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드 가든과 소양강 처녀

 
눈앞에 떡 버티고 선 건물의 위용이 나를 압도했다. 입구 정문에 있는 방문객센터는 첨탑을 자랑하는 붉은 벽돌로 축조했다. 건축양식은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이탈리아 투스카나풍이다. 갑자기 유럽여행을 온 느낌이다. 이 곳은 춘천시 남산면에 소재한 제이드 가든이다. 숲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이다. 우리는 이른 아침 경춘도로를 내달려 입장시간 15분 전에 도착했다. 청정지역의 풍광을 만끽하고자 함이다.
 
이곳은 연면적 5만 평의 임야로 된 수목원이다. 보유식물도 만병초류, 단풍나무류, 비비추류, 목련류 등 4백여 종이다. 테마 구성도 드라이가든, 웨딩가든, 이끼원, 로도덴도론 가든 등 총 26개로 구분했다. 가든에선 각종 세미나, 단체연회, 웨딩촬영 및 결혼식이 열리곤 한다. 또한 인기드라마, 영화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조인성과 송혜교 주연 '그 겨울 바람이 분다'도 여기에서 찍어 일약 유명세를 탄 작품이다.
 
에이핑크 뮤직비디오 '시크릿 가든'도 촬영했다. 정문을 통과하면 잘 가꾼 푸른 잔디가 길게 이어진 정원이 나온다. 한쪽에 예외 없이 분수가 있고 좌우 테라스엔 무성한 붉은 장미가 길손을 유혹하고 섰다. 푸른 하늘엔 흰 구름이 적당히 깔렸다. 미세먼지 날아간 맑은 공기는 청명한 가을 날씨다. 시설과 수목의 깔끔함과 정돈된 모습은 관련 종사원을 고단하게 하리라. 그들의 노고와 땀 내음이 피부로 느껴졌다.
 
관람객도 지켜야 할 여러 주의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수목원은 전 지역 금연이다. 주류 반입과 취사 금지는 기본이다. 식물과 수목의 훼손 방지와 생태계 보전을 위해 지정된 길로만 다녀야 한다. 특히 운동 기자재를 이용한 관람과 체육활동도 금지한다. 애완동물도 입장 불가다. 단, 장애인을 동반하는 보조견은 표지 부착 후 입장을 허용하는 융통성을 부여했다. 이외 미주알고주알 상식적인 객소리가 많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셔틀버스로 이용객 접근성을 도모한다는 사실이다. 수목원과 굴봉산역을 1시간 간격으로 7회/일 정도 운영한다. 관람 시간은 09:00부터 19:30분까지다. 수목원 코스는 다양했다. '선택코스'로 A, B, C 세 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B 코스가 비교적 무난하고 C 코스는 거의 등산 수준으로 된비알치고 오른다고 한다. 우리는 직원의 자문을 받아 '추천코스'를 이용했다. 왕복 두어 시간이 소요되었다.
 
우리 일행은 일반 탐방객처럼 꽃과 나무를 즐기러 온 팀이 아니다.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이다. 손엔 커다란 장비가 들렸고 등에도 묵직한 배낭이 붙어있다. 나는 게다가 쌍권총이다. 한 손엔 광각을, 다른 손엔 망원을 들었다. 렌즈를 교환하는 일은 참으로 번거롭기 그지없다. 추운 날이나 바람이 불 때 그 짓을 하려면 진짜 신경이 곤두선다. 만에 하나 실수를 할 경우 고가의 렌즈와 카메라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잘 가꿔진 정원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몇 걸음 옮기다 보니 내가 마치 중세시대 왕이나 귀족이 된 느낌이었다. 흐르는 계류를 따라 본격적으로 숲에 들었다.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고 미물의 준동과 들짐승의 움직임이 바빴다. 하늘 가린 녹음 아래 풋풋한 내음이 코끝을 찔렀다. 그리고 기도를 타고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세파에 찌든 몸과 영혼이 정화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음,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나무껍질 곱게 깔린 좁고 휘어진 오솔길 따라 올랐다. 에스라인이다. 깊이 들수록 비경이다. 녹음방초의 자태와 향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았다. 거짓말 안 하고 시기하지 아니하고 내 허물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 순수한 영혼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고 행복하다. 산 중턱 경사진 콘크리트 도로 따라 오르니 서너 명이 더위에도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정장에 구두 신은 걸 보니 회사 직원임에 틀림이 없다.
 
관리 운영하는 조직과 관람객이 혼연일체 되어야만 수목과 꽃이 향이 난다. 아름다운 보석도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으면 허접스런 돌덩이에 불과할 뿐이다. 띄엄띄엄 가로등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은은한 경음악이 흘렀다. 산새의 재잘거림과 음악의 선율이 앙상블 되니 지상낙원이다. 손에 많이 쥐고 거드름 피우며 지위 높아야 위상이 설까. 몸 건강하고 속 편하면 부러울 것 하나도 없다. 인생사 마음먹기에 달렸다.
 
정문을 빠져나와 소양강 처녀상 쪽으로 이동했다. 춘천에 왔으니 유명하다는 닭갈비와 막국수는 먹고 가야 할 것 아닌가 싶다. 소양 2교 옆, 처녀상 인근 음식점에 들었다. 커다란 불판에 고기가 익는 동안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켰다. 노랗고 달달한 탁배기가 목젖을 적시며 위장을 파고드니 감로주다. 일순간에 잔이 비었고 마주한 일행이 거푸 술을 쳤다. 잔은 채워야 맛이라고. 홍조 띤 얼굴이 알딸딸했다.
 
마무리는 막국수다. 큰 대접에 똬리 튼 면 위에 콩나물이 고명으로 올랐다. 턱 위까지 면발을 쭉쭉 뽑아 올려 한 입 베어 무니 고소하며 맛깔스럽다. 맛과 향과 색감이 서울과 대조적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했다. 소양강 처녀에게 문안 안 드리고 가면 경을 칠 것 같아 호반으로 나섰다. 치마저고리에 갈래머리 길게 늘어뜨리고 고무신에 버선 걸쳤다. 초점 잃은 공허한 눈은 지긋이 아래로 내리깔고 있었다.
 
무슨 사연 있는 걸까.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떠나버린 남정네 애타게 기다려 봐야 다 부질없는 짓이다. 서 푼어치도 안 되는 사랑과 그리움 훌훌 털어 버리고 새 출발 하는 게 낫지 싶다. 춘천의 랜드마크 스카이워크를 찾았다. 처녀상에서 의암호 한가운데 물고기 조형물 앞까지 이어지는 현수교다. 길이 174m 국내 최장 호수 조망 시설이다. 평일에도 인파가 몰렸다.
 
바닥은 수면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투명 유리로 제작했다. 호수 표면을 직접 걷는 듯한 착시현상과 스릴을 느끼기도 한단다. 호수 물결이 혀를 날름거렸다. 금세라도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기세등등했다. 오금이 저렸다. 유리가 깨지며 아래로 추락할 것 같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과 느낌이 천지 차이다. 사진을 몇 컷 담고 서둘러 빠져나왔다. 세월 흐르니 담이 약해진 걸까. 숭악한 것 같으니라고!
                                                                                      

<시니어리포터 이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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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이종성
지나온 세월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 2모작을 의미있는 파트너와 함께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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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조원자 6월20일 오후 11:35
춘천에 가면 그 유명한 닭갈비, 막국수 먹고 소양강 다녀가면 다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양강 처녀 좀 외국인처럼 예쁘게 생기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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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6월20일 오후 10:01
사진만으로 보기에는 정말 유럽 어느나라를 보는 듯합니다...ㅎ 춘천이라면 역시 막국수와 닭갈비가 유명하다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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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옥 6월20일 오후 6:47
30살 여름에 춘천을 가 보았는데 서울과 다른 청량한 밤 바람밖에 기억에 없습니다. '소양강 처녀'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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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6월20일 오후 8:02
반갑습니다. 한번 다녀오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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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6월20일 오전 11:58
제이드가든 다녀오셨군요. 저도 수년 전에 다녀왔는데 추천해도 좋을 만큼 참 좋았습니다. 참고로 전철로 가실 분은 가든 측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으니 그 시간에 맞추어서 움직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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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6월20일 오후 8:0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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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6월20일 오전 9:08
와~아~ 우리 나라군요,, 저렇게 아름다운 곳을 두고 어쩨서 외국으로 떠 날까요? 전요 방콕여행 한 후
다시는 외국 여행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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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6월20일 오후 8:03
오랜만입니다. 무탈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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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6월19일 오전 10:51
우리나라에도 이런곳이 있다니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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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6월20일 오후 8:04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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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6월19일 오전 10:38
투수카나풍의 풍경과 처녀상에서 의암호의 한가운데 00까지~~~174m 호수 조망 시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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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6월19일 오전 10:44
무탈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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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6월19일 오전 9:29
사진을 보고는 어디 유럽여행을 다녀오신 줄 알았습니다. 아름다운 제이드가든에 다음에 꼭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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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6월19일 오전 10:45
한 번 다녀오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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