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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인줄 알았더니 머루나무
2015.08.1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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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인줄 알았더니  머루나무

 

3년 전 종로 3가 종묘상에서 화분 하나를 샀다. 포도열매처럼 작은 열매가 열려 있어 포도나무로 알고 샀다. 아직 작은 나무이니 크면 열매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산 것이다. 방안에서 키우면 실내 환경도 신선해지고 열매가 익으면 무농약 무공해 열매이니 따 먹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북향이라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다. 이 나무를 산 첫 해에는 창가에 두고 키웠다. 그러나 갈수록 잎이 말라 떨어지고 열매도 그 이상 자라지 않았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키우다가는 죽일 것 같아 이듬해 봄에 오피스텔 입구 화단에 옮겨 심었다. 화단은 늘 잡풀로 지저분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두 번 째 해인 셈인데 그 해에는 화단에 뿌리를 박고 그런대로 잘 자랐다. 열매도 몇 송이 더 달렸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따먹었는지 볼품이 없었다.

 

올해가 3년째이다. 이른 봄부터 이 나무가 왕성하게 자랐다. 황량하던 화단을 줄기가 뻗어나가며 예쁜 잎들이 달렸다. 그리고 꽃 같지도 않은 꽃이 피더니 곧 열매도 무수히 달렸다.

 

처음엔 공용 화단인데 내가 임의로 작물을 심었다고 같은 오피스텔 사람들이 시비를 걸어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었다. 청소하는 아줌마가 주인이 누구인줄 모르니 줄기를 꺾거나 뿌리 채 뽑아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층간 소음 문제로 가끔 갈등하던 아래층 여자가 그날은 기분이 좋았는지 나무가 예쁘다며 한 마디 하고는 지나갔다. 청소 아줌마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노끈으로 벽 쪽 도시가스 관에 큰 줄기를 묶어 놓았다. 오피스텔 뒤편에 가보니 청소 아줌마가 노끈을 따로 모아 두고 있어 나도 새 줄기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 노끈으로 건물 쪽 가스관에 묶어 주었다.

 

어느 날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여기 머루나무가 잘 자라네!” 하는 것이었다. 포도나무로 알고 있었는데 머루나무라고 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머루나무가 맞았다. 산포도라고도 했다. 말만 들었지 머루나무를 몰랐던 것이다. 내 고향 영동에서는 머루 포도가 유명한데 야생 머루와 서양 품종 포도를 개량한 품종이라는 것이다. 우리 집 머루는 포도처럼 송이가 알차지도 못하고 알도 작았다. 맛도 포도과이니 비슷하지만 시고 씨가 대부분이라 먹을 것도 없었다. 그래도 문헌에 보면 연산군이 서리 내린 다음 머루를 상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산 속의 귀물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 이 머루나무는 화단 한쪽 면을 거의 덮었다. 누군가 심어 놓은 고구마 줄기, 자생하는 나팔꽃과 경합 중이긴 하지만 워낙 머루나무가 강세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 해줘야 할 일은 왕성하게 뻗어나가는 줄기를 건물 쪽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비가 온 다음날이나 바람이 많이 분 날은 여기저기 줄기들이 뻗어 올라간다. 다행히 머루나무는 잎이 윗부분에 손가락처럼 갈라져 있어 잎을 걸쳐 놓으면 그대로 고착이 된다. 돼지꼬리처럼 생긴 넝쿨은 방향을 돌려놓으면 그대로 뻗어 나간다. 식물은 남향으로 자라기 때문에 남쪽인 인도 쪽으로 뻗어 나가면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결국 줄기를 누군가 부러뜨릴 가능성이 높다.

 

올 가을, 열매가 잘 익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우리 오피스텔 사람들이 오다가다 머루 열매를 따먹을 것이다. 겨울철에 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줄기 정리나 해줘야겠다. 식물도 감정이 있다니 차마 가지를 꺾거나 하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내년에는 더 왕성하게 자랄 것이므로 그 정도의 성장통은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머루나무에게 안부를 묻고 빠져 나온 줄기를 안쪽으로 방향 잡아 준다. 머루나무는 내 텃밭의 전부인 셈이다.

-글/사진: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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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배꽃
    2015.08.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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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 전 포도나무를 샀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잘 자라고 있군요~~
  • 날다람쥐
    2015.08.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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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그만 공간이지만 녹색 식물이 있는 것이 훨씬 좋아 보이네요
  • 나루
    2015.08.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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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보다 머루가 더 값나갑니다. 거름도 주고 잘 키워보세요.
  • 밀키
    2015.08.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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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 ㅎ 귀여운 텃밭을 갖고 계시군요. 그래도 잘 자라주어 다행입니다. 포도가 아닌건 좀 아쉽지만요.
  • 희망찬 내일
    2015.08.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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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루 오랜만에 보내요 어릴때나 보던 머루를 아파트에서 보게되다니 ㅋ
  • 수호천사
    2015.08.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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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루가 이렇게 자라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