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스테이지 칼럼 9988
[9988] 한 살 더 먹는다고 아쉬워 마세요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폴란드 시인 쉼보르스카의 詩 ´두 번은 없다´ 중에서>
 
세밑이 되니 이 시가 더욱 가슴에 와닿습니다. 인생은 두 번은 없죠? 한 번밖에 살지 않으니 그게 아쉽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조물주의 섭리(攝理)가 오묘하기만 합니다. 단 한 번의 인생이니 후회 없이 살아야 하지만, 그게 또 살다 보면 후회막심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죽을 때 철든다고 하지 않습니까.
 
위의 詩에서 터득할 게 많지만 그중 하나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지 마라’입니다. 인생을 네 글자로 요약하면 ‘생로병사(生老病死)’인데 사는 건 얼마 안 되고 대부분 늙어서 병들고 죽는 것이네요. 어차피 늙고 병들어서 세상을 하직하게 되는데, 늙고 병드는 걸 아쉬워하거나 애석, 혹은 애통해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허, 인제 나도 나이 들었구나. 주름살이 제법 늘었네~” 혹은 “나이 들면 걸핏하면 다치고 아프다던데, 나도 꼼짝없이 세월의 포로가 됐네”라고 노화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는 딱딱한 걸 씹다가 턱관절이 손상돼 2개월 이상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고 고생하는데, 치과 의사 왈 “나이 들어서 그런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얼핏 서글퍼졌습니다만, 100% 인정해야지 어쩔 겁니까. 수시로 어깨, 허리가 아프고 잠드는데 20분 이상 걸리고, 자다가 늘 한두 번씩 깨고... 불편하고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죠? 아직도 마음이 청춘인 분들은 “허 참, 아직 이럴 나이가 아닌데...”라며 가는 세월만 탓하던데, ‘나이는 숫자만 아닌 걸’ 인식해야겠습니다.
 
물론, 나이 든 걸 한탄만 해서는 안 됩니다. ‘100세 인생’을 살고 계시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철학과)를 보십시오. 신문에 칼럼 쓰시는 걸 보면 문장에 힘이 있고, 지난 일을 잘 기억하셔서 환갑 갓 지나신 분 같습니다. 1928년생으로 만 나이로 아흔인 김동길 박사님. 거동은 불편하시지만, 지금도 힘찬 목소리로 강연하십니다. 게다가 동서양의 300개 가까운 시를 외우시며 상황에 따라 적절히 인용해 청중들을 감탄케 합니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은 평생을 반듯하게 살아오신 겁니다. 버럭 화를 내시는 일이 없고, 남에게 베풀며 술 담배를 멀리하고 계십니다. 한해를 보내시며 온갖 회한이 소용돌이치시죠? 반성해야 할 것도 많고요. 올 한 해 잘못한 것, 후회스런 점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새해에는 되풀이되지 않길 다짐해봅시다. 한 살 더 먹는 걸 절대로 아쉬워하지 마세요. 시니어들은 늙어 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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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스테이지 칼럼니스트 김수인
매일경제 기자를 시작으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야구부장-부국장을 역임했다. 스포츠에 정통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지식과 정보를 섭렵하고 있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다. 2009년 수필가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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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김성홍 2018년12월26일
나잇값을 못 해서 걱정됩니다. 내맘대로 먹고 안먹고 하는게 아니니 그런가 하고 지나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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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018년12월24일
네, 먹지 않으려고 아무리 발버둥처도 먹어지는 게 나이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떳떳하게 나이를 먹어야 할 듯합니다. 나이값을 하며 살아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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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2018년12월24일
의사들이 하는말 함부로 듣지마세요, 자질에따라 많은 상처를 주고있는 의사를 추방시켜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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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2018년12월24일
반듯하게 늙어가는 건 결코 쉽지 않는 듯 합니다. 아쉬워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조급해할 것도 없이 그렇게.
나이 들어갈수록 조심해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므로 매일 조심조심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조심,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조심, 음식을 먹을 때도 조심, 결국 적당히 긴장하면서 살라는 의미겠죠? 나이들어감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해도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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