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았다
 
80년대 일본에 살고 있을 때, 그야말로 심심하면 이름 모를 그리고 이미 잘 알려지거나 시시한 꽃들의 축제에 자주 다녔었다. 마음속으론 일본 사람들은 무지무지 별별 꽃들을 전부 사랑하는 국민이구나. 해바라기가 몇십만 송이가 피어 있는 광경은 정말 아무 말이 필요 없어 보였고 장미나 튤립 그리고 야생화들의 무더기들은 그냥 미소가 지어졌고 마음에 경이로움을 잔뜩 안고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철 따라 가지가지 꽃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일본 꽃 박람회에 갔다가 오면 신선한 꽃냄새와 향기가 옷 사이사이와 온몸에 묻혀 온 듯 마음에 싱그러움이 가득 피어오르곤 했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갔다가 오면 질서가 아직도 안 잡혀 있는 게 마음에 걸리곤 했다. 쓰레기들이 보이고, 곳곳에 세워져 있는 것들이 제 자리에 잘 있지 않고 손상되어 있는 거다. 
 
외국인들이 올 수도 있는 곳인데 왜 아직도 공공질서를 안 지키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하긴, 초등학교 1학년 아니 유치원부터 자기 물건 간수하는 습관을 붙여 주고 어린이집에 오는 아이들도 자기 가방에 자기에게 소용되는 물건들을 잘 챙겨 오게 해서 정리하게 하는데 우린 아직 그 수준이 아닌가 보다. 또 언제나 빈 봉지 하나를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며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잘 챙겨서 가져가는 습관을 키워서 그럴까.
 
오랜만에 고창까지 가서 구절초가 피어 있는 하얀 바다를 바라보았다. 아련함이 어렸을 적 가까운 숲속의 적막함을 느끼게 해 줬다. 아직 축제 개장을 안 한 탓일까. 약간은 손님이 없어 넓은 들판에 피어 있는 구절초가 쓸쓸해 보였지만 정말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어 좋았다. 아직 많은 관람객이 몰리지 않아 깨끗한 분위기와 조용함 그리고 찾아들기 시작하는 가을의 정취는 나에게는 아주 만점이었다. 아주 똑 부러지게 예쁘진 않지만, 무더기 무더기로 피는 귀여움과 높은 가을 하늘과 어울리는 흰색의 도도함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나로선 오랜만의 꽃 축제 나들이인 데다 난생처음인 구절초 축제가 마음에 딱 들었다.
 
구절초가 가지고 있는 효능 같은 건 기억에도 없이 잊어버린 채, 사진 찍느라 포즈를 취하는 시니어들은 마냥 행복해 보였고, 소풍 온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움 속에 빠져 있는 듯이 보였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 함께 눈만 마주치면 웃어줄 수 있고 십년지기처럼 정다워질 수 있는 마음 같아 보였다. 그저 좋았다. 구절초가 피어 있어서가 아니고 이렇게 모두가 한마음으로 같은 목적으로 꽃을 즐기고 있다는 여유로움 때문에 그런 거 같았다. 외로운 혼자가 아닌 시니어들끼리의 마음의 길은 대부분이 비슷해서 어디에서도 낯섦이 없어서인 것 같았다. 
 
거의 같은 감정과 느낌들은 닮아 있어서 구태여 반박을 안 해도 무방하고, 주절주절 말을 많이 안 해도 느낌이나 미소로 다 알아채기 때문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 속에 서 있기보다는 밖으로 나와 같은 시니어들을 만나가며 한마디 인사라도 건네며 웃을 기회를 마다 치 않고 이렇게 나서야 하는 게 정서적 건강상 최고의 약이라는 걸 느꼈다. 육체와 함께 정서적으로도 건강한 시니어가 되어야겠다. 구절초뿐만 아니라 무슨 축제라 해도 자주 시간이 되는대로 참여하면서 노년을 행복하게 꾸며가도록 노력해보자는 마음을 다져가며 하루를 온통 분홍과 흰색으로 물들이고 왔다. 참 좋았다. 
 

<시니어리포터 육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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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육영애
좋은 뜨락에 벗들이 모였다!! 따스한 차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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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유종옥 10월14일 오전 11:00
먼 길 다녀오셨네요. 구절초 구경하시고 동년배들과 어울리며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셨으니 더없이 즐거운 여행이셨습니다. 노년에는 욕심 부리지 않고 더불어 즐기는 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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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4일 오후 8:21
네, 말씀대로 입니다. 기회가 주어질 때 간편하게 함께 시끌거리지 않고 조용한 나들일 하면 가장 좋은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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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10월14일 오전 9:17
비바람 속에서도 어찌 그리 여리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
한없이 바라보고 싶은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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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4일 오후 8:19
아마도 이 곷의 매력이 거기에 있는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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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10월13일 오전 11:41
꽃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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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3일 오후 8:44
너무 예쁘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고 수수한 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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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10월13일 오전 4:28
참 어질게 생긴 꽃이죠?^^ 한참 글이 없으셔서 손녀와 단꿈을 꾸시나보다 했습니다.ㅎㅎ 좋은 데 다녀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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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3일 오후 8:44
얼마나 하루가 짧아졌는지 들어 올 시간도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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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10월12일 오후 10:59
고창 구절초 축제 멋지군요. 나는 세종시(과거 연기군)의 무슨절에서 하는 구절초 축제에 다녀왔었는데 수백명의 관람객에게 공짜 진치 국수를 주더군요. 그것도 일주일 정도 오랬동안 ㅎㅎㅎ 육선생님의 아름다운 눈으로 보시니 모든게 다 멋지게 보이고 글 읽는 나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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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3일 오후 8:46
에고... 감사합니다... 그런 칭찬을 들으니 부끄부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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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0월12일 오후 9:48
참 좋으셨다니 저도 참 좋습니다. 늘 좋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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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3일 오후 8:46
ㅎㅎ 항상 좋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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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10월12일 오후 7:36
즐거운시간보내고 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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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47
네네... 조금은 자유를 느껴가며 수다도 떨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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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10월12일 오후 5:51
나이가 들수록 집안에만 있는 것보다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이 좋다고 해요. 좋은 곳에 잘 다녀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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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46
맞아요. 그런 기운이 느껴졌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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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10월12일 오후 5:46
가을꽃 향연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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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46
조금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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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10월12일 오후 4:36
뭔가 사연이 느껴지는 이름을 가진 꽃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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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45
ㅎㅎ 구절초에 대해서 공부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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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10월12일 오후 4:20
구절초의 향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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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45
감성의 풍부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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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0월12일 오후 3:03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난 벌판을 떠올리니 보지 못해도 아름답습니다.
작년 가을 끝 무렵 동의보감촌에서 보았던 구절초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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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44
네 아주 수수한 꽃이지요. 코스모스는 왜 그런지 가냘프기도 한데 구철초는 이름에서 부터 튼실함이 느껴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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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10월12일 오전 10:48
우리는 일본사람들을 사랑하기는 맺힌 사연이 많아서 그렇지만 일본인의 나라사랑과 공공질서 배려,친절,양보,아이들 교육,,,
등등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80년대에 일본에서 열렸던 꽃박람회를 갔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움직여도 휴지하나, 새치기,다투는모습 ,은 없었고 다른 나라보다 땅을 많이 차지한 한국관을 보고는 좋으면서도 좀 미얀했습니다. 다른 나라는 기본적인 건물만 만들었는데 우리나라는 연못까지 만들었더라고요. ㅎㅎ거기서 먹었던 비빔밥800엔에 깍두기 300엔배추김치 300엔 했던것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에서 깍두기,김치값을 따로 받는다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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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43
아마 그 음식점은 망할꺼예요... ㅎㅎ 틀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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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10월12일 오전 10:03
하루를 분홍빛과 흰 색으로 온통 물들이고 오셨다는 영애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저도 함께 물드는 착각으로 아침이 흐러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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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41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하루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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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남 10월12일 오전 8:58
우리나라 이곳 저곳에서 개최되고 있는 꽃 박람회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오사카 꽃 박람회장에 다녀 온 적 있습니다. 이글을 읽으니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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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40
ㅎㅎ.... 정말 꽃 박람회가 여기저기서 열리는 일본이지요... 우리나라도 요즘엔 그렇게 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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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10월12일 오전 8:27
꽃축제 향가로움!!!...........온통 00과 **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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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40
ㅎㅎ 오랫만의 나들이에 참 좋았다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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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10월12일 오전 8:22
구절초에 대한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고창까지 가서 구절초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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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애 10월12일 오후 8:39
수고는요... 나들이 간다는 소식에 용문 탈출을 한 거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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