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일인데... 라는 친구
어찌어찌해서 경의중앙선이라는 전철을 왕십리역에서 갈아타고 용문역 종점에 내려서도 택시를 타면 10,500원이란 미터 요금을 내고 내려야 하는 산골짜기에 살게 되었다. 어느새 이틀이 있으면 벌써 3개월이 된다. 물론 전부 해봤던 일이긴 하지만 어느 것 한 가지도 요즘 들어 해 보지 않던 일을 다시 시작했더니 잊어버린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 서툴렀다. 이미 시니어로 들어섰으니 간도 짜졌다. 바다에서 갓 잡은 생선에 어부들은 소금을 보란 듯이 뿌려댄다. 상하지 말라고 말이다. 소금에 절여서 들여오면 상함이 없이 깨끗하듯 시니어로 갈수록 간을 해야 온 장기가 썩지 않는다고 들었다. 예전부터 어르신들이 반찬을 하면 좀 간이 세진다고 한다. 저절로 우리 몸이 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단다. 그런데 의사들은 짜게 먹지 말라, 달게 먹지 말라고 당부하니 그렇게 말을 의사들이 하면서부터 우리나라에는 암이 많아졌다며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으라고 자연요법을 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말한다. 모두 본인이 알아서 할 일 같다.
 
이래저래 모든 것이 서툴러져 있는 상태로 아이의 식단을 짜서 부엌살림을 하다 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연세 많은 어머니와 생활을 7년이나 해온 탓으로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맛도 나와는 무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머니께서 나보다는 짜게 드셨고 그 맛이 입에 맞는다고 하며 얼마나 살겠다고 내 입에 안 맞는 맛을 먹어야 하느냐며 기분 상해하곤 해서 될 수 있는 한 어머니 입맛에 따랐는데 아무튼 한동안 이리저리 실패한 반찬으로 마음이 안쓰럽다. 아들은 입에 맞아 하며 아주 잘 먹었지만 어쩌다가 별로인 얼굴로 밥을 먹고 있는 아일 보면 영 기분이 언짢아지곤 했다. 원래 상냥한 성격이라 맛있다는 말을 해 가며 먹어주기는 하나 내 나이가 얼만데 그 상황을 모를까. 내심 아이에게 미안해서 할 말이 없어지곤 했다. 석 달 열흘이면 100일.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이든 100일은 해야 한다 하고, 100일 기도도 드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100일이 지나야 안심을 하듯 그만큼 100일을 중시 한다. 그런데 이 새로운 나의 생활도 100일이 가까워오고 있는 지점이다. 이제 열흘 좀 지나면 100일이 되니 나도 거의 마스터할 거 같다.
 
겨울에 왔는데 벌써 봄기운이 스멀거리는 아침을 맞고 있다. 개나리꽃도 피어오를 듯 줄기에 물이 올라 있고 밭에는 냉이와 달래를 캐는 여자들 모습이 눈에 띈다. 밑에 집 친구가 뭔가 밭에서 호미질을 하는 게 보였다. 음료수를 가지고 가서 보니 풀을 뽑는 중이라고 했다. 내가 냉이를 캐야겠다고 하니 본인은 냉이를 별로 안 좋아한다며 내가 캐서 넣는 그릇 속에 눈에 띄는 냉이는 넣어준다. 물론 나도 풀을 열심히 뽑았다. 밭일을 다 하고 나니 꽤 많아졌다.
 
툭툭 털고 들어오다가 다른 쪽 밭에 있는 파란 잎을 보며 이건 뭐냐 저건 뭐냐 묻자 원래 전라도에서 살았던 친구는 하나하나 친절하게 가르쳐주며 예전에 어렸을 때 나물 캐러 다녔던 옛날을 얘기해준다. 그러면서 내가 자꾸 캐자 봄나물은 거의 탈이 없다며 뭐든 다 캐라고 귀띔해줬다. 내가 말없이 자꾸 캐니까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곁에서 열심히 뜯는다. 우린 말도 없이 열심히 손을 놀려 바구니에 수북하게 캤다. 우리 이걸로 비빔밥을 해 먹을까? 하자 좋단다. 우린 얼추 다듬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쌀을 씻어 안치고, 나물은 조심스럽게 뭔가 씹힐까 검불이라도 있을까 여러 번 씻어 데쳤다.
 

[내가 캔 냉이]         

 

그녀는 이까지 들어내 보이면서 웃어 가며 큰 그릇에 여러 가지 양념간장으로 참기름도 넣고 썩썩 비비더니, 나는 손님이라고 큰 대접에 본인은 이가 아파서 치료 중이라고 작은 그릇에 담더니 먹잔다. 원래가 음식점을 했던 분이라 양이나 간에는 박사였다. ‘와아. 남이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네. 또 봄 내음이 가득한 따스한 밥을 친구랑 먹다니 완전히 봄을 먹는 기분인걸!’ 우린 정말 맛있게 먹었다. ‘친구 덕에 오랜만에 맛난 점심을 먹네! 내가 여기 들어 온 지가 벌써 10년이 돼가는 거 같아. 그때는 건강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 내가 얼마나 살까 싶었는데...’ 그러면서 실눈을 뜬다.
 
밤낮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며 건강에만 힘을 쓰고 운동을 해가며 지금의 몸을 지탱해 왔다며. 봄이면 온갖 나물을 뜯어 먹었고 그 당시에는 산나물도 많았다고 했다. 이젠 사람이 많이 들어와서 산나물은 거의 없어졌단다. 이제 가을이 되면 밤하고 감, 그리고 잣을 엄청 줍는다는 솔깃한 얘기를 해준다. 잣은 겨울난 게 많아 아직도 줍는다는 얘기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우리 집에 와서 얘기를 건네준 친구로 서로가 가끔 시간이 나면 서로 오고 가는 사이가 되었다. 좋은 친구다.
 
좋은 공기와 종일 정말로 조용한 산골짜기에 딱 한 가지. 교통편이 없다는 불편만 뺀다면 그야말로 시니어에겐 말할 수 없이 좋은 환경 같다. 거기에 마음 맞는 친구도 있으니.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
 
‘언니, 정말 멋진 환경에 예쁜 손녀랑 살다니 완전 복 터졌네!’
‘아니 보모가 되었단 말이야? 늘그막에 웬 벼락?’
‘아이구. 웬 짐? 아무리 잘해줘도 고맙단 소리도 못 듣는’ 안쓰럽다는 표정이 역력.
‘아들하고 산다고? 어려워서 어찌 지나나. 그저 건강 잘 지켜.’
 
이 사람 저 사람 자기들이 겪은 대로 내게 응해주는 태도도 가지각색이다. 자아. 이제부터 나는 어떤 길로 들어설 것인지. 친구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하루하루 즐기면서 건강만 잘 챙기면 이만큼은 살았으니 무슨 걱정이 더 있겠느냐. ‘아픈 게 무섭지 죽는 건 전연 안 무섭다.’는. ‘아프면 매일 죽을 맛이지만, 죽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일인데.’라는 친구랑 오늘도 웃는다.
 

<시니어리포터 육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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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육영애
좋은 뜨락에 벗들이 모였다!! 따스한 차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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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노재선 3월24일 오후 6:00
맛난 나물에 비빔밥~~ 침이 넘어가네요. 좋은곳에서 좋은친구와 ....
생각만해도 그려지는 좋은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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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4일 오후 8:16
아... 정말 좋은 친구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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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3월24일 오전 9:16
나는 전철의 이쪽 끝 문산으로 출근하는데 반대편의 용문이라니! 거기서 계속 사실 것인니가요? 산촌에도 익숙해지면 살겠지만 워낙 도시의 단물이 베어있으면 어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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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4일 오후 1:28
헉 경의 중앙선 반대편에 서로 있군요. 문산행을 가끔 만났었는데... 이 나이되니 적응도도 빠르네요. 뻔한 일들이라... ㅎㅎ 건강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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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3월22일 오전 7:28
마음 맞는 이웃을 찾으셨다니 낯선 곳에서 생활하기가 한결 수월하시겠습니다.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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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3일 오전 12:17
네 그렇더라구요... 그저 쪼르르 달려가면 친구가 맞아주니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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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호 3월21일 오전 8:38
봄의 전령 갖은 나물들과 함께 손녀와의 상큼한 삶이 되시기 바라옵니다.
어여튼 많이 건강하시고 고운 모습 계속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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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1일 오후 11:02
정말 몇 10년 만에 내 손으로 캔 봄나물에 입맛이 확 돌았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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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3월20일 오후 11:34
아름다운 글 잘 읽고 웃으며 나갑니다. 선배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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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1일 오후 11:00
감사합니다... 언제나 똑부러지게 못 살아서 흠이 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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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환 3월20일 오후 9:05
참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삶을 보내시네요.글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철철 넘쳐 흐르네요. 아들과 함께 자연과 함께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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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1일 오후 10:59
거기와서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싶어서 들어왔다고 서슴없이 말하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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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3월20일 오후 6:46
봄나물의 향내가~~~......웃음이 넘실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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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1일 오후 10:58
와르르 웃는 소리는 없고 그야말로 히죽이 웃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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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3월20일 오후 12:00
아이를 위한 식단도 그렇지만 냉이도 캐고 ...어른에게는 딱 좋은 삶인데 말이죠...ㅎ 정말 삶이 달라 지셨어요. 요즘은 '할마'로 사는 분도 많다고 해요. 손녀에게는 큰 의지가 될 듯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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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0일 오후 6:56
ㅎㅎ 그렇근요. 신나게 얘기하다가 손녀는할머니를 엄마라고 칭한 줄도 모르고 그냥 끝까지 헷갈려 가며 얘기를 할 때는... 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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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3월20일 오전 11:46
글을 읽다 마음 저 안에 얇은 어름 같은 그늘이 내리네요. 동네 분도 사귈 만큼 되셨으니 다행스럽긴 하면서도요. 냉이 냄새가 여기까지 날아와 한껏 들여마셨어요. 마음 부치고 살면 그곳이 곧 고향이라는 말을 따라가면 한층 더 편안해질 날이 올 거라 믿어요. 영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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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0일 오후 6:54
감사, 감사합니다.... 마음 저편까지... 이겨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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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3월20일 오전 10:50
부럽다에 `~백만 표 입니다. 제가 바라는 삶인대요, 저는 좋은곳에 송곳하나 꼿을 땅이 없으니 한칸짜리 집도 지을수 없고
함께 밥 먹어 줄 착한 남편도 없고 ,그 외에도 없는것 투성이라 꿈만 꿉니다.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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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0일 오후 6:53
훌쩍 놀러오시와요~~ 그 인생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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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주 3월20일 오전 8:48
아유~~~싱그런 봄나물 비빔밥의 맛이 느껴지는 듯 하네요. 힘든 생활이지만 그 가운데 누리는 기쁨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루 빨리 아들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 다시 아이와 함께 행복해 지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 때 까지 건강하게 화이팅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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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3월20일 오후 6:52
하하하.... 눈에 불키면 어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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