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천개사에서
 
서울에 다녀오는 길에 천개사에 들렀다. 어머니 위패를 모신 곳이다. 부산으로 이사 오고 처음이어서 3년 만이다. 서울에 종종 다녀가면서도 그동안 들르지 않은 것은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도 이상하게 천개사에 가자고 하면 싫다고 했다. 이번엔 내가 우겼다. 며칠 후면 기일이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며느릿감을 보고 나서 부쩍 어머니 생각이 났다. 
 
아들이 결혼하겠단다. 딸이 좀 걸리긴 하지만 정말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었다. 어미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밥해 먹이는 일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아들과는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서 늘 마음만 쓰였다. 밖에서 사 먹는 일이 다반사여서 김치 한 통 담가주면 맛있다고 하면서도 꽤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아직 반 통이 남았다고 해서 뭐라도 해 줄 일이 없었다.
 
결혼한다고 해도 매번 집밥을 먹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같이 밥을 먹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 우선 반갑고 좋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하더니만 그래서 더 빨리 결혼을 하고 싶은가 보았다. 결혼하고 싶은 아가씨를 만났다며 소개한다니 춤이라도 출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아들에겐 네가 좋아하는 아이라면 괜찮다고 했지만, 며느릿감을 처음 보러 가기 전날엔 이런저런 생각으로 한숨도 잠을 잘 수 없었다. 어떤 아이일까. 그럴 리야 없겠지만 정말로 하는 짓이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느닷없이 생겼다.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다가 내가 처음 뵈러 가던 날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주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 뵙는 시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설레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던 그때의 나처럼 그 아이도 그런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저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내 아들이 좋아한다면 내 마음에도 괜찮은 아이일 것이다. 생글생글 웃는 첫인상이 좋았다. 아들과도 어울려 보였다. 내가 웃옷을 벗자 받으려 하고 슬며시 아들의 수저를 바로 놓아주는 모습도 괜찮아 보였다. 내 식구가 되려는지 하는 짓이 거슬리는 게 없다. 다행이다.
  
천개사로 가는 길은 그대로였다. 어머니 떠나셨던 그때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절 마당엔 여전히 과꽃이며 온갖 꽃이 피어있다. 정갈하게 가꾼 텃밭에 채소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제는 고생하지 않으시겠지 하면서도 이곳에 오면 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렸는데 세월이 약이라더니 이젠 덤덤하다. 
 
법당에 들어가서 위패를 찾아보았다. 사십구재를 올릴 동안 있던 그 자리에선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더 많은 위패가 생겨서 안쪽으로 들어갔는지 찾아볼 수 없다. 또 그 앞엔 다른 분의 제상이 차려져 있어 더 다가설 수도 없었다. 그게 어쩌면 어머니와 우리의 사이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위패 찾기를 그만두고 법당 밖으로 나갔다. 
 
하늘이 파랗다. 어머니가 그곳에 계시기라도 한 양 하늘을 바라본다. "엄니! 엄니 손자가 장가간대요." 괜히 또 코끝이 찡하다.
 
 

<시니어리포터 유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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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유혜경 (배꽃)
나의 소중한 인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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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임경남 11월19일 오후 5:52
원터골 천개사에 어머님 위패를 모셨군요! 매월 1회 청계산 산행을 하고 있는데 천개사 쪽으로 올라가지를 않아서 들려 보지 못했는데 다음번에는 일부러 들려 보겠습니다. 며느리 보심을 축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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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11월14일 오후 5:23
축하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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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1월14일 오후 6:56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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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옥 11월14일 오후 4:59
아들을 가진 어머니로서 며느리감을 흡족히 여기신다니 큰 복입니다. 저는 혹여 아주 이상한 여자 만나면 어쩌나 걱정돼요. 고부 간엔 웃어른인 시어머니가 품어주어야 며느리도 마음을 열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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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1월14일 오후 5:10
저도 그랬답니다. 아들을 잘 알아서 결심을 했겠지만 아들이 일단 결혼하겠다고 하면 결심이 선 것인데 이상한 여자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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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11월14일 오후 1:51
축하드립니다. 경사스런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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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1월14일 오후 5:07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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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11월14일 오전 10:31
이즘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쭉 미루어 놓던데 참으로 기쁘시겠어요.
예비 며느님도 맘에 드신다니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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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1월14일 오후 5:06
딸이 먼저 가면 더 좋은데 필수가 아니라고 저러고 있으니 좋은 한편 좀 그렇습니다~
저도 제 맘에 들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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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11월14일 오전 10:03
효심이 깊으신...님, 아주 좋은 날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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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1월14일 오후 5:05
고맙습니다~~선생님 쌀쌀해지는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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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11월14일 오전 9:44
저는 아들이 없어서 며느리 면접은 못하겠지요. 대신 딸이 결혼이나 하면 사위깜 면접관은 될수 있는데
장모깜이 고약해서인지 딸이 그 기회를 주지 않는군요.
나도 잘 할수 있을것 같은대요.,,,며느님은 좋은 시어머니 만나게 되여 큰 복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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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1월14일 오후 5:05
저도 사윗감 면접도 해야 하는데 가겠다는 아들부터 얼른 보내기로 했습니다.
신 선생님도 어서 사윗감 면접 하시게 되길 바랍니다.
좋은 시어머니가 되어야 할 텐데 처음이라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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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11월14일 오전 9:10
축하 드립니다. 아들이 결혼을 해서 잘 살기 바랍니다. 아들이 나이를 너무 넘기지 않고 알아서 결혼하겠다고 하니 정말 효자네요. 결혼에 대한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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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1월14일 오후 5:02
인연이 따로 있다는 말 실감이 납니다.
축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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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11월14일 오전 8:32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하니 마음이 남다를꺼 같네요 소중한 인연 축복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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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1월14일 오후 5:01
네~아들이 일단 결혼하겠다고 하니 너무 좋아서 인사하러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우리가 서울로 가서 보고 왔답니다. 축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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