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달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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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앞 상가에 농산물 가게가 새로 문을 열었다. 동네에 너무 많이 몰려있던 미용실 한 곳이 문을 닫은 자리에 개업했는데 나를 포함해서 주위 여러분들이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미 그리 크지 않은 상가에 기존에 있던 슈퍼마켓 외에 바로 옆자리에 비슷한 규모의 슈퍼가 2개나 더 생겼고 거기다가 이 작은 농산물 가게가 명함을 내민 것이니 이 가게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내 장사는 아니라도 걱정이 되었다.
 
세 개가 몰린 슈퍼마켓에서는 시시때때로 서로 경쟁하듯 할인 세일을 해서 우리 소비자에게 나쁠 건 없지만, 수요는 고정적인데 비슷한 가게가 늘어나니 그들의 장사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새로 생긴 농산물 가게는 규모도 훨씬 작고 취급품목도 과일과 고구마, 곶감, 밤, 대추 등 숫자도 적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가게와 차별화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가게 앞 도로에 아주 큰 항아리를 설치하고 고구마를 구웠다. 항아리 군고구마라 불리며 굽는 방식이 독특하니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제법 불티나게 팔렸다. 엄마가 지나다가 물어보니 고구마 구워지는 시간이 좀 걸려서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 주겠다고 했단다.
 
5,000원에 3개인데 집까지 가져다준다니 엄마는 그 고구마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중간보다 좀 큰 크기의 군고구마는 제법 맛있었다. 요즘엔 직화 냄비가 있어 군고구마를 직접 만들어 먹는 집이 많다. 예전에는 외출했다 돌아올 때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에 끌려 고구마장사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집에까지 오는 동안 강추위로 언 손도 따뜻하게 녹이고 맛있는 냄새를 맡으며 돌아오는 귀갓길이 작은 행복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지 길가나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군고구마 장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생각해 보니 집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만 해도 우리 동네와 자매마을을 맺었다는 충남 당진의 농가와 결연해 매년 고구마 수확 철이면 트럭 가득 고구마를 싣고 온 농부에게 박스로 고구마를 사서 집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고구마 굽는 솜씨도 점점 늘어 타지 않게 잘 굽게 되었다.
 
내가 어릴 땐 밤고구마와 물고구마 두 종류가 있었다. 속살이 뽀얗고 포실한 밤고구마가 물컹거리는 물고구마보다 훨씬 인기가 있었고 값도 더 비쌌다. 요즘은 호박고구마가 생겼다. 아마 품종 개량으로 새로 생긴 종류인데 잘 구워 껍질을 벗기면 정말 황금빛의 촉촉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이제는 밤고구마보다 호박고구마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는데 ‘꿀달고구마’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꿀고구마, 꿀밤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았어도 ‘꿀달’이라는 표현은 처음 보았다. 이름만으로도 아주 맛있을 것 같아 주문했는데 5kg 가격이 만 원이고 크기는 사람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을 듯한 큰 거였다.
 
맛이 어떨지 조심스럽게 구우니 와! 대성공, 너무나 맛있는 꿀고구마가 완성되었다. 아주 작은 불로 1시간가량 자주 위치를 바꾸어서 한쪽만 타는 걸 방지했더니 정말로 황금빛에 달콤한 진이 줄줄 흐르는 꿀달고구마가 되었다. 누가 이름 지었는지 정말 딱 알맞은 이름을 지었다. 꿀처럼 달콤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고구마 굽기에 성공했지만, 엄마는 계속 항아리 군고구마를 사 드신다. 겨우 고구마 3개인데도 집까지 가져다주니 고맙기도 하고 시켜먹는 재미가 있다고도 하신다. 군고구마 장사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나는 집에서 군고구마를 구우며 작은 행복함에 웃는다.
 

<시니어리포터 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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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박혜경 (sunny1004)
시니어리포터, 저도 당당히 참여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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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정용길 3월22일 오전 7:25
군고구마까지 배달되는 시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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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3월21일 오후 7:06
꿀맛같이 단맛을 느낀 고구마 이름이 꿀달고구마였네요...ㅎ 예전같으면 봄철에는 싹이나서 고구마 맛이 좀 그랬는데 요즘은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도 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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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 3월21일 오후 8:47
이름부터 정말 맛있어 보이죠^^꿀달고구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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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영 3월21일 오후 2:02
고구마 정말 맛있어요..
몇년전에 일본 최고의 대학 동경대에서 90여개가 넘는 채소들을 연구해 보니까
그중에 항암 효과가 가장 좋은 것이 고구마였다고 해요..우리가 보통 최고의 항암효과로 꼽는 마늘,양파,브로콜리,토마토를 앞지르고 당당하게 항암효과 1위를 차지했다고 하더라구요..정말 대단한 작물이에요..몸에 좋은건 보통 입에 쓰다고 하는데,고구마는 오히려 맛도 좋으니까 말이에요^^..많이들 드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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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 3월21일 오후 8:46
와ㅡㅡ그런가요?^^고구마는 맛도좋은데 항암효과도 크다니 더 많이 먹어야겠네요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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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3월21일 오전 9:35
목이꽉 메이는 밤고구마~ 어릴적엔 참 맛있었는데 요즘은 호박고구마가 달달하니 넘 맛있어요^^ 사람 입맛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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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 3월21일 오후 8:44
은아님^^ 정말 어릴땐 방고구마라 부르며 밤고구마만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부드럽고 달콤한 호박고구마가 더 맛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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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주 3월21일 오전 9:12
보기만 해도 맛있음이 느껴지네요.*^^* 저도 밤고구마를 좋아했었는데 요즘엔 호박고구마만 먹게 되더라구요. 목이 덜 막혀서 그런지. . . 참 보관을 잘 한 고구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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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 3월21일 오후 8:42
잘 구워졌죠?^^ 이제는 고구마 장수처럼 맛있게 군고구마를 만들수있게되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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