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쳐가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이 기억할 것이다. 3년 전에 강남 H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이 분신자살한 사건이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한 입주민의 언어폭력과 인격적 모욕,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분신자살을 한 것이다. 입주민이 5층에서 음식을 던져주며 먹으라고 했고, 사사건건 업무 외의 지시를 했고, 욕설했다고 한다. 다른 동으로 배치를 요구했으나 관리회사 측에서 의견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모욕과 울분으로 분신까지 하였을 때는 그의 아픔이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되었다.
     
      
 
남쪽 지방에 사는 친정 동생 집에 며칠 다녀오던 늦은 밤, 아파트 안으로 차가 진입하려는데 낯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경찰이 주변에 포진되어 있었고, 관리실 앞에 마련된 분향소 주변에 유가족이 아닌 XX 노총 사람들이 제례 상복을 입고 불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집에 들어와 인터넷으로 사건의 내막을 알 수 있었다.
 
무지하고 몰지각한 행동을 한 입주민으로 부당한 대우와 모욕에 생을 마감했으니 고인과 유가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공분했다. 스마트폰으로 본 SNS 댓글에는 우리 아파트에 대한 비난과 성토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다음 날, 어떤 모임에서 화제는 단연 경비원 분신자살이었다. 난 그곳에서 입주민의 한 사람인 것을 말할 수가 없었다.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는 기분이었다. 실은 우리 대부분 입주민과 경비원들과의 관계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서로 인사하고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간간이 또는 특별한 날에 조그마한 성의를 보여주는 입주민들이 의외로 많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든다고 하더니. 성실하게 사는 입주민이 훨씬 더 많은데 어떤 특정인이 가끔 일으키는 문제로 집단 매도를 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죄인 아닌 죄인으로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그 시간을 보냈던 것인데 오늘 ‘분신 경비원... 어떤 책임을 졌을까?’라는 기사가 실렸다. 가해자와 입주민에 대한 비난의 댓글이 또 줄을 이었다.
 
가해 입주민에게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 하여 위자료 2,500만 원, 관리하지 못한 관리회사의 산업 재해를 인정한 판례가 나왔다고 한다. 법원이 감정 노동을 산재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건을 일으킨 입주민이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어서 내지 못한다고 한다. 본인의 횡포로 한 사람이 세상을 떴는데… 재산이 없으면 자식이라도 나서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깝고 울분의 마음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우리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비원 분신자살과 대한 항공 회항 사건 등의 갑질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갑을 관계는 계약서에서나 보였던 용어인데 우리 사회에 만연된 것 같다. 일반적으로 힘의 불균형한 상황으로 갑과 을이 통용된다고 한다. 우리는 때로는 갑의 위치에서 때로는 을의 위치에 서 있다. 을로 살아간다는 것이 자괴감과 무력감을 수반하고 때로는 감정이 분노와 적개심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소한 권력이나 이해관계에 휘둘려져 생기는 갑을 관계가 없어질 날이 올까?
 
극소수가 행한 잘못으로 다수를 미필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구태는 청산되어야 한다. 편파적이고 자극적인 언론 보도도 자성해야겠다. 표현의 자유 시대에 살지만, 인터넷에 익명성으로 확인되지 않은 일의 거센 공격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 기사의 댓글이 가벼운 시선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 모두 사회와 제도로부터 오는 상처로 지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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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김혜옥 (아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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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정용길 3월22일 오전 7:24
약자에 대한 갑질은 사라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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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3월22일 오전 9:53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요.
어떤 회사원이 쓴글을 보았지요. 자기 차가 들어가려는데 회사 높은 분이
온다고 통과 한 다음 들어가라고 했데요 . 갑질이죠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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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환 3월21일 오후 10:48
저도 몇일 전 본의 아니게 주유소 여직원에게 갑질 노릇을 한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잘 못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친절한 시민이 될거라고 맹세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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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3월21일 오후 11:20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갑질을 하고 또는 당하고 사는 것 같아요. 방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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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3월21일 오후 7:52
어제 화재사건에는 경비원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주민을 대피하라고 알리다가 쓰러져 죽었다지요. ...두 분 다 연세가 드셨을 텐데...서로 이해하며 살아가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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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3월21일 오후 11:18
안타까운 사건들 이였지요. 가족들의 아픔이 느껴지지요. 모두 그 집안에 가장 이였을텐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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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3월21일 오후 7:09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을 생각하니 점점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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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3월21일 오후 11:16
비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면 많이 피곤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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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3월21일 오전 9:33
무관심과 이기적 배타심이 물들어 있는거같아요. 같이사는 세상인데..메말라가는 사람들 마음이 요즘은 너무 황폐하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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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3월21일 오후 11:14
개인주의가 팽배한데 이기심으로 타인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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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주 3월21일 오전 9:08
참 부끄럽고 마음 아픈 사건이었지요. 결혼한 제 딸의 아파트 경비원은 거의 10년 가까이 같은 분들이 근무하시고 있어 아주 좋던데요~~~주민들 뿐 아니라 그 방문 가족들 얼굴도 다 아니까 든든하구요. 아직은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에 마음이 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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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3월21일 오후 11:12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서로 관계가 좋지요.
전 일전에 외출했는데 갑자기 가스 생각이 나더라구요. 경비 아저씨께 아파트 비번 알려주고 들어가봐 달라고 부탁도 했어요. 서로 신뢰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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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호 3월21일 오전 8:29
극소수로 인한 다수의 미필적 범죄 ... 공감합니다. 이 세상에는 참 좋으시고 착하신 분들이 많지요.
그런데 가끔은 보면 정말 가슴속에서 말하고 미워하고 쥐어박고 싶은 사람들이 조금은 있습디다.
물론 아닌 것과 다른 것 그리고 틀린 것이 모두 배반적으로만 생각되어서는 안되지만 ...
어여튼 위와 같은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것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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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3월21일 오후 11:09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인데 비일비재하니 안타깝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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