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거야! 아내의 비밀표시
 
누군가 유머로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땅은 두 가지로 나눈다. 내 땅과 앞으로 내 땅이 될 땅’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 모두에게 웃음을 짓게 한다. ‘내 여자니까!’라는 노래가사도 있는 것처럼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해야 다툼이 없어진다.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를 향해 ‘내 새끼’ 하면 최고의 사랑스러운 표현이다. 살아가면서 절대 필요한 것이 내 것이라는 것을 남에게 알리는 표시를 하여 내 것을 남이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동물들도 자기 영역을 표시한다. 어떤 짐승은 영역의 경계선에 똥이나 오줌을 눠서 내 지역임을 나타낸다. 혹 다른 놈들이 들어오면 죽기 살기로 싸워서 물리친다. 어떤 짐승은 나뭇가지나 바위에 등을 문질러 자신의 체취를 묻혀서 자기 영역임을 표시하고 내 지역을 지킨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내 것을 표시하고 주장한다. 부동산은 국가가 소유자를 인정해주는 등기부 등본이 있다. 옷이나 물건에는 이름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이름을 쓰기가 좀 유치한 곳에는 나만 아는 비밀 표시를 해두고 남들의 것과 구분을 한다.
 
어린 시절에 본 모습이다. 거의 비슷한 하얀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동네 어른들이 어떻게 자신의 고무신을 구별해 낼까 하고 자세히 관찰해보니 각자 자신들만이 아는 비밀표시를 해두는 것이다. 즉 신발 앞 코에 ‘0’나 ‘X’표시를 한다. 비슷한 표시가 많아서 구별이 안 될까 봐 옆면에 이런 표시를 하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똑같은 표시를 하지 않기 위해 인두로 지져두는 분도 봤고 어느 분은 이것도 안심이 안 되었는지 바느질하는 실로 한 코를 떠 두기도 했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한 지극정성이다.  
 
아내는 남에게 음식을 담아줄 때는 밑면에 검은 싸인 팬으로 ‘0’표시를 해둔다. 모양과 크기도 비슷하고 색깔마저 흡사한 플라스틱 용기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이 집 저 집에서 담아 온 음식 용기가 한데 뒤섞이면 내 것을 찾기가 어렵다 이것은 확실히 내 것인데 상대가 자기 것이라고 우기면 참 난감하다. 이럴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 몰래 새겨 넣은 비밀표시다. ‘우리 그릇은 바닥에 ‘0’표시를 했어요.’ 이 한마디로 상대는 머쓱해지고 모든 소유권분쟁의 사태는 종결된다. 이때 비밀표시는 절대적 힘이다.
 
비밀표시를 잘 못 하면 옥(玉)의 티처럼 보기에 흉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 두었다가 분쟁이 생겼을 때는 짠하고 실체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언제나 잘 보이는 곳에 달고 다니는 명찰은 비밀표시라고 하지 않는다.
 
오늘 목욕을 하면서 내 몸을 샅샅이 들여다보니 사타구니에 녹두 알만한 검은 점이 있다. 혹시 어머니가 ‘이건 내 새끼’하고 표시를 한 것인가! 아니면 아내가 내가 잠들었을 때 한 짓인지도 모른다. 추리 탐정 소설에 이런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무슨 신체적 특징이 있나요?”
“예 그 사람의 사타구니에 녹두 알만한 검은 점이 있습니다.”
 
혼자 이런 상상을 하면서 나도 누군가가 자기 것으로 지키려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행복해지며 미소를 머금게 되었다. 
 

<시니어리포터 조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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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조왕래 (언어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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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신보경 1월15일 오후 1:40
ㅎㅎ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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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1월22일 오전 6:33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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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1월14일 오후 5:15
비밀표시 잘해 놓으셨네요 편하지요 나중에라도 내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할수잇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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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1월14일 오후 10:11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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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1월14일 오후 4:36
영역표시! 허긴 인간도 동물이니까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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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1월14일 오후 10:11
공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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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1월14일 오후 12:50
읔! 글을 읽다가 조금 놀랬어요
제가 마치 못 볼 곳을 본것처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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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1월14일 오후 3:14
ㅎㅎ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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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1월14일 오전 9:39
아이고~ 저는 이제 일어나 겨우 세수하고 유어에 들어 왔는데 아침도 먹지않은 저를 울리시는군요.
어머니가 내 새끼라는 표시를,,, ㅠ ㅠ 내 엄마는 내 몸에 어떤 표시를 해 놓으셨을까요?,,,
지난 수요일에 궁궐에서 선생님을 뵈우니 너무 감사하고 행복 했습니다.
저는 클럽 활동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궁궐 이야기에 3년동안을 개근하는 이유는 모든 선생님들의 인품에
감동하고 닮아지려고 달려 갑니다. 선생님도 바쁘신줄은 알지만 선생님의 귀한 향기를 느낄수 있게 해 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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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1월14일 오후 3:14
궁궝에서 뵙게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여서 너무 아쉽게 헤어졌어요. 다음 기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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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1월14일 오전 9:27
확실한 표시가 되겠네요. 선을 잘 긋는 편인가 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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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1월14일 오후 3:12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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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남 1월14일 오전 9:03
그릇에 비밀 표시의 효시는 놀부. 놀부는 흥부가 됫박을 빌려 달라고 하자 됫박 밑에 꿀을 발랐대나 모래나! ㅎㅎ 어부인께서 매우 지혜로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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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1월14일 오후 3:11
흥부놀부전에 그런 이야기가 있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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