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유니폼

 
“언니 유니폼 챙겨.” “왜?” “엄마하고 우리 유니폼 입고 나들이 가자.”라고 여동생이 연락이 왔다. 지난달 날씨가 참 좋은 오후에 갑자기 시간을 내어 엄마한테 연락을 해두었다고 어서 준비해서 만나자고 한다. 바쁘던 중에 얼른 챙겨서 만남의 장소에 나가서 보니 우리가 봐도 우습고 한편으론 멋졌다. 겉옷만 벗으면 우리들만의 유니폼이 예쁘게 짜잔~할 모습이었다. 이렇게 세 모녀는 인근 지역을 탐방하기로 하고 나섰다.
 
봄에 동생이 부산 국제 시장에 갔다가 우리가 입으면 좋을 같다고 엄마 것은 붉은 계통, 우리 둘은 같은 색으로 사 와서 나누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우린 친정에 갈 땐 거의 이 티셔츠를 입고 간 듯했다. 편하기도 하고 동생이 사준 것이라 더욱 정이 가고 옷 고를 고민할 필요도 없어 참 좋다. 엄마도 일할 때도 편하게 입을 때도 이 옷을 자주 입으셨다. 자연스레 이 옷이 우리 세 모녀 유니폼이 되었다. 우리가 갔을 땐 긴 10월 연휴주간이어서 많은 사람도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세 모녀가 같은 옷을 입고 다니니 다른 분들이 쳐다보기도 했다. 우린 더 자랑스러웠다. 누가 안 가르쳐 주어도 세 모녀로 불릴 것만 같은 아주 부러울 것 없는 나들이였다.
 
엄마 나이가 75세인데 우리 나이를 엄마한테 조금 빼앗기고 우린 그냥 친구처럼 팔짱 끼고 즐겼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다른 분들이 보시고 멋지다고 하고 외국인들도 엄지 척을 보여주시며 ‘멋져, 멋져’를 웃음으로 눈으로 보여주었다. 엄마는 좀 쑥스러워하면서도 은근 좋아도 하셨다. “참 좋다, 너거들하고 이렇게 다니니 바쁜 것도 다 잊네” 하시며 은근 너무 좋아하심을 볼 수가 있어 우리도 좋았다. 식당에 가서 식사할 때도 다들 우리를 한 번 더 보시고 좋아요 하며 관심을 보여주었다.
 
늘 일밖에 모르는 우리 엄마를 모시고 이렇게 잠깐이나마 나들이를 할 수 있음에 참 감사했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것을 보니 자주 이런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서로가 사는 것이 바빠 쉽지 않음에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또 한 번 조금 더 멀리 가자고 약속도 했지만, 그 약속만으로도 우린 너무 좋았다. 우리의 목표인 경주 주변 지역 서원들을 둘러보기로 한 것을 거의 둘러보고 잘했다 싶은 건 엄마의 문중이 새로 재실을 지었는데 그곳도 함께 물어물어 찾아간 것이 참 잘했다 싶었다. 연휴라 문은 닫혀 있었지만, 엄마는 이렇게 새로 되었네 하시며 예산이 부족해 더 못 한단다고 안타까워하셨다 그래도 참 잘했다고 와봐서 참 좋단다.
 
저녁 무렵이 되어 갈 무렵 엄마는 집에 계시는 아버지를 걱정했지만, 마지막으로 우리의 모교인 초등학교(지금은 폐교가 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에 가보았다.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캠프촌이 되어 학교 운동장 가득 텐트로 가득해진 완전히 달라진 낯선 곳이 되어있었다. 우리가 공부하던 2층 교실에도 가보니 캠프사무실이 되어 이젠 정말 학교는 아님을 보고는 좀 씁쓸했다. 운동장엔 야외 수영장도 있고 공기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그야말로 캠프촌으론 멋졌다. 괜히 그냥 오기도 발걸음이 멋쩍어서 텐트 사이사이로 다니며 내 어릴 적 학교의 자취를 밟아 보기 위해 시간을 끌어 보고 왔다. 그때 우리들이 고무줄하던 생각, 공기놀이하던 생각, 그냥 뛰어놀던 생각들이 나를 멍하게도 했다. 같이 놀던 친구들도 마구마구 생각났다. 그래도 좋았다.
 
이렇게 세 모녀의 멋진 가을 나들이는 한나절이었지만 많은 추억과 멋진 사진들을 남기고 엄마의 환한 웃음과 함께 마쳤다. 지금도 그날이 떠오른다. 세 모녀가 계단에 줄지어 사진을 찍으며 내 엄마 내 딸들 내 동생 하며 한바탕 웃음으로 남긴 가을날. 이젠 철에 안 어울리는 유니폼 깨끗하게 정리하여 내년을 기약한다. 그날이 언제일지.
 

<시니어리포터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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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길성하 5시간 전
멋진 가을 나들이 하셨네요.
오래오래 예쁜 시간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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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현 7시간 전
유니폼은 좋은데 너무 다니지 마세요.피곤하실검니다.그리고 폐교의 기분, 같은 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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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남 11월19일 오후 5:38
세모녀의 유니폼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 이며 어머니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신 효심의 극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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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11월19일 오전 9:35
정말 많이 행복한 모습입니다. 부모 형제는 하늘이 나눠준 최고의 선물인데 우리는 그 선물을 때때로 귀찮아 하기도 하지요
부모 형제 없는 나는 눈물나게 그립습니다. 언니하고 싸우고, 오빠에게 응석부리고 부모를 속이는 앙큼한 일을 해 보고 싶은데 ,,, 형제는 처음부터 없었으니 ,,,아니 애기 때는 있었다지만,,, 부모님이 너무 그립습니다. 많이 많이 행복을 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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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1월14일 오후 11:18
엄마와 저런 나들이를 해보지 못해서 참 부럽습니다. 자주 즐거운 나들이 하시고 자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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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11월15일 오전 8:42
선생님글 보니 또 해보고싶어지려합니다
달려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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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11월14일 오후 5:02
즐거운 나들이 하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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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11월15일 오전 8:41
네 세모녀가 마음껏 다녀보았습니다
또 기회 가질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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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11월14일 오후 2:58
같은 옷을 입고 엄마 팔짱 끼고 유쾌한 나들이 하셨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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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11월15일 오전 8:41
어느 멋진 가을날이었을것 같지요
좋아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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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11월14일 오후 1:49
어머님에게 소중한 가을 나들이를 선물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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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11월15일 오전 8:40
그렇겠지요
문중 서원을 가보고 참 좋아라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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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11월14일 오전 10:36
좋은 모습으로~~~다음에는 더 魅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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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11월15일 오전 8:40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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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11월14일 오전 10:20
그 유니폼을 입고 다니면 마음도 하나가 된 기분이 되겠습니다. 어머니께서 건강하실때 더욱 즐기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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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11월15일 오전 8:40
네 엄마가 처음엔 어색해 하셨는데
나중엔 참 좋아하시더군요
자주 해 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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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11월14일 오전 10:10
보기만 해도 멋집니다.
미소도 아름다운 세모녀 늘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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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11월15일 오전 8:39
감사합니다
더 멋지게 다녀볼라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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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11월14일 오전 9:46
모녀,자매들 ..있는 집엔 디자인 같고 색만 다른 옷들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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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11월15일 오전 8:39
네 별것 아니지만 이렇게 같은 옷입고 다니디 참 좋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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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11월14일 오전 9:20
요즘에는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납니다. 나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생각이 나면 그 때마다 그리워지고
알콩달콩 엄마와의 시간을 갖지 못했음에 후회가 밀려 듭니다. 엄마와 아버지는 언제나 내 곁에 남아 계실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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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11월15일 오전 8:38
그렇지요 선생님
저도 이제 연세가 들어가는아버지 엄마를 보면 너무도 짠합니다.
늘 그대로일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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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11월14일 오전 9:05
유니폼을 같이 입으니까 멋이 있네요. 아주 어울림니다. 세모녀의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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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11월15일 오전 8:38
감사합니다 선생님
친정이 가까워서 자주 찾아 뵙고 부모님들도 저희도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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