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6회 지리산 종주 1일 차
언제부터인가 매년 한 번씩 지리산 종주와 더불어 설악산 종주를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물론 사정이 있거나 여건이 되지 않아 가지 못한 해도 없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실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리산 종주! 쉽지 않은 일이다. 잠도 자지 못하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열서너 시간을 걸어야 하는 고행의 길이다.
 
지리 종주는 몇 가지 다른 코스가 있다. 태극 종주라 하여 바래봉에서 시작하여 유평으로 나가는 태극 모양의 코스를 종주하는 것과 화대 종주라 하여 화엄사를 들머리로 하여 대원사로 나가는 코스와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대원사나 중산리로 내려가는 코스 등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세 번째인 성삼재에서 중산리를 걷는 30.9km의 코스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몇 주 전 산악회에 예약하고 2주간 체력 단련 겸 사전준비단계로 북한산과 관악산을 올라 몸을 가다듬고는 드디어 출발이다. 금요일 근무를 종료하고는 준비물을 챙겨 집을 나서니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압박해온다. 4끼분의 식사 준비와 더불어 간식과 행동식 및 의류와 랜턴과 식수 등을 챙기다 보니 65ℓ의 배낭이 가득하고 하산 후 갈아입을 옷은 따로 가방에 챙겨 차량에 두고 내려와 갈아입는 것이다. 항상 종주 후 느끼는 것이지만 배낭의 무게로 인해 양쪽 어깨가 너무 아파 종주 후 며칠간은 통증이 지속된다.
 
사당에서 22시 20분 산악회 버스를 탑승하니 일행이 41명 정도로 버스가 가득 찬다. 탑승하면서부터 잠을 좀 자려고 눈을 감지만 쉽지를 않다. 신갈을 지나자 소등하고 취침 분위기를 조성해주지만 불편한 자리 등으로 자는 둥 마는 둥 마지막 오수휴게소에서 우동으로 속을 채우고 잠시 후 성삼재에 도착하여 산행의 시작이다. 이른 새벽의 성삼재 휴게소의 간판이 눈에 익다. 몇 번을 찾아온 이 시간의 성삼재인가?
 
 
03시 20분, 이른 새벽의 상쾌한 공기를 가르며 출발이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조금은 두려운 마음에 랜턴을 밝히고 발걸음을 옮긴다. 새벽의 공기가 맑고 상쾌하나 밤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음은 흐린 날씨 탓이리라. 움직이다 보니 노고단산장. '14년도 이른 봄에 화엄사에서 몇 시간을 올라 노고단에서 일박하고는 통제로 진행하지 못하고 화개장터로 이동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산장을 통과하여 조금 더 오르니 노고단. 항상 새벽녘에 오르니 노고단 정상은 통제로 들어가지 못하고 지나친다. 컴컴한 밤에 랜턴 불빛으로 발 앞만을 비추며 걷기를 계속한다. 주변 풍경이 보이질 않으니 어쩌면 걷기가 수월한지도 모르겠다. 임걸령을 지날 때쯤 주변이 어슴푸레 밝아오며 조금씩 시야가 확보되어온다. 한숨을 쉬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여 노루목 직전에서야 랜턴 불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어둠이 가신다.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오른다. 삼거리 조금 아랫부분에 배낭을 벗어두고 1km의 반야를 오른다. 꼭 들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워 힘겹게 올랐으나 주변은 안개로 시계가 확보되지 않는다. 다시 진행하여 삼도봉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화개재와 토끼봉을 힘겹게 오른다. 이제는 어깨의 감각도 무디어 지고 발은 기계처럼 움직일 뿐이다.
 
그리고 명선봉을 지나니 드디어 연하천이다. 무거운 배낭을 벗으니 살 것 같다. 산장에서 햇반과 라면을 사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니 라면은 판매하지 않은 지가 몇 개월 되었다 한다. 할 수 없이 햇반을 끓여 설익은 밥과 여러 가지 반찬으로 속을 채운다.
 
 
그리고는 다시 형제봉. 예전에 바위 위에 의연하게 서 있던 소나무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고사목이 되어 쓰러져 안쓰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는 명월로 유명한 벽소령. 이제 걷기가 열 시간 이상이 지나가고 마지막 힘든 구간이 남아있다.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들이 그것이다.
 
오르고 내리며 봉들을 지나간다. 선명하지 않은 기온 탓에 시계가 흐리다. 멀리 천왕봉과 중봉 그리고 촛대봉과 영신봉이 바라보이며 오늘의 마지막 구간이다. 여럿이 움직이면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이 흘러가며 감각적으로 기계처럼 걷기를 반복한다. 이제는 경치도 그렇게 눈이 들어오지를 않고 칠선봉을 지나며 영신봉을 감아 드니 드디어 세석평전이 눈앞이다. 멀리 촛대봉을 바라보며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는 희열이 가슴 가득 몰려온다.
 
 
서둘러 자리를 잡고는 밥을 끓이고 고기를 굽는다. 14시간의 행군에 아침 겸 점심을 먹었으니 시장하기도 하다. 물론 행동식으로 중간중간에 간식과 과일을 먹기는 하였으니 워낙 체력소모가 많았으니 이제는 허기가 지고 체력적으로도 고갈상태이다. 햇반 하나를 뚝딱 비우고는 조금 부족한 삼겹살을 안주로 준비한 양주를 마신다. 술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며 나른한 몸의 피로가 적당한 만족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고기 대신에 황태찜을 정성껏 준비하고 무겁게 가지고 왔는데 맛이 별로인가보다. 술 한 병을 비우고 19시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시니어리포터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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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이동원
안녕하세요? 인생3막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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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조태현 6월20일 오전 8:09
산행기를 읽으니 옛날이 떠 오름니다.지리산 아무리 찾아가도 푸는한 느낌을 주는 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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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6월21일 오전 7:43
감사합니다.
그래서 가끔 찾아가는 산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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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6월19일 오전 10:52
대단하세요. 전 낮은 산도 겨우가는데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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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6월19일 오후 12:23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살려면 적극적으로 활동하여야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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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6월19일 오전 9:32
20대 때 두 번 종주한 이후로는 지리산을 오를 기회가 없었습니다. 체력도 열정도 부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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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6월19일 오후 12:22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다시한번 도전해 보세요..
작년엔가는 75세에 도전하시는 분도 보았고...
산악회 대장이야기는 요즘은 노인네 대접받을려면 70은 되어야 인정한다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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