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고 짭쪼름한 맛 두부 부침 조림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엄마는 아침에 곧잘 두부 사 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셨다. 엄마는 손에 동전 몇 개와 커다란 알루미늄 양푼 한 개를 들려주셨다. 잠이 덜 깬 눈을 비비고 집을 나와 골목길 돌고 돌아 조금 큰 길에 나서면 삼거리 모퉁이에 두붓집이 있었다. 그 집에 가면 희미한 오렌지빛 백열등 아래 커다란 가마솥에서 뜨거운 열기로 수증기가 뿜어 오르곤 했다. 가끔은 마른 장작 타는 소리가 툭툭 들려 왔다. 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허름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두붓집 아저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하얀 두부를 칼로 쓱쓱 잘라 양푼에 담아 주곤 했다.
 
고려 말 문헌에 보면 두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고려 말기의 충신 목은 이색이 두부를 소재로 많은 시를 썼다고 한다. ‘기름에 부친 두부 썰어서 국 끓이고 파까지 넣으니 향기가 진하다’고 노래했다. 조선 초기의 문신 권근도 ‘맷돌에 콩 갈아 눈빛 물이 흐르거든 끓는 솥 물 식히려 타는 불을 거둔다. 하얀 비계 엉킨 동이 여니 옥 같은 두부가 상머리에 그득하다. 아침저녁 두부가 있어 다행이니 구태여 번거롭게 고기 음식을 구할까’라며 두부를 예찬했다.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는 왕릉 주변에는 반드시 조포사(造泡寺)라는 절이 있었다. 포(泡)는 곧 두부이니 두부를 만드는 곳이라는 뜻이다. 즉 조포사는 관청인 셈으로 왕실에서 제사에 쓸 두부를 만들었다 한다.
 
이렇게 국가에서 장려하니 자연적으로 두부 만드는 기술이 발달했고, 두부의 종류도 다양했다. 새끼줄에 묶어 들고 다닐 정도로 단단했다는 막두부, 처녀의 고운 손으로 만져야 한다는 연두부, 콩 삶을 때 적당히 태워 일부터 탄 맛을 즐겼다는 탄두부, 얼려 먹는 언두부, 삭혀 먹는 곤두부가 있었다 한다. 또 기름에 튀긴 두부, 두부 만들 때 생기는 노란 피막만 거둬 말린 두부피, 두부 찌꺼기인 비지, 끓는 물에서 막 건져낸 순두부, 삼베로 굳힌 베 두부, 비단으로 굳힌 비단두부가 있었으니 두부의 종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했었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먹는 두부는 그중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두부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들이 기어 다닐 무렵 남의 집에 세를 살았다. 겨우 아장아장 걸어 다닐 무렵 주인집 할머니가 집에서 아들을 안고 나오며 나를 부른다. 방에서 뛰어나가니 아들 얼굴이 손이 하얀 알갱이로 범벅이 되어 있다. 무슨 일인가 하는데 할머니는 난감한 얼굴이다. 아들 녀석은 뭐가 좋은지 있는 대로 헤벌쭉 이다. 일은 즉 아들 녀석이 아장대며 안집으로 걸어 들어가 주방에 들어갔던 모양이다. 마침 주방에는 제사 지내려 사 놓은 두부 세 모가 있었다. 이게 무슨 횡재냐고 아들은 그 두부 세 모를 손으로 주물러 터트리면서 먹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하는 두부는 아들을 이어 손자에게도 이어졌다. 두부 반찬을 해 놓으면 어찌나 잘 먹는지 다른 반찬이 필요가 없다. 특히 두부 요리 중 두부찌개를 좋아한다. 다른 것은 넣지 않고 오직 두부만 넣은 두부찌개다. 장가가서도 이 두부찌개 맛을 잊지 못해 며느리더러 배우라고 했을 정도다. 그만큼 두부 요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들이다. 그러니 이번 추석에도 다른 전보다 두부부침이 푸짐하다. 비싼 것도 아닌데 실컷 먹으라고 많이 했다. 그게 지나쳤던 모양이다. 먹고 또 먹어도 두부 전은 여전히 남아있다.
 
 
두부 전 조림을 하기로 했다. 아들뿐만 아니라 온 집안 식구가 좋아하는 요리지만 번거로워 잘하지 않는 요리다. 명칭 그대로 일단은 두부 전을 부쳐야 본격적으로 조림을 할 수가 있다. 그러니 귀찮을 수밖에 없다. 마침 두부 전도 많으니 귀찮아서 잘 안 했던 조림을 뚝딱 해본다. 재료는 조림 간장 2큰술, 올리고당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두부 전 6개 (1모 분량), 실파 2뿌리, 풋고추 1개, 홍고추 1개, 양파 1/4개, 다진 마늘 1작은 술, 물 6큰술이다.
 
1. 실파, 풋고추, 홍고추는 송송 썰고, 양파는 잘게 다진다.    
2. 양파, 다진 마늘, 조림 간장, 고춧가루, 올리고당, 물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3. 팬에 두부 부침을 넣고 양념장 켜켜이 끼얹어 중불에서 조린다.
4. 양념장이 졸아들면 썰어놓은 풋고추, 홍고추, 실파를 넣고 완성한다.
 
오면 즐겁고 가면 더 즐겁다는 아들네를 불렀다. 두부 전 조림을 했다니 금방 오겠단다. 어제만 해도 집으로 온 자식들이 추석 차례가 끝나고 후딱 가지 않았다. 저녁까지 먹고 가는 바람에 힘들었다고 친구들에게 투덜거렸는데 이제 겨우 사흘 지났는데 맛있는 게 있다고 자식 부르는 내가 생각해봐도 웃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자식 가진 부모인 모양이다. 힘든 것보다는 맛있는 게 있으면 자식들 입에 먼저 넣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걸 보면.
 
추천하기19
  • 페이스북 공유 트윗터 공유 Google Plus 공유
시니어리포터 조규옥
바람 부는 대로 구름 가는 대로 흘러가야하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잘 흘러가려면 더하기
Copyright ⓒ 시니어파트너즈 & Yourstage.com 저작권은 시니어파트너즈에게 있습니다.
나도 한마디
유종옥 10월18일 오전 7:07
두부 부침은 저도 자주 해 먹습니다만 두부 조림은 해 보지 않았습니다. 부침도 맛있는데 그걸로 조림을 하면 더욱 맛있겠어요. 눈으로만 보아도 밥 생각이 납니다.
답글쓰기
김창현 10월13일 오전 11:32
밥도둑이 될거만 같네요.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4
ㅎㅎ 우리 식구들은 아주 좋아합니다. 귀찮아 잘 안해 주지만....
답글쓰기
정용길 10월13일 오전 10:27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4
당근이지요 ㅎㅎ
답글쓰기
이영란 10월13일 오전 4:13
저희집도 자주 하는 반찬이지요. 저도 좋아하고요.ㅎㅎ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4
두부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쉽게하는 요리지요.
답글쓰기
임경남 10월12일 오후 9:36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기에 두부전을 좋아합니다. 한접시 부탁 드려도 될런지요? ㅎㅎㅎ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4
우리 집 식구들과 비슷하네요 ㅎㅎ
답글쓰기
조원자 10월12일 오후 9:29
두부요리 모두가 좋아하는 별미입니다. 침이 절로 납니다.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5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큼 다양한 요리법이 있지요.
답글쓰기
육영애 10월12일 오후 8:37
그러네요... 어느 집이나 그러면서 사는 거지요 ㅎㅎ 두부요리는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좋아하는거지요. ㅎㅎ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5
맞아요 쉽고 빠르고 맛있고 ㅎㅎㅎ
답글쓰기
김이라 10월12일 오후 7:29
두부조림 맛잇지요 영양도 좋고요 ^^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5
가성비 최곱니다.
답글쓰기
김수진 10월12일 오후 5:25
건강항 느낌이 물씬 다가옵니다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5
냉장고 속에 항상 두부가 있답니다.
답글쓰기
김보람 10월12일 오후 4:31
정성이 들어가는 음식이죠ㅎㅎ 굽고 다시 끓이고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6
ㅎㅎ 그래서 요즘은 잘 안 합니다. ㅠㅠ
답글쓰기
오지영 10월12일 오후 4:12
두부조림 너무 좋아해요
영양분도 많고 맛도 좋아서
자주 해 먹어요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6
다들 좋아하는 음식이지요.
답글쓰기
유혜경 10월12일 오후 2:57
두부조림이 아주 맛있어 보입니다~
두부만 넣고 끓이는 두부찌개 새우젓으로 끓이나요?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7
보통 그냥 두부조림 할 때 양념입니다.
다만 물을 좀 많이 붓고
맨 끝에 참기름을 살짝 넣어 한소큼 더 끓입니다.
답글쓰기
왕수녀 10월12일 오후 2:20
잘읽고가요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7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이용훈 10월12일 오후 12:21
명절에 부친 전이 냉동실을 차지하고 있는데, 꺼내서 조림을 해 봐야겠네요.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7
지금쯤 해 드셨겠네요
답글쓰기
신춘몽 10월12일 오전 10:20
아,,, 이것저것 남은 것 들이 있기에 얼큰한 김치찌게를 하려고 두부사러 가려고 했는데 우리집에도 추석에 두부부쳐놓은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두부 사러 가지 않아도 되겠내요, ㅋㅋ 근데 부쳐논 두부로 찌게를 하면 보드라운 맛은 없는데 뭐 좋은 요리법 없나요? 두부조림 잘 먹지 않게 되는데요.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9
우리 집은 두부조림 보다는 두부만 넣는 두부찌개 좋아합니다.
두부조림 양념에 다만 물을 좀 더 넣고
나중에 참기름 조금 넣어 한소큼 끓여 먹는걸 좋아합니다. ㅎㅎ
답글쓰기
윤옥석 10월12일 오전 8:50
맛의 饗宴~~~ .........마음씨도 향기롭게^^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9
행복하세요
답글쓰기
홍지영 10월12일 오전 8:17
두부는 우리 건강에도 없어서는 안될 반찬 중에 한이죠 두부찌게 다양하게 했네요.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답글쓰기
조규옥 10월13일 오전 11:39
맞습니다. 나이 들 수록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하는데
가성비 최고가 이 두부지요.
답글쓰기
최고
사랑
기쁨
슬픔
응원
놀람
감사
선택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