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 군주의 거울–키루스의 교육
 
 
책의 부제인 ‘아포리아(Aporia)’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 즉 길 없음의 상태이자 출구 없음의 상태를 말한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위기 상황에서는 어떤 조치를 하는 게 가능하지만, 아포리아는 망연자실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스에서 생겨난 ‘아포리아(Aporia)’의 원래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는 뜻이라고 한다. 약 1,2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그리스에서 사람들이 섬과 섬 사이를 항해하다가 신화 속 영웅들처럼 어떤 절체절명의 상태, 즉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에 직면했을 때를 말한다. 특히 기원 전 5세기에 페르시아 전쟁(기원전 499~449년), 곧이어 발발한 같은 헬라스 민족 간의 전쟁인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년)으로 그리스는 아포리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연속된 그리스의 아포리아는 군주의 거울이 될 고전을 탄생시켰다.
 
 
이 책은 그리스의 고전인 헤르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플라톤의 <국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의 입문서 혹은 해설서로 생각하고 읽으면 된다. 고전은 후대 사람들에게 아포리아 상태에 직면했을 때 선택해야 할 리더의 모습을 제시한다. 위대한 제국은 피라미드나 만리장성 같은 큰 건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고전들은 기원후 8세기 유럽이 본격적으로 중세로 접어들던 카롤링거 왕조 시대부터 인문학의 리더십 교과과정이 됐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지도자가 마땅히 본받아야 할 ‘거울’과 같은 리더십의 모델을 보여주기 때문에 ‘군주의 거울(Mirror for Princes)’라고 불렀다.
 
 
헤르도토스는 세계 최초의 역사가로 불리고, 실제 역사라는 단어도 그가 처음 만들어 냈다. 그는 <역사> 서문에서 자신의 책을 ‘탐사 보고서’라고 정의했다. ‘그 목적은 인간들의 행적이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되고, 헬라스인들과 비헬라스인들의 위대하고도 놀라운 업적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무엇보다 헬라스인들과 비헬라스인들이 서로 전쟁을 하게 된 원인을 밝히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 문장으로 객관적 사료를 발굴하고 정리해 그 역사적 의미를 추론해내는 역사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저자는 헤르도토스의 <역사> 중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B.C. 595-546 추정),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B.C. 519-465), 아테네의 테미스토클래스(B.C. 524-459)의 삶과 행적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배우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준다. 크로이소스는 자신이 누렸던 권력과 부를 행복의 기준을 착각했던 인물이고, 크레르크세스는 과시욕에 사로잡혀 불필요한 전쟁을 일으킨 인물이다. 테미스토클래스는 살라미스 해전의 영웅이었지만 지나친 권력욕과 재물 욕심으로 자신의 조국에서 배척당했다. 유한한 운명을 지닌 인간이 자신의 분수를 잊고 오만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기원전 5세기 후반에 그리스에서 일어난 내전에 대한 기록이지만, 인간의 본성에 따라서 영원히 반복될 보편적 역사에 대한 성찰이다. 페르시아 전쟁 이후 그리스 동맹국의 리더가 된 아테네는 제국의 위치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패권을 장악한 국가의 체면, 그리고 그 나라의 끊임없는 이익 추구로 한 번 제국의 길로 들어선 국가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강자의 지배 논리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것이 투키디데스가 분석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기원이다. 제국의 확장은 강자가 받아들여야 할 운명인 동시에 약체 국가가 복종을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정치적 과정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영웅인 페리클레스는 아포리아 시대의 참된 지도자상을 제시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식견을 갖추고, 그것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속한 공동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재물의 유혹에 초연할 수 있는 지도자로 아테네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김상근 교수는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그리스 최고의 군주 거울로 소개했다. 크세노폰은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그려내며 철학과 관념의 세계에 머물렀다면 크세노폰은 만이대와 페르시아 고지를 오르며 전장을 누볐다. 플라톤이 동굴의 비유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데아의 세계를 강조했다면 크세노폰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왜 쇠사슬에 묶여 있는지 밝혀내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지도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실제적인 가르침을 남겼다. 키루스는 인재를 선택할 때 신앙심이 돈독한 사람,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 그리고 매사에 탁월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본인 자신이 모범적인 삶을 보였다. 바빌로니아에서 포로생활을 하던 유대인을 해방시켜 주고 고향으로 돌아가 예루살렘 성전을 다시 만들게 한 것으로 성경에도 등장하는 키루스 대왕은 진정한 ‘군주의 거울’을 보여준다.
 
 
기원전 2,500년 전 역사에서 오늘의 답을 찾는 것이 시대착오적 오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재화를 만드는 직접적인 기술이나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 비실용적 학문이라는 이유이다. 반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그저 빨리빨리 속도 경쟁만 해온 우리에게 인생의 방향에 대한 성찰을 하라는 이 시대의 요구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사회가 가진 모든 문제를 리더십의 부재로 싸잡아 비난을 하며 시스템의 개혁을 요구하는 일은 쉽다. 고전은 먼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자신이 가는 방향을 돌아보라고 속삭인다. 바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를 위로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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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2월22일 오후 5:06
한번정도 읽어보면 좋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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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성하 2월22일 오후 1:14
배울게 많은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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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2월13일 오후 8:25
언젠가 방송에서 이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려고 바구니에 담아 두었는데 덕분에 좋은 길잡이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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