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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작은 행복의 하루
2013.10.15 10:47
 

계절의 수레바퀴를 돌아 초가을의 정취를 맛보려고 다시 찾은 곳은 태양이 작열하는 작년 여름 처음 찾았던  ‘실레 이야기 길’이다. 마을 전체가 ‘봄봄’ ‘동백꽃’등 김유정 작품의 무대인 ‘실레 마을’은 금병산에 묻혀 모양이 마치 시루떡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레길'에 들어서니 길섶에는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위로 잠자리 날갯짓하고, 파아란 하늘 위 구름은 눈이 시리다. 인적이 드문 산골 풍경 속으로 우리는 스며들었다. 살랑이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소곤거린다. 우리도 갈바람에 휘감기며 소곤거린다. 연약하고 수줍고 절제미 있는 수수한 이름 모를 야생화가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예전에는 화려한 꽃들을 좋아했지만 나이 들어감에 따라 못 생겼다는 호박꽃에도 눈길이 가고 왜소하고 함초롬하며 낮게 앉은 야생화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꽃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보는 이의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주위의 친구들도 나이 들어감에 따라 연약하고 보호 본능을 일으킬 것 같은 야생화가 예쁘다고들 한다.


소박하게 행복을 가꾸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서일까?

 

 
 
야생화를 보며 문득 일전에 필리핀에서 가져와 집에서 키우고 있는 화초가 생각났다. 지난 팔월 말에 필리핀 원주민이 사는 ‘리틀 바기오’에서 보름을 보냈다. 두 번 다녀간 일이 있어 원주민들과는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준비한 작은 선물을 가지고 찾아갔을 때 두 팔을 활짝 펴고 반가움에 달려오는 그들이었다.
 
과일나무와 이름 모르는 다양한 들꽃과 깨지고 찌그러진 모종 컵에 예쁜 꽃들도 우리를 반겼다. 아이들은 반가운 손님이 왔다며 몽키 스타일이라고 해맑게 웃으며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온갖 열매를 따 주었다. 열매는 딱딱하고 시고 맛이 없었지만 그들이 대접하고 싶어하는 깊은 마음을 잘 알기에 눈을 찌푸리며 먹고 또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원주민은 자기가 키우던 예쁜 꽃모종을 손에 들려주었다.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웃음꽃을 피운 우리는 선물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은 것이었다. 그곳에는 이름 모를 노란 야생화가 길섶에 사방으로 흩어져 초록 잎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떠나오는 날, 아주 작은 야생화 세 뿌리를 캤다.
 
뿌리의 흙을 털어내고 티슈에 물을 흠뻑 적셔 뿌리를 도독이 감싼 후 비닐봉지에 공기를 넣고 그 속에 조심스럽게 담아 서울로 가져왔다.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을 가지면서 화분에 정성스럽게 심었다. 처음 화초는 새들새들 말라가는 듯하더니 어느덧 뿌리를 내렸다. 새잎이 돋아나고 옆에 가지를 치면서 자라고 있다.

산길을 내려와 산골 마을에 가끔 들리는 음식점을 찾았다. 코다리 찜으로 유명한 ‘시루’는 들어서면 카페 분위기가 난다. 잔잔히 흐르는 세미클래식과 인테리어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산의 정기를 받고 온 우리는 여주인이 자작농으로 재배한 유기농 채소로 만든 정성 어린 음식들로 포만감을 맛볼 수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여주인의 두 손에 달걀이 들려있었다. 암탉 두 마리와 수탉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오늘 낳은 달걀이라고 날로 먹어 보란다. 자연으로 키우는데 비린내가 절대 안 난다고 했다. 오십여 년 전에 날달걀을 먹어 본 후 처음이었다. 젓가락으로 달걀 위아래를 톡톡 작은 구멍을 내어 입술을 작게 오므려서 쪽 빨았다. 입안에서 감돌던 부드러운 액을 마셨다. 도회적인 여주인의 상냥함도 날달걀과 함께 마셨다.

 

 
 
자연이나 사물, 인간이나 사건을 아름답게 바라본다는 것은 바라보는 사람의 내면에 아름다운 시선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라고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 그럼 나도 오늘 아름다운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난 오늘 자연이 주는 행복을 맛보았고 ‘시루’ 여주인의 따뜻한 마음을 맛보았고 동행한 친구의 다정함을 맛보았다. 가을 들판에 핀 꽃처럼 나의 마음의 꽃이 만개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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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청암(靑岩)
    2015.09.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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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텃밭 구경 잘하고 다녀갑니다.
  • 청암(靑岩)
    2015.09.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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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암(靑岩)
    2015.09.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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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텃밭 구경 잘하고 다녀갑니다.
  • 청암(靑岩)
    2015.09.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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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텃밭 구경 잘하고 다녀갑니다.
  • 아로마
    2013.10.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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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마음 꽃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드네요. 가을 나들이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다시 한 번 떠나 볼까합니다.
  • 풍경소리
    2013.10.16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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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나들이에서 피어낸 마음의 꽃이 자연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