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의 말 한 마디
 
새해 15일이면 드디어 유어스테이지와 함께 한 2년이 꼭 채워진다. 나에겐 그 기간이 굉장히 짧게 느껴졌지만 한편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일어나 순간순간 가슴을 지그시 눌러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친구들이 이미 겪었다는 과정이 부러운 듯 내 몸도 따라가기 바빴는데 주로 팔이 그 예민함을 더했다.
 
병원 카드를 만들어 놓은 사실도 잊을 정도로 건강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시작된 병원행은 당혹스럽기만 했다.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이어져 아파오기 시작하는데 이게 진정 노화의 참모습인가 싶었다. 왼쪽 팔의 회전근개 염증으로 6개월 동안 병원을 드나들더니, 한 한 달쯤 지나서였던가. 오른팔 팔꿈치에 이상이 생겨 팔을 쓰지 못했다. 유어스테이지에 들어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왼팔의 회전근개 염증이 거의 나아갈 무렵이었다. 통증 부위가 왼팔인 데다 거의 나아가고 있는 단계니 마음 놓고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왼팔에 이어 오른팔에 통증이 오자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래도 매일같이 글을 쓰니 겉으로 보이기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겠지만 통증 때문에 밤잠을 깨는 일이 습관처럼 지속되었다. 이유도 정확하지 않았다. 병원 세 곳을 갔는데 결국 복합적인 요인이라는 말과 그중 가장 큰 원인이 팔을 무리하게 써서라고 무조건 휴식을 권한 게 공통점일 뿐 견딜 만큼 견뎌야 낫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힘 하나 믿고 집안 가구들을 미련하게 수시로 옮긴 전력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내 입은 다물어졌고 통증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거의 1년이 좀 넘었을까.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진 것이다. 견디면 낫는 날도 오는구나 싶어 살아난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달이나 지났을까, 이번엔 오른팔이 오십견이다. 요즘은 왼팔도 따라 아파서 거의 두 팔을 곱게 모시고(?) 다닐 정도다. 오전에 물리치료 다녀오면 나른한 오후가 반긴다. 전골 속 낙지처럼 쭉 뻗을 수밖에. 왼팔에 회전근개를 앓았으니 오른팔에도 회전근개 염증이려니 했는데 이번엔 오십견이라고 한다. 참 아롱이다롱이다 싶다.
 
앓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팔을 앞으로 뻗지도, 옆으로 들어 올리지도, 뒤로 돌리지도 못한다. 게다가 중간중간 왜 그러는지 뼈가 부러지듯 뚝뚝 소리까지 나며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면 혹시 뼈에 이상이 온 걸 알아내지 못한 건 아닐까 괜한 걱정까지 밀려든다. 밥을 먹을 때도 두세 번씩 저린 현상이 와 숟가락을 놓고 한참 동안 쉬었다 먹을 정도니 장애를 겪는 분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체험하는 셈이라고나 할까. 
 
 
지난 가을부터 시작됐으니 한 3~4개월 지났다. 그러니까 나는 유어스테이지에 들어온 후 계속 아프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거의 매일 글을 올리니 내가 얼마나 아픈지는 증명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그렇게 지독하게 글을 쓰니 팔이 그 지경이지’라고 혀를 차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그 점이 좀 속상하다. 물론 팔을 쉬어줘야 하는데 미련하게 글을 고집하는 게 맞다. 병원에서도 무슨 배짱이냐고 묻고 싶은 듯 의사가 째려볼 때도 있다. 처음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더니 이젠 팔을 쓰지 말라는 말도 아예 안 한다.
 
글은 일종의 나의 존재 이유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내 나이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신경을 쓸 데가 많지 않다. 결혼하지 않았으니 남편도, 아이들도, 시댁 일로 신경을 분산시킬 필요도 없고 오직 내 시선은 부모님과 나 자신에 머무는 게 전부다. 그러니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단순하게 획일화되어있는 생활패턴에서 그나마 탈출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몸이 아프니 그전처럼 왕성하게 일을 찾아 프리랜서 작업을 하기도 여의치 않다. 시야가 넓어야 생각도 넓고 깊어지며 생활도 즐거워지는데 어느새 귀찮다는 생각이 드나 싶어 움츠러든다. 좁은 틀에 갇힌 새는 고정된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볼 뿐 창밖 먼 세상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통해 소통의 통로가 열리고 글을 통해 바깥세상의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글을 쓰기 위해선 귀찮더라도 영화를 찾아보고 책을 끌어당긴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무력하기만 한 환자 모드에서 한 치도 더 나가지 못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를 악물고 오른팔을 끌어당겨 키보드 위에 올린다. 그렇게 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는 생활이 나를 살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제는 물리치료사가 내게 다가오더니 요즘 팔이 더 무거워진 것 같다고 했다. 내가 힘겹게 팔을 올리는 모습이 더 심각하다고 느낀 모양이다.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아는 사실인데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안 그래도 요즘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답하면서 그래서 요즘은 글도 매일 못 쓰고 진짜 환자 같은 엉터리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론 의사보다 물리치료사와의 대화가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때가 있다. 물리치료사야말로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환자들 개개인의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는 뭔가 한참 동안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지금 가장 힘드시면 그만큼 잘 하고 계신 거예요. 쉬운 삶이 어디 쉬운 걸로 끝나던가요? 그래도 선생님은 유효기간만 지나면 끝나는 고통이니 힘내세요!” 돌아오는 길에 자꾸 그 말이 생각났다. 일이 좀 쉽게 풀린다 싶으면 곧 예상치 못한 일이 눈앞에 닥쳐 당황하게 만들곤 했던 시간들. 그래, 난 유효기간이 있는 고통이었지. 그 기간만 견디면 되는데 괜히 한숨부터 쉬었단 거네. 물리치료사의 말은 그 어떤 위로보다도 큰 위로가 돼주었다. 지쳐가던 얼굴에 웃음도 되돌아오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당분간 글은 천천히 써야 할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나는 지금 싱크대 선반 위 통조림처럼 유효기간을 지키고 있는 환자이므로.             
 

<시니어리포터 이영란>

추천하기12
  • 페이스북 공유 트윗터 공유 Google Plus 공유
시니어리포터 이영란 (레드)
그것은 한 움큼의 빛이었다. 설악 능선에 내리던 눈발, 내가 목격한 환희의 전령.^^
Copyright ⓒ 시니어파트너즈 & Yourstage.com 저작권은 시니어파트너즈에게 있습니다.
나도 한마디
김경애 1월13일 오후 8:51
팔이 아픈데도 꾸준히 글을 써이 오셨군요.

이샘의 글을 읽으니 스티븐 호킹이 생각납니다.
'유혹하는 글쓰기'를 쓴 세계적인 작가말이에요.

그는 산책 중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고통스러운 재활로 힘든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나 아픈 와중에도 글쓰기를 통하여 삶 전체를 다시 끌어 올리는 과정을 밝혀놓았더군요.

저도 글을 씀으로써 제 존재를 확인하고, 저의 일상에 반짝이는 햇빛이 들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얼른 아픈 팔이 마법같이 낫기를 기원하며 응원을 보냅니다^^
답글쓰기
장현덕 1월13일 오후 7:52
유어에 오신지가 2년이 되었군요. 처음 영란씨 글을 읽고 차원이 다른 글이라서 영란씨의 팬이 되었지요. 아픈 팔을
무릅쓰고 글을 쓰시니 고통이 얼마나 클까요? 그런데 영란씨의 고통이 유효기간이 있는거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오늘 아침 일찍 봤을 때는 이 글을 못봤어요. 그런데 다시 들어와 보곤 기뻤지요. 솔직히 얘기하면 메인에 안 뜬걸
이해하기 어려워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영란씨의 글은 차원이 달라요.

그런데 어떡하죠? 팔이 아파도 오십견이 와도 영란씨의 글쓰기는 중지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사실 제가 봐도 영란씨는
몸을 너무 혹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글 올리는 시간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지요. 영란씨의 글쓰기는 술마시는 것으로 비유
하면 폭음수준입니다. 적절히 몸관리를 하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영란씨한테 글쓰는 일을 중지하라고 하면 아마도 삶의 의미를 잃어 버리는 수준이 될겁니다. 그러니 글을 쓰되 몸관리를
하며 쓰라고 하는거죠. 전 항상 영란씨 글을 鶴首苦待하지요.

앞으로도 글을 많이 쓰셔서 팬서비스에 충실하시길 바랄게요.
답글쓰기
조원자 1월13일 오후 7:11
어떻해요? ... 무슨 말로 위로가 될지.. 그런데 오십견은 1년이 지나면 자연히 낫는다는 것 외에...힘내세요. 감기도 많이 앓은 사람은 병을 다 견디어 더 건강해진다고 합니다. 위로가 될지?????
답글쓰기
김상연 1월13일 오후 6:58
참 속상하겠어요. 기다림은 새로운 길이 열리는 또 다른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낀만큼 좋아지겠지요. 참 수시로 맨손체조하시어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답글쓰기
김이라 1월13일 오후 4:23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래도 유효기간이 지나면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건강 잘 지키시세요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인거 같아요 아프니까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 힘내세요 ^^
답글쓰기
조왕래 1월13일 오후 2:37
글을 쓰기 때문에 팔이 아프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팔 전체의 운동이 부족하고 단지 손가락만 쓰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요? 물리치료 몇번 받으면 좋아질 겁니다. 이영란 님의 글은 심사숙고하여 깊이가 있는 글입니다. 팔보다 머리를 더 혹사하는 글로 압니다.
답글쓰기
임경남 1월13일 오전 11:37
유효기간이 지나면 끝나는 고통이란 불치병이 아니란 얘기이니 얼마나 좋으실까! 우리네에게 의사 선생님께서 아주 자주 하시는 말씀은 "워낙 연세도 있고 해서' 입니다. ㅎㅎ 이영란 선생님이 2년 되셨다고 하는데 제 기억으로 첫번째 글은 '일산 재래 시장'에 관해 쓴 글인 것 같습니다. 맞는지요? ㅎㅎㅎ 정말 글 잘 쓰시는 이영란 선생님 홧팅!
답글쓰기
윤옥석 1월13일 오전 10:57
웃음 가득 만만세 부르시며, 새해 건강하소서!
답글쓰기
남상순 1월13일 오전 10:36
그간 고생이 많았네요 오십견을 앓아봐서 아는데 남편이 만세를 많이 불르라고 했어요
대한민국 만세, 남편만세, 우리집 만세, 남은 아파 죽겠는데 얄미웠지만
만세 부르다 나았어요 조금씩 조금씩 만세를 불러보세요.
울 엄마 만세, 유어 레드 만세, 영란이 만세! 이렇게요. 홧팅 !
유효기간이 날마다 가까워지니깐. 국방부 시계처럼! ㅎㅎㅎ
답글쓰기
홍지영 1월13일 오전 10:15
하옇튼 건강을 챙기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조심히 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조금 어디가 불편하면 빨리 병원을 찾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하루하루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답글쓰기
신춘몽 1월13일 오전 9:12
제가 농담처럼 떠드는 말 중 하나가 " 수 십년을 사용 했는데 어디라도 고장이 나지 않겠나 하고 말 하는데
아무리 아껴서 써도 고장 나는것은 현실 이라는 생각이에요. 저는 그래도 아직은 내 머리와 손과 발을 사용하는대 무리가 없어서 감사 하지만 내일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것은 없겠지만요.
ㅎㅎㅎ 영란씨 ,,,위에 사진의 미모가 실제 상황인가요?(하늘의 선녀님 사진을 합성 한것?)ㅎㅎㅎ
답글쓰기
최고
사랑
기쁨
슬픔
응원
놀람
감사
선택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