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위의 서시(序詩)는 세 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연은 '하늘-부끄럼' 둘째 연은 '바람-괴로움' 셋째 연은 별-사랑'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 시집의 서시인 이 작품은 시집의 전체적인 내용을 암시한다. 광복 후 카오스 시대에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따스한 위안과 아름다운 감동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별이 된 시인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 서거 72주기를 맞아 영화 '동주'를 감상했다.
 
 
영화는 줄곧 흑백으로 진행된다. 이름도 창씨개명을 해서 일본 이름만 쓰게 하고, 언어도 조선말을 못하게 감시하고 일본말만 하게 만들고, 모든꿈도 빼앗겼다. 이런 모든 색을 빼앗겼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진한 색채로 영화를 다채롭게 만들어 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동주 아버지가 "의술을 배우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지 않겠니? 그것이 글 한 줄 쓰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일 아니야?" 하던 대사가 귓전을 맴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돈벌이를 제일로 치부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찌 이리 같을까. 동주가 의사가 되었더라면 길이길이 이름이 남겨졌을까?
 
기억에 남는 대사가 여럿 있다. 정지용 왈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것이 아니야." 동주 "시어는 하나하나 따져가며 읽는 것이 아니다." 심문하는 고등 형사에게 뱉은 말이다. 송몽규 아버지 "버텨야 한다. 끝까지 버텨야 한다." 마지막 몽규 면회 온 아버지의 울부짖음. 이 임팩트 있는 대사가 몇 날을 귀에서 쟁쟁거려 괴로웠다.
 
 
일본으로 유학 갔던 학생들이 줄을 서서 바닷물 주사를 맞던 장면과 동주도 결국 그 바닷물 주사 때문에 죽어가던 모습이 선연하다. 일본 여행 갔을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이 일제 강점기 때와 중국 난징대학살 때 생체실험을 많이 해서 의약품과 화장품이 아주 좋다고 많이 사가라는 거다. 순간 나는 대단히 불쾌하고 흥분했다. 그러자 일행 한 분이 "그때 수많은 이에게 바닷물 주사를 투여하지 않았다면 비브리오 패혈증 같은 존재는 훨씬 늦게 발견되었을 겁니다."라고 한다. 그분과 얼굴을 붉히며 설왕설래하다가 길잡이의 센스 있는 제스처로 멋쩍게 마무리하고 말았다.
 
우리는 하늘을 우러러 당당할 수 있는가. 시 하나에 추억과 시 하나에 사랑과 시 하나에 쓸쓸함을 녹여 낸 동주! 한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이종사촌 윤동주와 송몽규. 두 청년이 단명하지 않았다면 나라를 위해 얼마나 많은 큰일을 해냈을까. 나라 잃은 서러움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 땅의 젊은이들이 많이 봐야 할 영화다.
 


이 영화에서 보면 윤동주는 과정이 좋지 않지만 결과가 좋았고,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과정이 훌륭했던 사람이다. 송몽규도 시를 썼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의 시 <밤> 한 편을 소개한다.

 
밤  
                      꿈별(송몽규 필명)
 
고요히 침전된 어둠
만지울 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 쉬파람분다
 

<시니어리포터 이용훈>

추천하기11
  • 페이스북 공유 트윗터 공유 Google Plus 공유
시니어리포터 이용훈
까치 한 마리 / 담장위 서 있구나 / 홍시 아래서
Copyright ⓒ 시니어파트너즈 & Yourstage.com 저작권은 시니어파트너즈에게 있습니다.
나도 한마디
육영애 3월27일 오후 6:27
일본인들의 생체실험... 너무나도 악독한...
답글쓰기
이용훈 3월27일 오후 6:47
지나간 글도 읽어주셨군요. 그러게요. 즐겁게 여행하다가도 한 번씩 욱 하더라구요. 고맙습니다. 육선생님 글이 친숙해져서 뵙고싶네요.
답글쓰기
정용길 3월22일 오전 7:22
각자의 방법으로 나라를 사랑했던 두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답글쓰기
이용훈 3월22일 오전 9:12
네,성숙된 대학생의 면모를 보았지요. 고맙습니다.
답글쓰기
조원자 3월21일 오후 7:43
우리의 젊은이 동주와 몽규에 대한 글은 읽어도 읽어도 또 읽고 싶은 글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시대에 태어난 이들이 안타깝습니다.
답글쓰기
이용훈 3월21일 오후 7:47
정말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일찍 성숙했어요. 지금 청소년들이 좀 배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답글쓰기
박옥희 3월21일 오후 7:13
저 영화 못보고 말았답니다...ㅎ 아쉽기만 합니다. 언제 다시보기로 찾아 보렵니다...ㅎ
답글쓰기
이용훈 3월21일 오후 7:19
네, 저도 지난 해 어영부영하다가 놓쳐서 집에서 볼까 했는데, 집에서 보면 졸아서 안되겠더라구요. 마침 송파구민회관에서 상영하길래 관람하게 되었답니다.
답글쓰기
이용훈 3월21일 오후 7:21
송파구민회관에서 매주 목요일 10시와 오후2시에 괜찮은 영화 공짜로 볼 수 있어요. 부지런만하면 우리나라가 복지가 잘 되어 있다니까요.
답글쓰기
천상영 3월21일 오후 2:13
혼란한 시대에 자신보다 나라를,민족을 위한 마음을 가진다는건 정말 어려운일 같아요..
여유란 생존에 필요한 기본양식이 해결된후에야 생기는데 말이에요..
긴박함이 절박함이 생존의 시계보다 빨랐나 봅니다..
답글쓰기
이용훈 3월21일 오후 6:43
네, 맞습니다. 동주와 몽규같은 젊은이들이 오래 살았어야 하는건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답글쓰기
김은아 3월21일 오전 9:25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것도 애국이라던 역사 강사에 말이 생각납니다. 존경스런 맘을 담아 지금을 살아가는 저도 열씨미 살아야 겠습니다.
답글쓰기
이용훈 3월21일 오전 9:32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글쓴 보람이 느껴집니다. 봄날 행복하세요.
답글쓰기
윤옥석 3월21일 오전 9:20
시 속에 함축된 의미가!!!............우리들의 마음을~~~
답글쓰기
이용훈 3월21일 오전 9:30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답글쓰기
양명주 3월21일 오전 8:54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자 자신의 인생을 바친 분들의 넋을 기립니다. 지금 다만 몇 분이라도 그런 애국하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답글쓰기
이용훈 3월21일 오전 9:15
극장가에서 디스토피아 영화가 판을 치는 현실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한 번쯤 '국가'라는 단어를 생각케하는 이런 리얼한 영화 상영이 절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답글쓰기
전찬호 3월21일 오전 8:33
예. 저도 보았습니다. '국가'가 얼마나 우리에게 필요존재감을 알게 해준 영화이지요.
작금의 중국넘들 작태가 장난이 아닌 데 ... 나라는 어지럽고 제대로된 대응도 못하고 ...
송몽규의 '꿈별' 잘 보았습니다. 동주의 친구 몽규 ...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답글쓰기
이용훈 3월21일 오전 9:07
네, 공감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대사 한 마디 마디가 어찌 그리 긴 메아리로 가슴 골짜기를 울리는지 쓰지않고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답글쓰기
최고
사랑
기쁨
슬픔
응원
놀람
감사
선택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