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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텃밭은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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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쾌유를 빌며
2014.10.14 08:00

 

"아무개 회원이 장기입원중입니다. 모 병원 서관입니다. 많은 위로 부탁합니다. 총무 올림." 어제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오늘 점심을 하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풍납동 한강변에 위치한 종합병원에 이른다. 광활한 부지에 주차된 차량만 봐도 병원의 규모를 짐작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 병원이 그리 많아도 환자의 수요를 감당키 어려운 실정이다. 세 시간 대기 삼 분 진료.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일층 출입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선다. 너른 실내엔 환자와 문병객, 외래 환자로 북새통을 이룬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삶의 현장임을 느낀다. 두리번거리며 안내 데스크를 찾아본다. 순간 머리에 강한 충격을 느낀다. 아뿔싸! 정신이 혼미해진다. 눈앞에 보여 진 영문(英文)에 눈을 고정한 채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 켄서 인스티튜트(cancer institute). 그랬다. 암병동이었다. 본관 좌측에 붙어있는 특수 병동이다.


우리는 한 직장에서 근무했던 동료였다. 그는 건장한 체격에 잘 놀고 잘 마시고 넉살도 좋은 친구다. 입담도 상당하다. 같이 부부동반 모임을 한 지도 어느덧 이십 년 세월이 되어간다. 여럿이 둘러앉으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어떨 때 보면 무대에서 울고 웃기는 희극배우 같기도 하다. 그것도 모르고 간단한 수술 마치고 퇴원을 기다리는 일반 환자로 알았다. 승강기에서 내려 병실 입구를 잠시 서성인다.


입원 환자의 명단을 확인해 본다. 다섯 명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다. 5인실 창가 침대는 비어 있었다. 잠시 볼일을 보러 간 모양이다. 창문 블라인드 커튼 틈 사이로 드넓은 병원 건너 아파트 숲이 아련하다. 썰렁한 잿빛 도시는 보는 이의 마음마저 울적하게 만든다. 얼마 후 헐렁한 환자복을 입은 그가 들어선다. 얼굴색이 바뀌었다. 노랗게 통통했던 체격은 장작개비 같다. 체중이 14kg이나 빠졌다고 한다.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황달이 심하고 체력이 고갈되어 생기발랄하던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5월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간암 말기라고 한다. 그것도 아주 안 좋은 상태라고 한다. 까무잡잡한 얼굴 4각 뿔테안경 너머 눈자위가 유독 노랗다. 자세히 보니 팔다리도 마찬가지다. 기운이 없어 말도 소곤소곤한다.


아랫니 중앙 치아 한 개가 빠져 말도 새어나온다.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듣기 쉽지가 않다. 쩌렁쩌렁한 목소리 어디 가고 호탕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까. 마음이 착잡하다. 낙천적인 그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희희낙락하기도 한다. 때론 제법 큰 소리로 웃음 짓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니 더욱 안쓰럽다. 검은 그림자 덮친 자신의 운명을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전혀 내색을 안 한다. 추한 모습 안 보이려 애써 태연한 건지, 원래 모습 그대로인지 상당히 혼란스럽다. 


지금은 약물 복용도 않고 뚜렷한 치료도 없이 그냥 누워만 있다고 한다. 황달 때문에 어떤 조치를 못하는가 보다. 그동안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한다. 나도 한동안 모임에 나가질 않아서 근황을 모르고 있었다. 한 달 후 딸을 결혼시킨다고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이다 보니 아마도 서둘러 짝을 맺어 주려는 부모의 심정이 아닌가 싶다. 그간 입원한 사실을 외부에 일체 연락을 안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혼사 문제도 있어 부득이 어제 공지한 모양이다. 진한 연민을 느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병원에 있어야 되나 물으니 내일 수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단다. 얼마전 담낭과 십이지장을 잇는 삽관 수술을 했는데 피떡이 자주 막혀 또 수술을 할 모양이다. 산 넘어 산이다. 지하 식당에 뭐라도 먹으러 가지고 하니 내일을 위해 금식을 해야 한단다. 배웅을 한다며 9층 승강기 앞까지 불편한 몸으로 따라 나온다.


용기와 희망 잃지 말라며 살포시 그의 어깨를 안아본다. 그 좋던 근육질 어디 가고 앙상한 뼈마디만 남았다. 애틋하다. 다시 한 번 등을 두드리며 힘내라 위로해 본다. 손바닥이 아프다. 이건 아니지 이렇게 끝나면 되겠어. 병원에서 경과를 지켜보고 안 되면 차선책이라도 찾아봐야지. 공기 좋은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방법도 있다. 성과는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할 것 아닌가. 강한 의지로 견뎌내기 바란다.


실제 절친한 지인 한 사람은 복수가 차오르고 혼수상태가 지속되는 등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서 쫓겨나다시피 퇴원했다. 그리고 가평 인근 남양주 산속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삼백 평가량 땅을 사서 오십 평은 집을 짓고 나머지는 텃밭을 일구었다. 이주한 지 2년 가까이 두 부부는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검은 머릿결 한 올 없는 백발이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오지에서 흙냄새 맡으며 악착같이 투병했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섭취하고 자연과 더불어 공존했다. 초기엔 가끔 혼절해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 그리고 18년 세월이 흘렀다. 내일모레면 칠십을 바라본다. 그 곳에 안 갔으면 죽었다. 지금은 온전하진 않지만 그래도 쌩쌩하다. 얼마 전 그와 모처에서 점심을 했다. 그도 과년한 딸이 시집을 안 가서 골치를 썩었는데 이번 일요일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어쩌면 동병상련이다.


첨단 과학 장비를 쓰는 현대 의학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불가사의는 분명히 존재한다. 예로부터 죽고 사는 건 하늘의 뜻이라고 했다. 자기 운명은 다 타고 나는 게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아마도 제일 중요한 건 살고자 하는 환자의 의지가 아닐까 싶다. 병원 문을 나서니 강변의 바람이 서늘하다. 가을이 익어간다. 병원 테라스 한 편 철모르는 장미 여러 송이가 탐스럽다. 조롱박과 수세미도 보인다. 길조(吉兆)이길 바란다.

 

<시니어리포터 이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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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 청암(靑岩)
    2015.09.0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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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텃밭 구경 잘하고 다녀갑니다.
  • 실루엣
    2014.10.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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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건강하고 좋은날 되세요
  • 빛나래 vitnarae
    2014.10.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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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들 건강하게 행복하십시오
  • 실루엣
    2014.10.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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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탈하시죠 공감주시어 감사합니다
  • 안단테
    2014.10.1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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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툭툭털고 일어나셨으면 좋겠습니다.
  • 실루엣
    2014.10.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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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분의 응원과 격려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여깁니다 감사합니다
  • 세상만사
    2014.10.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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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서 함께 기원하니 기적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을겁니다.
  • 빛나래 vitnarae
    2014.10.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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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일도 하사불성. 행복하세요
  • 하하호호
    2014.10.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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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습니다. 죽고 사는 건 하늘의 뜻이니 환자가 강한 의지로 이겨나갈 수 있도록 지인들께서 많이 힘이 되주셔야겠습니다.
  • 오차드
    2014.10.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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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사의 갈림길에서 처절한 투병기 같습니다. 의지가 강한분이라 충분히 병을 이겨내고 장수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