폭력자로 그를 제압한다. 그는 1년에 50만 달러의 치료비를 받으면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브라이언을 폭압적으로 다루며 그의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한다. 그러던 어느 날, 20년 만에 들른 자동차 판매장에서 브라이언은 판매원으로 일하는 멜린다(엘리자베스 뱅크스)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그녀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진 브라이언은 원래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둘의 사랑이 무르익자 랜디 박사는 온갖 욕설과 비방, 이간질 등으로 브라이언을 괴롭힌다. 그의 행태는 결국 멜린다에 의해 실체가 드러난다. 역설적이게도 영화 제목 <러브 앤 머시(사랑과 자비)>는 브라이언이 멜린다를 만난 후 만든 곡이지만 유진 랜디의 강력한 통제하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그가 공동 프로듀서로 자신의 이름을 올려 수익을 챙기기도 한 곡이다. 결국 1992년 법원판결을 통해 브라이언 윌슨에 대한 유진 랜디의 모든 권리가 기각됨에 따라 유진 랜디의 이름은 지워지게 되었다.
 
 
영화 전반을 통해 비치 보이스의 음악을 메들리로 들을 수 있으면서도 영화는 브라이언의 삶과 사랑에 진지하게 몰입함으로써 가볍고 흥겨운 음악영화가 아닌 묵직한 무게감을 갖는다. 무엇보다 브라운의 20대 고민과 열정을 연기한 폴 다노와 중년에 뒤늦은 사랑을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존 쿠삭의 명연기는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면서 진한 감동을 준다. 특히, 엔딩 크레딧 부분에서 랜디 박사로부터 벗어난 브라이언이 부르는 'Love & Mercy'가 인상적인 울림이 되어 가슴에 남는다. 
 
역시 사랑의 힘은 인생의 성패를 가를 만큼 끔찍한 트라우마도 잠재우는 위력이 있나 보다. 비치 보이스는 그 어떤 팀보다도 프로 정신이 강하다. 밴드 원년 멤버는 형제지간인 브라이언, 데니스, 칼과 이들의 사촌 마이크 러브, 그리고 친구인 알 자딘 등 5명이었지만 지금은 드러머였던 데니스와 기타리스트 칼 윌슨이 세상을 떠나 새 멤버들을 충원해 7명이다. 브라이언 윌슨도 지속적인 음악 활동을 하며 그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노익장을 과시하는 그들의 음악 활동을 오래오래 지켜볼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이번엔 또 다른 노래, 'Fun, Fun, Fun'을 흥얼거려 본다. 그들이 있어 이 뜨거운 여름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게 된다.             
            

<칼럼니스트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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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스테이지 칼럼니스트 이영란
서울 출생으로 가톨릭대학교 가정관리학과(문헌정보학 복수전공)를 졸업했으며, (주)평화신문 신문편집국 교열부 근무, 잡지사/출판사 기자로 활동하였다. 월간 <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2000),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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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서정숙 9월22일 오전 10:36
비틀즈 세대인 우리는 늘 추억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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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8월11일 오전 7:51
이처럼 더운날에 딱 맞는 노래입니다. 우리의 노래 '해변으로 가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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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8월10일 오후 3:00
그들의 노래만 귓가에서 맴돌고 있어요. '비치보이스' 여름에는 들으면 더 좋은 노래. 참 자주 들었던 노래 였는데 이제는 귓가에만 머물고 있으니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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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8월10일 오전 11:55
아..여름이면 들리던 서핀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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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8월10일 오전 11:06
아무리 더워도 '나도 한마디' 안 쓸 수가 없겠네요. '비치보이스'라는 말만 들어도 여름이 내 안을 파고 들어서요. '열정'과 즐거움(Fun), 그렇긴 해도 오, 지저스! 이 못 말릴 이 폭염만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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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8월10일 오전 9:22
여름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비치보이스의 노래 속에 이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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