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런 날벼락 같은 일이!
 
아직도 가슴이 뛰어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무슨 이런 날벼락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 사건 정황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어제 저녁을 먹는데 아무래도 오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던 몸이 자꾸만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평소에 안 하던 병원 순례로 아무래도 무리가 됐던 모양입니다. 저는 기관지가 약해 유독 감기에 민감한 데다 많지는 않지만 천식 기가 있어서 그 즉시 약을 먹지 않으면 시간이 오래 지나도록 고생을 하는 편이죠.
 
사다 놓은 상비약이 남아 있질 않아 식사 후 어머니가 서둘러 나가시는 걸 미처 만류하지 못했습니다. 편의점이 비교적 가까운 데 있어 급하면 편의점 감기약을 이용하곤 하거든요. 워낙 초고령화 가족인 관계로 밤에는 보호 차원에서 주로 아버지가 나가시곤 하는데 어제따라 말릴 사이도 없이 어머니가 나가시는 겁니다. 가끔 저녁 바람을 쐬기도 하시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들어오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들어오시는 겁니다. 집 뒤에 있는 텃밭까지 들러 오시나 했는데 왠지 불안해지더군요. 밑으로 내려 가봐야 하나 하는 찰나, 자동 키 열리는 소리가 나는데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오시질 못하는 겁니다. “나 좀 어떻게 해줘~ 많이 다친 거 같아...” 하시는데 심장이 덜컥 멎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집 앞 지상 주차장에서 슬리퍼가 꼬여 넘어지셨다는데 일어서지질 않아 거의 기어서 엘리베이터를 타신 모양입니다. 사람도 없었으니 얼마나 난감하셨을까요.
 
제 어머니는 84세이십니다. 고령이시지만 지금껏 여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냉장고에 휴대폰을 넣는 일 같은) 한번 하신 적 없고 건강했던 저보다도 더 건강하십니다. 단, 작년부터는 부쩍 힘들어하시는 게 보여 어머니도, 가족들도 모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죠.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허리를 다치신 것도 아닌데 넘어지는 순간 오른팔이 세게 바닥에 부딪히면서 앞니가 주차장 방지턱에 부딪혀 입안에서도 약간의 피가 흐르고 무릎에도, 오른팔에도 너무 끔찍할 만큼 멍이 들었습니다. 걱정은 오른팔에 스치기만 해도 자지러지시니 전혀 움직이질 못하시는 겁니다. 워낙 경황이 없었고 일단 상태를 좀 지켜보자고 우기시는 바람에 거실에 이불을 깔아 급하게 자리를 만들었죠.
 
유독 겁이 많아서 벌벌 떠시는데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정말 죽을 것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넘어지면서도 손에서 약을 놓지 않으려고 어찌나 안간힘을 쓰셨던지 약이 든 종이갑이 심하게 구겨지고 찢어지기까지 했더군요. 그걸 보니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불효도 이런 불효가 있을까요. 안 그래도 건강을 돌보지 못해 요즘 죄지은 기분인데 한낱 감기약 때문에. 일단 집에 있던 타이레놀(진통제) 두 알을 드시게 했더니 그래도 반대편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12시가 넘어 신음을 내며 잠이 드셨습니다. 저야 물론 그 밤이 길고도 길었죠.
 
문제는 다음 날(오늘) 아침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기분은 전날보다 좋아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가만히 앉아계셔도 너무 아프다며 계속 흐느껴 우시는 겁니다. 어머니도, 저도 눈물 많고 통증에 민감한 편이긴 하지만 누가 건드리지도 않는데 화장실도 못가고 울 정도라면 분명 금이 가거나 골절이 의심되는데 생전 병원 문턱을 넘어보지 않은 어머니는 병원이라면 열 길을 뛰시니 온종일 세 식구의 실랑이는 지치도록 계속된 거죠. 그러다 저녁에야 어머니가 통증에 지치셨고 119를 불러 일산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저녁 5시쯤 출발했는데 그 시간, 병원엔 환자들이 어찌나 많은지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버진 엄마가 엄살이 심하다며 실금 정도일 거라고 큰소리를 치셨는데 어깨에서 약 3~5cm 아래가 깨끗하게 뚝 부러졌다고 하더군요. X-Ray 사진을 세 번에 걸쳐 몇십 장을 찍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뼈를 맞추는데 예전에 정형외과에도 잠깐 있었어도 그땐 부러진 뼈를 맞추는 건 직접 보질 못했는데 정말 끔찍했습니다. 엄마가 혼절이라도 하시는 줄 알았으니까요.
 
사진 찍고 뼈 맞추는 것만으로도 9시가 넘어서 집에 왔으니 우리는 지금 기진맥진한 상태입니다. 모레 다시 가서 담당의가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네요. 골절 위치가 깁스하기에 애매한 위치라서 깁스도 못 했고 만일 부서진 뼛조각들이 안에 있으면 조각 맞추기를 해야 하니까 수술을 해야 한다는 거죠. 목에 거는 보조기를 한 채 주무시는 어머니는 완전 그로기 상태가 된 듯합니다. 그렇게 매사 똑 부러진 어머니였는데 어느새 작은 아기가 돼버린 듯 힘겹게 잠드신 어머니. 저 역시 감기는 생각할 겨를도 없고 아직 서울에 가서 두 가지 검사를 더 해야 하는데 참 난감하네요. 오늘도 어머니 죽 끓이고 아버지 식사 챙겨 드리고 집안일에 병원까지 쫓아다니다 보니 제가 숨을 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엄마가 깨신 모양입니다. 병원에서 준 진통제가 한 보따리더니 이유가 있었네요. 그래도 이 고통조차 아직은 견딜만한 고통이라고 위안으로 삼아야겠죠? 사람이 간사한지라 처음엔 뼈가 부러졌다는 말이 심각한 선고로 느껴지더니 지금은 수술만 안 하게 된다면 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시니어 선생님들도 조심 또 조심하시고 저희 모녀를 위해 기도 좀 해주세요. 거미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시니어리포터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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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이영란 (레드)
모퉁이 돌아 작은 상자를 열면 오늘도 거기, 내가 앉아있을까. 가을바람에게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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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조갑환 6월19일 오후 10:58
참 안타까운 일이 생기셨군요. 어머니가 빨리 쾌유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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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6월19일 오후 8:48
부모님의 자식사랑 마음에 짠해 집니다.
마음이 아프시지요
시간이 흘러야 안전되고 나아지겠습니다
저도 어제 친정 다녀오며 우리가 해 먹을 수있는 밑반찬을 해 주시는데
반가움 보다 마음이 아팠어요
부모님 사랑은 끝이 없네요
어머님 어서 왠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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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6월19일 오전 11:02
별일 없으시길 기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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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6월19일 오전 10:49
쾌유를 빌면서..........님의 孝誠스러움이 메아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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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6월19일 오전 9:56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밖에요. 이른 더위에 골절이라서 어머님이 고생스러우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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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6월19일 오전 8:04
에구... 이런 일이 없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수술이라도 피하시게 되었다니 그만하시길 다행입니다.
레드님이 많이 힘들겠어요.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갈테니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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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6월18일 오후 11:07
여든이 넘으신 어머님이 따님의 약을 사러가시다가... 이를 어째요? 고생이 심하시겠습니다. 그러나 또한 이만한 게 다행이라 여기시고 얼른 나으시기를 바랄뿐입니다. 영란님이 당분가간 힘드시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셔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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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6월18일 오후 7:17
연세 드신 분은 슬리퍼 신고 외출하시면 안됩니다. 잠깐이라도 운동화를 신고 나가야 합니다. 레드 님 어머님 빠른 쾌유를 빌면서 레드 님도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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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학 6월18일 오후 5:15
어른들한테 제일 무서운 것이 넘어지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뼈가 약해져서 가볍게 넘어지셔도 뼈가 부러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가능하면 수술을 안하시도록, 그리고 어머님이 빨리 쾌차하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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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6월18일 오후 5:02
제가 시력이 갑자기 떨어져 안과에서 정밀검사를 받고 한 열흘 컴을 열지 않았습니다.
오늘 살짝 들어왔는데 영란님의 글 서두에서 그만 놀라고 말았습니다. 물론 어머니 일도 큰 일이긴 하지만요.
힘들어서 어떡해요? 말이란 너무나 뻔해서 잘 극복하시길 바랄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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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6월18일 오후 3:49
에고...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고들이지요.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의사처방대로 잘 하셔서 낫기를... 그리고 더욱 더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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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6월18일 오후 3:24
정말 고생하셨네요. 어머님과 이선생님이 함께 고생하셨네요. 어머님이 빨리 완쾌하셔서 정상 생활을 이어가시길 기원 드립니다. 나이가 들수록 항상 조심하는 것이 최우선 인 것 같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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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덕 6월18일 오전 10:57
쾌유 기원합니다.
그리고 영란씨 자신의 건강도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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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6월19일 오후 3:31
네, 고맙습니다. 갑자기 삼시세끼 만드는 것부터 정신없더니 이제 적응이 돼가는 것 같아요. 근데 폭삭 늙어버릴 것 같아 걱정이긴 합니다. 하하~ 답글도 지금처럼 아기 재우듯 환자 주무시는 시간에만...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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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6월18일 오전 10:40
아이구 ~ 어쩌면 좋아요, 80이 넘으셨으니 치료를 잘 받는다고 해도 완전회복은 힘드실꺼에요.
회복 시간이 길어지다보면 정신적인 문제도 생길수 있으니까 이선생님 수고가 많으시겠어요.
이 선생님 몸도 챙기시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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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6월19일 오후 3:27
워낙 건강하셨으니까 회복만 잘 되면 기능상의 문제는 없다고 하는데
생전 아픈 적이 없으셔서 당최 통증에 적응이 안되시네요. 아휴... 오늘이 딱 1주일인데 일곱달은 지난 것 같아요. ㅎㅎ; 고맙습니다, 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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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6월18일 오전 9:12
어머님께서 가능하면 통증을 덜 겪으시면서 완치되시길 바랍니다. 우리들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는 노년의 건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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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6월18일 오전 10:15
그러게 말이예요. 눈깜짝 사이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안그래도 신경을 꽤 많이 써왔는데 정말 요즘같아선 제 정신이 아니예요. 하루하루 빨리 한달이라도 지나갔으면 싶은데 진통효과도 잠깐뿐이고 새벽부터 밤까지 통증을 호소하시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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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6월18일 오전 8:13
누구한테도 나쁜일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레드님한테 나쁜 일이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노인이시라 회복이 늦겠지만, 수술하지 않고 그대로 뼈가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한 사람만 아는 게 통증이지요. 레드님이라도 병원 결과 좋게 나오길 바라면서 어머니께 예쁜 딸 노릇 많이 해드리세요. 기도, 당연히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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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6월18일 오전 10:11
아이쿠, 제가 너무 걱정을 끼쳐드렸군요?ㅎㅎ 다행히 수술은 피할 수 있게 되었는데 평소 너무 건강하시던 분이라 그 통증을 견디질 못하시네요. 시도 때도 없이 통증을 호소하셔서 두 사람이 시중을 드는데도 정신이 없어요. 하루를 새벽 2,3시부터 하는 셈인데 식성 까다로운 아버지 식사와 환자돌봄이 이렇게 힘든지 하루하루가 고난도 미션입니다.ㅎㅎ; 전 정작 걱정되는 검사가 두 가지 남았는데 예약일을 미룰 수밖에 없었죠. 어쩌겠어요? 셋 중에 두 사람이 누워있을 순 없으니까요~~ㅎ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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