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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텃밭은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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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전원일기
2015.06.25 08:00

 
엊그제 그동안 기다리던 단비가 흠뻑 내렸다. 흠뻑이라고 했지만, 도랑에 물도 흘러내리지 않아 많이 부족했지만 두어 달 가뭄 끝에 내린 비라 농사를 짓는 농촌에서는 이만저만 기쁘고 흡족한 게 아니었다. 메르스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 아닌 난리였는데 단비로 시골 농촌에도 흐뭇한 농부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닷새 전에 비닐을 덮어둔 밭에 콩을 심었는데 싹이 트지 않았는데 모처럼 비를 맞아 군데군데 싹이 트기 시작하는 것도 보였다. 흙이 덮이지 않은 콩은 부르트다가 마르곤 했다. 그래서 텃밭에 콩을 뿌렸다. 뿌려둔 콩 모종이 한 잎 두 잎 새잎이 나기 시작해서 짙은 초록색으로 싱싱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새벽 5시부터 본 밭의 이랑에 싹이 트지 않고 있는 곳에 보식했다. 관정의 물을 호수로 물을 주고 콩 모종을 했다.
 
담장 울타리 밑의 당포 댁도 뒤꼍의 텃밭에 풀도 베고 채소를 돌보다가 우리 집을 쳐다본다.
 
“아이고, 당포 댁 왔능기요? 그동안 고생 많이 했지요. 많이 슬펐지요?”
 
“더운 데 문상 와 주어서 많이 고맙니더. 온갖 정성을 다했는데 영감이 그냥 가네요. 사는 사람은 또 살아야지요. 마당의 텃밭에 채소들이 오래 돌보지 않아 많이 죽고 시들었네요”
 
앞집 당포 댁이 돌아왔다. 대장암으로 1년여 기간을 도시 병원에서 병구완하며 고생하다가 결국 다시 올 수 없는 길인 북망산천으로 당포 어른을 보내고 집으로 왔다.
 
“우리 집 콩 모종이 많으니 가져다 심으세요” 하고 콩 모종을 바구니에 뽑아 담 너머로 넘겨주었다. 당포 댁은 마당 텃밭에 콩 모종을 심는다.
 
“남자 손이 필요한 일이 있거들랑 언제든지 이야기하세요.”
 
“예, 고맙니더”
 
시골 마을은 인정이 남다르다. 귀촌한 지도 어느덧 4년 반이 넘는다. 낯선 마을에 정착하면서도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오래된 된장처럼 구수한 인정이 서로 간에 넘치게 된다. 마을에 들어온 지 3년째에 경로당 사무장 일을 맡았고, 이즈음에는 면내 게이트볼회 총무 일도 맡았다. 이런저런 마을의 일을 맡아 하면서도 조그만 농사일도 게을리하지 못한다. 초보 농부의 마음이다.
 
며칠 전에는 마늘도 수확했다. 스무 접이 훨씬 넘는다. 긴 가뭄으로 마늘 굵기도 작고 수확량도 지난해보다 많이 적었다. 그래도 내 손으로 농사지어 창고 처마 끝에 매달아 놓으니 보람이 찬다. 마당 한쪽에 심어둔 앵두나무에도 앵두가 빨갛게 많이 익었다. 앵두를 앞집 파출소장 집에도 한 바구니 따 드리고, 성동 댁 할머니 댁에도 따 드렸다. 농촌의 이런저런 작은 수확물을 이웃과 나눠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단비가 내린 이후에는 농부의 일이 더 바빠진다. 멀리 금호에서 살면서 우리 집 이웃에 사과 농사를 짓는 금호 집도 자주 전화를 한다.
 
“그곳에 비가 많이 왔능교? 비가 많이 오거든 관정 물 전기 스위치 좀 내려 주이소” 전화기 오기 전에 이웃집의 전기 스위치를 미리 내려놓았다. 
 
“엊그제 비가 많이 오길레 집사람이 벌써 전기 내려놓았습니다.”
 
“아이고 고맙네요.”
 
시골 이웃집의 따듯한 인정으로 보살피고 돌봐주기도 한다. 이런 게 시골 산다는 행복이고 인정이다. 내가 조그맣게 베푼 인정은 커다랗게 덩어리 되어 다시 돌아온다. 전원생활의 즐거움은 이웃과 소통하고 이웃과 인정으로 나누면 행복이 배가되어 돌아온다. 이런 것으로도 농부의 전원일기를 쓰는 즐거움이 된다.
 

<시니어리포터 오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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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로 농사를 지으며 구름처럼 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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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3)
  • 백만돌이
    2015.07.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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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좋은 이웃을 두셨습니다.
  • 여유 만만
    2015.07.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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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두나무가 있는집이 꿈이었는데 좋으시겠어요^^
  • 여유 만만
    2015.07.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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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두나무가 있는집이 꿈이었는데 좋으시겠어요^^
  • 청암(靑岩)
    2015.06.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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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속의 집, 정말 반갑고그립습니다. 저 문앞에서 사진찍던 그날이 아련합니다. 전원일기 잘보고 갑니다.
  • 백만돌이
    2015.06.2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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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 집이 평화롭게 보입니다. 부럽습니다.
  • 신필득구
    2015.06.2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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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 많이 목이 말랐지만 장마가 온답니다 비 조심 또 해야만 할것 같습니다. 좋은 수필 잘 보았습니다 건필을 기원드립니다
  • ma non troppo
    2015.06.2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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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적으로 귀촌을 하신 것 같아 참 보기 좋습니다^^
  • 조원자(강산)
    2015.06.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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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심 좋고 사람사는 맛이 나는 시골의 정겨운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오랜만에 뵙는 듯합니다.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 세상만사
    2015.06.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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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투리에 묻어 나오는 인정이 반갑습니다. 귀농귀촌에 대한 조언을 자주 듣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안젤라떼
    2015.06.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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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은 정말 인심이 좋은것 같아요 뭐 그렇지 않은 데도 있겠지만요 음식도 나눠먹고 정말 친척처럼 지내는 그런 관계가 참 보기 좋습니다.
  • 밀키
    2015.06.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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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적인 귀촌을 하셨네요. 도시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어울려 사는 정을 마음껏 누리시며 사십시요. 참 보기 좋습니다.
  • ★레인메이커★
    2015.06.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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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생활의 푸근함이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많은 소식 부탁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꽝찌성사랑
    2015.06.2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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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촌해서 잘어울려서 보기가 좋습니다. 멋있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