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통해서 쉼을 얻다

 

  

셔틀버스를 뒤로하고 한결 선선해진 공기를 가르며 걷는다. 동대입구역에서 국립극장에 이르는 길은 살짝 오르막이어서 등줄기에 기분 좋을 만큼 열기가 솟는다. ‘국악 브런치 콘서트’라는 부제를 달고 가을을 물들이는 〈정오의 음악회〉. 하늘극장 입구에서 티켓 소유자에게 빵을 두 개씩 나누어준다. 전통 빵 맛을 고수하는 태극당 단팥빵이다. 팥고물이 푸짐하게 들어 있는 고유의 빵 맛이 입 안 가득 감돈다. 음악회도 이처럼 기분 좋을 것이라는 예감에 젖는다.
 
 
무대 조명이 켜지고 50여 명의 단원이 검은 옷에 반짝이는 에나멜 구두를 신고 등장한다. 젊은 단원들은 달 밝은 밤바다에 윤슬이 구르듯 찬연하고 멋지다. 전통과 현대의 악기가 어우러진 음악 한마당. 비목으로 첫 무대를 장식하는 연주가 그리운 금강산 등 우리 가곡으로 이어진다.
 
‘전통의 향기’ 부분에서는 국립창극단 창단 멤버로 출발한 유수정 소리꾼이 ‘춘향가’ 한 대목을 뽑아낸다. 명창답게 소리가 강단지고 풍부하다. 녹두색 저고리에 굵은 낭자로 마무리한 머리, 거기에 나비처럼 접었다 펼쳤다 하는 부채가 낭창한 가락에 율동미를 덧입힌다.
 
사려 깊고 박진감 넘치는 고수의 반주에 어깨가 들썩인다. 절묘한 순간을 포착해서 탄성과 추임새로 신명을 더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객석은 잔물결 같은 흥이 일다가 비등점을 넘지 못하고 이내 잠잠해진다. 감정 이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도 표현력이 서툰 관람 태도에서 비롯된 반응이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 가을 하늘을 바라본 추억을 담았다는 이경섭 작곡의 ‘추상’을 강애진의 아쟁 연주로 듣는다. 전체적인 하모니의 바탕을 이루는 아쟁의 저음이 특유의 뚝심과 처연한 애잔함을 뽑아낸다. 고유한 악기에 온몸을 실어 연주하는 모습이 마치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한 송이 연꽃이 피어나듯 아름답다.
 
‘음악이 좋다’ 부분에서는 뮤지컬 배우 서범석이 서편제 ‘한이 쌓인 시간’을 열창한다. 소리꾼 유봉이 득음하려면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딸의 눈을 멀게 하는 영화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저며온다. 어쩌면 자신의 음악적 정신세계를 딸에게 계승해서 대리만족하려는 심리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한들 그 무엇도 딸의 눈을 대신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인간의 이중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이어서 뮤지컬 아리랑의 ‘찬바람’과 이육사의 ‘절정’ 시에 곡을 붙인 노래가 서범석의 목소리로 새롭게 태어난다. 어떤 칼날에도 꺾이지 않는 서릿발 같은 기개와 자존심. 시대정신을 담아낸 내용을 배우다운 몸짓으로 분출하고 전달한다. 불꽃 같은 절규가 하늘극장을 가득 메운다.
 
마무리 곡으로 국악 관현악단이 ‘남도 아리랑’을 연주한다. 지역적 특성이 잘 드러난 향토색 짙은 선율이 흐르면서 음악회의 막이 내린다. 9년의 세월을 거쳐 상설 공연으로 자리매김한 〈정오의 음악회〉.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는 짜임새가 돋보인다. 무겁거나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싱겁지도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 아닌가 싶다.
 

 

음악을 통해서 진정한 쉼을 누리므로 기쁨이 차오르는지 사람들의 표정이 보름달처럼 밝다.

 

<시니어리포터 김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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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김상연
2017년 새내기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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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임경남 9월14일 오후 10:12
아이구 태극당앞에서 국립극장까지 그 버티고갯기를 정오에 걸어서 올라가셨군요!
어릴적엔 뭐 뛰어다니던 곳이었지만!
그 좋은 음악회 나도 한번 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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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9월13일 오후 11:11
아, 뮤지컬 배우 서범석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얼마나 카타르시스가 되는 무대였을까 상상했습니다.
단팥빵과 음악회라... 참 고소한 만남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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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9월14일 오전 10:14
네. 좋았지요. 영란님 반가워요. 가을 날 풍성한 열매 기대하지만 건강 헤치지 않을만큼만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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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9월13일 오후 10:18
음악은 세계의 모든 사람과 통하는 언어라고하지요. 잠시 같이 음악속에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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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9월14일 오전 10:15
음악은 세계공통 언어입니다. 늘 찾아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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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9월13일 오후 6:01
제목을 보고 누군지 알았네요. 음악을 통해 쉼을 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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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9월14일 오전 10:16
ㅎ ㅎ 많이 반갑습니다. 한낮의 음악회,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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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9월13일 오후 4:34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음악은 우리에게 쉼도 되고 큰 위안이 되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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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9월14일 오전 10:16
그렇구 말구요. 모든 걸 다 내려놓을 수 있는 축복이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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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9월13일 오후 2:59
좋은 음악회! 화이팅...........음악은 만국의 共通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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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9월14일 오전 10:18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언제나 걸음 해주십에 감사드리구요. 영육이 강건한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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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옥 9월13일 오후 12:22
'절정'을 소리로 표현하면 얼마나 엄숙하고 위엄한 분위기가 꽉 찰까요? 이육사의 의기와 기상을 한껏 느낀 시간이었겠습니다. 가끔 삶의 쉼표를 찍는 것. 삶을 활기차게 해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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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9월13일 오후 2:19
풍부하고 당당한 목소리로 그 의미를 충분히 발산하더라구요. 꼬박꼬박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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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9월13일 오후 12:10
빵을 주는 음악회 아주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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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9월13일 오후 2:17
예. 빵을 나누어 주어서 기분 좋았습니다. 역시 먹는 것이 우선인가 봐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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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9월13일 오전 11:34
보기가 좋습니다. 음악을 통해서 휴식을 얻는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봅니다.
정오의 음악회가 자리 잡았네요.
더좋은 모습으로 계속 이어지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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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9월13일 오후 2:16
늘 반갑습니다. 문화행사가 푸짐한 시절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특히 음악이 없으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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