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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텃밭은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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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를 살리고 텃밭을 가꾸는 날
2013.03.19 09:07


 

3월도 한 주밖에 남지 않았다.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노인요양원 원장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할 일이 많지만 3월이 가기 전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그중에서도 요양원 주변에 있는 버려진 땅을 일구어 텃밭을 가꾸는 일과 경사진 산비탈에 키워온 90그루의 배나무를 살리는 일이 시급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이 분야에 경험도 없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는 입장에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같이 근무하는 분 중 텃밭과 배나무 경작경험이 있는 분을 수소문해 보았다.


다행히 요양팀장을 맡고 있는 조 팀장님과 인근 마을에서 농기계를 보유하고 배나무를 경작하는 김 선생님 그리고 각 부서의 리더급 이상 선생님들과 원장실에서 차 한 잔하면서 나의 두 가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어르신 케어에 바쁜 분들에게 선뜻 말을 꺼내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이 일을 해야 하는 당위성(필요성)과 이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에 대해서 진솔하게 설명해 드렸다.


먼저 텃밭 가꾸기는 겨울철 실내에서 답답하게 지내시는 어르신들께 날씨가 따뜻해지면 텃밭으로 모시고 나와 흙냄새를 맡으시며 그분들이 오랜 세월 해 오셨던 채소 가꾸기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공동으로 채소를 가꾸는 가운데 찌든 일상의 업무에서 벗어나 대화를 나누면서 믿고 나눌 수 있는 하나 된 마음을 갖기 위함이다. 세 번째로는 우리가 땀 흘리며 가꾼 유기농 채소를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하고 근무하는 선생님들도 집에 가져가도록 해서 아기자기한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계획이다.


원장이 배경 설명을 통해 부서 리더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해보자고 권고하니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줘 하면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다음 단계는 텃밭경작에 대한 모두가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총책임자, 지역관리자, 시작일, 재배품명, 파종시기, 구입물품, 금액, 비고 형식으로 양식을 만들어 경험자들이 토의해서 기록해 주길 부탁하니 하루 만에 멋진 텃밭 가꾸기 청사진이 나왔다. 절차가 땅을 갈기 전에 퇴비를 뿌려야 된다기에 수소문해 근처의 퇴비공장을 잘 알고 있는 조 팀장님과 같이 방문하여 사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덤으로 작물재배 시 퇴비 사용에 대한 특강도 듣고 퇴비 50포를 구입하였다.

 

계획에 의거 3월 20일에는 김 선생님 집에서 관리기를 가져왔고 퇴비를 차에 싣고 왔는데 경사진 땅을 차가 올라 갈 수가 없었다. 50포 퇴비를 경운기로 옮겨 이동한 후 마지막 언덕은 3명이 등에 짊어지고 옮겨서 직접 뿌려야 하는 힘든 작업을 했다.

 

밭은 전체가 약 300평 정도인데 100평은 감자, 50평은 상추, 부추, 쑥갓, 아욱, 배추, 열무, 다른 50평은 고추, 가지, 오이. 남은 100평은 고구마와 옥수수를 심으려고 계획을 잡았으나 주변 분 이야기가 고구마는 멧돼지와 들짐승들이 요절을 낼 수 있으니 다른 작물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어 야콘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감자 씨앗은 조 팀장님 집에서 2포대를 가져왔고, 비닐 1롤, 비료(요소, NK), 모종, 씨앗, 휘발유 등을 포함하여 총 필요한 비용은 대략 312,000원 정도가 산출되었다.일에 대한 경험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휴무일에 나와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께 공검면 소재지에 가서 막걸리와 안주(돼지머리 누른 것, 두부)를 사와서 조리 팀에 부탁하여 새참을 내주는 일뿐이 없었다.

 

참 오랜만에 싱그러운 봄바람 속에 흙 내음과 거름 냄새를 맡으면서 땀을 흘리고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새참을 나누는 기분을 어찌 다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하는 일이 어르신과 우리 모두에게 가치 있고 좋은 일이며 힘든 작업 중에도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땀방울을 흘리면서 느끼는 기분은 참여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밭을 일군 다음날, 업무 차 상주 시내에 나갔는데 시설 분야 책임자인 김 과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원장님 큰일 났습니다! 우리가 일군 텃밭이 우리 땅이 아니랍니다..."


이게 뭔 말인가? 땅 파기 전에 오래 근무한 팀장급에게 물어봐 우리 땅이라 해서 땅을 파서 엎었는데... 아니 상식적으로 부지가 2만 평이라면 이 밭도 다 포함돼야 되지 않는가? 황당하기도 하고 특별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아서 땅주인에게 우리의 취지를 설명 드리고 이왕 거름 뿌려 일궜으니 옆에 있는 호두나무를 밭주인이 가꾸는 방식으로 올 한해는 바꿔서 경작하면 어떠시냐고 여쭤보라 했다.

 

배경 설명을 들으신 밭주인께서는 흔쾌히 승낙을 해 주심에 아량 깊고 인심 좋은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며칠이 지난 후, 감자 씨를 뿌리고 비닐을 덮어야 하는 날, 다함께 참여한다는 마음을 갖기 위해 전 보직자들에게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도록 했다. 각자가 집에서 가져온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가 감자 씨를 한구멍에 2개씩 넣고 흙을 덮고 그 위에 검정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했다. 아침 날씨가 쌀쌀하지만 작업에 임하는 선생님들의 표정은 밝고 즐거운 모습이다.

 

나는 면 소재지 가게에 가서 아침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준비했다. 식당에서는 따뜻한 물을 준비하여 작업을 마치고 회의실에 모인 선생님들께 빵과 따뜻한 커피를 드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때로는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변화를 주는 것도 삶에 활력을 주며, 자발적으로 함께 하는 일은 즐겁고 신바람 나며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중요한 일이다.

 

1차 텃밭 가꾸기는 시작이 반이라고 반은 끝난 것 같은데, 더욱 힘든 다음 단계는 배나무를 살리는 일인데... 먼저 3월이 가기 전 빠른 시일 내 전지작업을 해야 한다. 경험자의 이야기로는 만일 올해 배나무 전지작업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배나무는 그 가치를 잃어버려 쓸모가 없어진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며칠 간 고민을 하게 되었다.

 

경작을 하자니 일손이 없고, 그렇다고 선생님들을 근무시간에 배나무 전지작업에 동원할 수도 없고, 일꾼을 사자니 일당이 15만 원이라 100여만 원의 경비가 들어가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차에 남자 선생님들 하고 요양원 가족인 차 선생님이 운영하는 상주 시내에서 유명한 ‘선산곱창’집에서 조촐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사실 어르신 케어를 하는 것이 밖에 생활을 해왔던 나이 드신 남자 선생님들이 하기에는 벅차고 힘든 일이기에 시간되면 격려 겸 술 한잔 하려고 마음먹었던 참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요양원의 당면한 문제와 원장의 고민거리를 털어놓으니 모이신 7분의 남자 선생님들이 우리가 한번 해보자고 의기가 투합되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 다음날부터 휴무인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전지가위와 전동 톱, 사다리 등을 가져와 엄두도 못했던 배나무 전지작업을 착수하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가세하여 가족인 변 선생님의 남편 분은 배나무 경작에 경험이 많은 분으로 농사철인데도 새벽부터 나오셔서 봉사를 해주셔서 전지작업 참여자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셨고 보직자들에게는 참여 분위기를 돋우는 데 큰 역할을 해 주셨다.

 

조 팀장님, 김 팀장님, 김 선생님, 김 과장님, 윤 리더님, 정 선생님, 박 선생님, 윤 선생님 모두가 참가해서 가파른 경사지에 있는 배나무 전지작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셨다. 나도 시간 나는 대로 밭에 나가서 작업방법을 설명 듣고 사다리에 올라서서 배나무 전지 작업을 거들었다.

 

사람이든 나무든 매사가 관심과 정성을 먹고 성장하듯이 배나무도 시기에 맞게 잘라주고 거름을 주고 해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부서가 다른 선생님들 간에는 평소 대화를 못 나눴던 다른 부서 선생님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들이었다.

 

이제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배나무에 약을 치고, 배꽃이 피기 전에 전체 근무하는 선생님 한 분당 3그루의 배나무를 추첨을 하여 분양을 한 다음, 배나무에 선생님 이름과 모시는 어르신들의 이름을 예쁜 종이에 같이 적어서 배나무에 걸어 두고, 수시로 와서 보고 관리를 하여 가을철 열린 배는 면회 오신 가족들과 선생님들이 나눠서 가져 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람 3명이 의기투합하면 못 이룰 게 없고 또 그 일이 모두에게 가치 있는 일이라면 더욱 힘이 생기고 보람과 자긍심이 생긴다. 이러한 분위기가 요양원 전체 근무자에게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조직발전의 계기가 되는 것임을 입증하는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양원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르신을 돌보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전문적인 케어지식이 선행되어야 하고 동료와 가족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은 원장의 지시나 몇몇 리더의 생각만으론 어려운 일인데 이번 텃밭 가꾸기와 배나무 전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하고자 하는 마음이 통해 주인의식이 생기고 힘든 가운데도 요양원이 나아가야 할 목표를 향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체험으로 느끼는 보람된 순간이었다.

 

며칠이 지나면 텃밭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배나무의 배꽃이 피어나는 화사한 봄날, 운정골드에이지 노인전문요양원에서 모시고 있는 어르신들과 우리 선생님들이 배꽃 아래서 두 손을 마주 잡고 환히 웃으시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 이 글은 2012년 요양원 원장 재직 시 체험한 글입니다.

 

<시니어리포터 최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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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미랑이
    2018.09.2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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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할 일이 참 많죠~ 잘 익은 배는 정말 꿀맛이라는 표현이 딱인데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 kjh30106
    2016.02.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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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아요.
  • 손민식
    2016.02.1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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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수준이네요
  • 청암(靑岩)
    2015.09.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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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장님! 나무 전지하시는 모습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 새미래
    2013.04.1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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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려...감사합니다! 최상용드림
  • 언어코디네이터
    2013.03.1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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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요양원 원장직을 하고계십니까? 훌륭한 직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