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꿀과 껌
 
겨울 휴가차 조카딸이 조카 손녀딸과 미국에서 다니러 왔다. 이모와 이모부의 선물이라고 가방을 푼다. 남편 티셔츠와 나를 위한 꿀과 껌이란다. 남편은 조카딸의 손이 처제를 닮아 크다고 한다. 그냥 와도 되건만 일일이 선물을 챙겨온다고 칭찬하고 한편으로는 어렵게 버는 돈 한 푼이라도 아끼라고 나무라기도 한다.
 
지난 8월 29일 큰 조카딸이 미국으로 갔다. 회사를 옮긴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을 나오고 다시 법률 공부를 하여 국제변호사가 되어 로펌회사에서 근무 중 우리나라 기업에 스카우트되어 떠나기 전까지 10여 년을 우리나라 대기업의 법무부에서 근무하였다. 그러다 인사이동이 있었고 그 스카우트한 분이 그만두면서 조카도 그만두고 뉴욕 한 제약회사로 옮겨갔다. 여성이라도 똑똑하니 아직은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 다행이다.
 
오기 전 ‘이모, 이모 필요한 것 있으면 일러줘. 새해 선물 겸 갈 때 사 갈게.’ 하고 문자가 왔다. ‘필요한 것 없어, 괜찮아. 그냥 와.’ 그랬는데 꿀을 한 보따리 사 왔다. 이모가 말을 안 하니 옛날에 엄마가 이모한테 준다고 꿀을 샀던 기억이 나서 그랬다고 하며 앞으로는 설탕 대신 꿀을 먹으라고 한다. 이모를 엄마 대신 챙겨주는 조카딸이다.
 
결혼하고 동생은 딸만 둘, 나는 아들만 둘 두어 항상 이웃에 살았다. 그리고 동생 가족은 1990년 미국으로 갔다. 동생은 일 년에 한 번은 엄마도 보고 형제도 그리워 꼭 다니러 왔다. 그리고 오면서 선물을 한 가방씩 사 오곤 했다. 그 선물은 대부분이 참기름, 꿀, 껌이었다. 꿀과 참기름, 껌을 사 오는 이유가 있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직접 집에서 하지 않는 한 가짜가 많아 100% 꿀이나 100% 참기름을 쉽게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뉴스에는 들기름과 참기름을 섞어 순 참기름이라고 판다는 보도가 나고 순수 꿀을 사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지금은 직접 깨를 사서 방앗간에 가면 볶아서 기름을 짜주니 예전 그런 염려는 없지만 바쁜 주부에게는 쉽지 않아 마트나 사장에서 살 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산다.
 
1970년대 일원동 살 때였다. 벌에게 설탕을 먹이거나 꿀을 채집해 내릴 때는 조청을 섞어서 순 꿀이라고 파는 게 흔했다.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대문을 두드려 열었더니 시골에서 올라왔다가 내려가려는데 차비가 없어 한 병 있는 꿀을 팔려고 하니 싸게 사 달라고 사정한 적이 있다. 먹어보라고 손가락으로 찍어주었다. 큰 됫병이었고 물론 샀다. 이웃에 놀러갔다 돌아온 시어머니는 나는 사람을 의심하는 버릇이 없어 맨날 속는다며 늘 야단을 맞을 때였기에 물론 그날도 야단맞고 비싼 조청을 먹는 심정으로 먹은 생각이 난다. 아래는 조청을 넣고 위는 조금 꿀을 넣어 파는 그런 꿀은 지금도 많은 건 사실이다. 다행히 요즈음은 설탕을 먹여 채취한 사향 꿀이라고 솔직히 파는 주인이 있어 순 진짜는 아니라도 가짜가 아니니 조금은 낫지 않나 싶다.
 
1990년대 나는 천식이 있어 칼칼한 목을 축이기 위해 항상 물병을 가지고 다녔다.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었기에 나도 일 년에 한두 번 미국에 다녀왔다. 그때마다 물병을 들고 다니곤 했다. 그것을 안 동생이 껌을 씹어 보라고 하며 여러 가지 껌을 사 주었는데 껌을 씹으면 입에서 저절로 침이 나와 물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그것을 기억한 조카딸이 예전에 엄마가 이모 생각을 하던 일이 생각이 나서 사 왔다고 했다. 갑자기 동생 생각이 나게 하여 울컥했다.
 
오래전 TV 프로그램에서 껌을 씹으면 뇌를 자극해 치매 예방에 좋다는 말을 들었다. 버스 안에서 많은 여성이 껌을 딱딱 소리 내며 씹던 시절도 그때이다. 예전부터 어린아이에게 꿀떡 삼키는 음식보다 씹는 음식을 주라고 하였다. 어금니를 많이 이용하면 뇌를 자극하여 머리가 일찍 깨인다고 한 어른들의 말이 생각난다. 아마도 치매가 이런 영향과 같지 않을까 한다.
 
껌을 씹으면 자연스럽게 침이 나와 이 타액 속 소화효소가 소화를 도와준다. 그리고 집중력을 향상한다고 한다. 입에서 냄새가 나는 사람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장거리 운전할 때 졸음을 쫓는 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담배를 끊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껌은 많은 도움을 준다. 물론 무설탕 껌을 씹으면 좋다.
 

 

남편은 어느 식당을 가야 하나 하고 걱정한다. 나는 모처럼 오는 조카딸에게 사 주는 음식보다 내가 해주는 것이 낫다고 하며 점심상을 준비했다. 며칠 있다 돌아간다니 설 떡국은 못 먹을 듯하여 떡국과 부추불고기를 하고 집안의 마늘장아찌, 깻잎장아찌 등 조카딸이 좋아하는 밑반찬으로 상을 차렸다. 유난히 우리 전통음식을 좋아하는 조카딸이다. 남은 부추로 겉절이도 해주니 역시 우리나라 음식이 최고라며 맛있게 먹고 가며 내년 5~6월에 또 나오니 나에게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한다.
 

<시니어리포터 조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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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조원자 (큰며느리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많은 이야기 나누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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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이옥기 1월20일 오후 6:51
조카딸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으셨군요
촉촉한 부추겉절이를 맛있게 담아놓으셨어요 침샘을 자극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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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월20일 오후 6:53
감사합니다. 늘 즐거우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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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1월13일 오후 7:30
그 이모님에 그 조카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서 뵌 원자님은 늘 넉넉하고 배려 깊은 이미지거든요. 참 훈훈한 집안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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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월14일 오전 12:03
아이쿠.. 감사합니다. 그저 평범한 할머니입니다. 조카딸은 어려서부터 가까이에서 자라 이모를 잘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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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1월13일 오후 4:45
조카딸의 정성 가득한 선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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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월13일 오후 6:54
네, 감사합니다. 이모생각해서... 손이 좀 큽니다. 특히 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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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1월13일 오후 2:46
좋은 선물 받으셨네요. 똑똑한 조카가 있어서 자랑거리도 되고 행복 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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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월13일 오후 6:53
네, 늘 이모를 챙기는 조카입니다. 엄마대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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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남 1월13일 오전 11:48
사진으로 보이는 음식 역시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요즘 꿀이 무척 흔하지요. 가짜는 아직 한번도 접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산행 할때 꼭 굴을 휴대하고 가서 따끈하게 꿀차를 마십니다. 작은 프라스틱 병 누르면 좁은 깔때기에서 꿀을 따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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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월13일 오후 6:53
네, 많이 좋아진 게 참 많습니다. 예전 같지는 않지요. 선생님께서는 특히 등산을 자주하시니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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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1월13일 오전 11:43
아이비리그에 못지않는 명문 스텐포드를 나온 재원이로군요
무게랑 부피가 많은 꿀을! 이모 생각하며 멀리서 가져왔네요
마지막 사진 부추 겉절이 때문에 아침밥 생각이 났어요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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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월13일 오후 6:51
요즈음 부추가 굵고 좋아요. 씹는 맛이 나요. 한번 해 드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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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1월13일 오전 10:51
..님! 달콤한 꿀향처럼 새해 행복 가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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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월13일 오후 6:49
설탕보다 꿀이 좋다고 하니... 선생님께서도 꿀 많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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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1월13일 오전 10:22
귀한 선물로 꿀을 받았네요. 우리 식품중에 최고가 꿀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찾아온 조카딸에게 집에서 정성스럽게 대접하는 모습 보기가 좋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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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월13일 오후 6:49
반나절을 웃으며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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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1월13일 오전 9:42
달디 단 아카시아 꿀을 입 안 가득 담고 있는 듯 합니다.ㅎㅎ 선생님과 한 공간에 있다보면
"아~ 인간의 행복은 저런 모습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 내 모습을 돌아 보기도 하고요,,,
선생님의 행복한 향기가 나의 옷 자락 끝에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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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월13일 오후 6:48
매번 황송한 말씀을 서슴치 않고 주시는 춘몽님의 마음은 아마도 바다같이 넓지 않을까 싶습니다. 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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