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남편과 막걸리 한 잔

 
“점심땐 애들(딸네 가족)하고 황태 탕이나 먹으러 갈까?” “아니야. 주말에 그 집 식구끼리 편하게 지내라고 그냥 놔둬. 그리고 오늘(10일, 일요일) 다 바빠” 하니 남편이 조금은 서운한 눈치였다. 남편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오랜만에 부침개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도 꾸물꾸물, 이런 날씨에는 부침개에 막걸리가 최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 있는 부추, 고추, 계란, 밀가루를 넣고 섞어 부침개 부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채소만 들어간 채소 부침개를 노릇노릇하게 부치고 먹으려고 하니 냉장고에 막걸리가 없었다. 막걸리가 조금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부침개를 부쳤는데. 내가 사러 가자니 번거로운 생각에 그냥 먹자고 했다. 남편은 아무 말 없이 부침개를 조금 떼어먹더니 잠깐 있으라고 한다. 남편이 지갑을 들고는 “내가 가서 사올 게” “귀찮게 뭘 사와. 그냥 먹읍시다.” “아니야.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부침개가 맛있네.” 하면서 남편이 마트로 향했다. 잠시 후 막걸리 두 병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어찌나 급했는지 남편은 자신의 잔에 조금 따른 후에 숨도 안 쉬고 마신다. 그런 모습에 난 “막걸리도 그렇게 급하게 마시면 금세 취하는데. 막걸리가 은근히 독해요” 했다.
 
“역시 부침개에는 막걸리가 최고야. 시원하니 좋다”고 한다. 서운한 마음이 많이 풀린 듯하다. 나도 오랜만에 막걸리를 마셔서 그런가 막걸리가 아주 독하게 느껴졌다. 남편은 술을 많이 못 한다. 그날은 두 잔이나 마시면서 평소 안 하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평소에는 물어봐도 말을 잘 하지 않더니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술은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마술 같은 힘이 분명 있는 것 같다. 난 독해서 조금씩 천천히 마시니 취하지는 않았다.
 
남편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남편 편을 들어주었다. 남편이 씨익 웃는다. “한 잔만 마시려고 했는데 두 잔이나 마셨으니 취하네.”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단잠에 빠져들었다. 남편이 술을 마시면 나오는 습관이 바로 잠자는 거다. 부침개와 막걸리 두 잔이 요즘 처한 남편의 속내를 조금 더 알게 했던 시간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시간이었다. 남편의 고단한 삶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보았다.
 
가끔, 남편 때문에 화도 나고 속도 상하고 밉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짠한 마음이다. 남편 역시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이 바로 부부인가 보다. 부부는 나이가 들면서 때로는 부부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아주 가끔은 연인처럼 살아가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남편과 단둘이 이런 시간을 가진 지가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봐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단잠을 자던 남편이 어느새 "내가 깜빡 잠이 들었었네" 하며 일어난다.
 

<시니어리포터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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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정현순 (흐르는 강물처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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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조원자 9월13일 오후 10:20
어릴 적 막걸리에 설탕 한숟갈 듬뿍 넣고 새끼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먹던 엄마생각이 납니다. 저는 그릇에 남은 한 모금 홀짝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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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9월15일 오후 2:25
친구들중에도 간혹 그런 이야기르 하곤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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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9월13일 오후 6:07
저도 막걸리 한 두잔은 좋아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막걸리 생각이 나네요. 마트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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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9월15일 오후 2:25
막걸리는 다른 술보다 \부담이 적은 술인듯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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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환 9월13일 오후 3:09
부부간은 노후에는 좋은 친구인 것 같습니다. 저도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정선생님의 막걸리 애기를 읽으니 막걸리 생각이 간정하네요. 말씀대로 막걸리에는 부침개가 최고이지요. 사진의 부침개가 참으로 먹음직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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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9월13일 오후 4:28
나이다 든 부부는 때로는 친구로 살아가는것도 좋은것같아요. 막걸리 좋아하시는 분이 많이 계시는것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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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9월13일 오후 3:02
물베기를 00으로~~~넘치는 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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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9월13일 오후 4:27
네, 언제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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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9월13일 오후 12:11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약이라고 저희 아버님이 그러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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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9월13일 오후 4:27
막걸리를 좋아하시나봐요. 근데 조금 독한것도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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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옥 9월13일 오후 12:03
저는 술을 안 먹는데 호텔 결혼식장에 나오는 와인을 마시고, 1년에 한두 번 막걸리 반 잔 정도 마십니다. 무심한 남편도 빗장을 풀게 하는 게 술이지요. 술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젊은 시절 속상했는데 그것도 한때이더군요. 남편이 이순을 넘으니 주량이 확 줄더라고요. 이제는 미웠다가도 측은지심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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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9월13일 오후 4:26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그 분위기를 더 좋아해요. 술은 많이마시면 불편한 점이 많지만 주량것 마시면 좋은 점도 있는것같아요. 남편이 나이를 드니 측은지심이 드는것은사실이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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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9월13일 오전 11:36
남편을 위한 정성이 지극하십니다. 그리고 보기도 좋구요. 남편과의 좋은 모습이 언제나 항상 계속되기를 기원 드립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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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9월13일 오후 4:24
덕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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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9월13일 오전 11:00
조촐한 술상이 아주 유익한 시간을 가져다 주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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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9월13일 오후 4:24
소박한 술상이 여러 가지로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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