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반장선거
 
초등학교 4학년인 손녀가 반장선거에 출마한다고 한다. “할아버지 선거 많이 해 보셨지요? 이번 반장선거에 제가 당선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심각한 표정으로 부탁한다. “그래, 많이 해 보았지. 하지만 네가 치르는 반장선거와 할아비가 과거에 겪었던 선거와는 아주 다르단다.” 우리는 어느덧 선거 이야기로 깊이 빠져들었다. 왜 반장선거에 출마하기로 하였느냐고 물으니 ‘그냥 해보고 싶어서요.’라고 맥없이 시원치 않은 대답을 했다. 그래서 손녀에게 선거에 대해 조언을 더 해주고 싶었다. 
 
“어떤 일을 하려면 거기에는 뚜렷하고 합당한 목표가 있어야 한단다. 예를 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전교에서 1등 하는 반을 만든다든지, 재미있고 신바람 나는 반을 만든다든지, 합창단을 만들어 전국대회에서 우승한다든지, 교통질서를 잘 지켜 등하굣길을 안전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한두 가지 목표를 정한 다음 그 목표를 몇몇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친구들과 의논하며, 수정하고, 함께 가자고 합의되었을 때 일단 목표 설정은 이루어진 것이란다.
 
다음 단계는 정한 목표를 반 전체 친구에게 함께 하자고 열심히 설명하는 거야. 그런데 평소에 망나니짓을 하다가 반장선거한다고 하니 환심 사려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 아무리 잘해도 친구들에겐 잘 먹혀들지 않는단다. 반장이 되려면 평소에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자기희생을 각오하며, 친구를 도와주고, 배려해주며, 나누는 마음이 있어야 친구들도 마음을 준단다.”
 
손녀와 이야기하면서 지난날 어둡게 얼룩졌던 선거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다가왔다. 내가 아는 친구 중에는 선거에 달인이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무수한 선거를 기획, 지휘, 평가, 분석하며 내공을 많이 쌓아왔고, 선거 시즌이면 그의 몸값은 금값이 되고 각각의 진영에서는 그를 모셔가려고 안달이었으며, 그의 향방에 따라 선거판은 출렁이었고, 반대 진영에서는 바짝 긴장하였다.
 
선거판에서는 돈이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돈을 실탄이라고 부르며. 꾼들 사이에선 이 선거판에서는 얼마의 돈이 필요하다는 견적이 나온다. 선관위와 상대 진영의 눈을 속여 가며 쫓고 쫓기면서 얼마나 돈을 잘 쓰느냐가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비결이며 기술이었다. 이런 선거에서는 반드시 후유증을 앓게 마련이다.
 
그런데 손녀의 반장선거에서도 친구들에게 떡볶이를 사주고, 연설문을 달달 외우는 것 말고는 다른 모션은 없는 것 같았다. 민주 시민으로 커야 할 어린아이들의 선거에 대한 개념이 기성세대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놀라웠으며,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나로서는 크나큰 미스터리였다. 손녀에게 선거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 주고 싶었다.
 
“애야, 할아비가 아는 친구가 있었단다. 그 사람은 면장으로 퇴임하면서 퇴직금과 적지 않은 대출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했었고, 그 후 외환위기로 나라 경제가 엉망일 때 큰 빚을 안게 되었으며, 이후 그는 무척이나 곤궁한 생활을 하게 되었단다.
 
그런 와중에서도 공직 퇴임 후 꿈꾸어 왔던 지자체의원선거에 출마하여 번번이 낙선하였단다. 우리는 그에게 이젠 꿈을 접고 더 출마하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또 도전했었지.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오토바이 한 대와 주머니의 사탕 한 봉지가 전부였으며, 선관위의 눈을 피해가며 온갖 탈법을 일삼던 다른 후보자들은 그를 비웃으며 조롱했단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마을 길을 누비던 그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고령 유권자인 촌로들을 논밭에서 만나면 긴말하지 않고 사탕 한두 알을 손에 꼭 쥐여주었고, 촌로들은 눈시울을 그렁그렁하며 힘내라고 그를 격려해 주었으며, 운동원을 거느린 상대 후보는 대형 마이크를 장착한 유세차량으로 거리를 누빌 때 그는 논밭에서 유권자들과 손을 잡고 교감을 했단다. 그를 보고 ‘사탕’이라고 야유하던 상대편 후보는 쓰디쓴 고배를 맛보았고, 우비 입고 빗속에서, 흙먼지와 함께 논밭으로 오토바이를 달리던 그는 기적같이 승리하였으니 선거란 바로 이런 것이란다.”
 
손녀는 왜 사람들이 사탕 한 알을 손에 쥐여주고 아무 말 없이 헤어지는 그를 선택했는가를 이해했는지 궁금했으며, 퇴청 후 시장바구니를 들고 슈퍼마켓으로 장 보러 간다는 독일 총리 메르켈의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매주 단골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데 총리가 된 후에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2명의 경호원이 따른다는 것뿐이었다.
 
채소의 신선도를 살펴보고, 과일을 꼼꼼히 고르며 줄 서서 장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려주고 지갑에서 카드로 계산하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총리의 모습이 아닌 우리와 같은 서민의 모습이었다. 선거는 우리 위에 군림하는 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메르켈과 같은 이를 키우고, 또 우리의 지도자로 뽑는 것이라고 손녀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시니어리포터 문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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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김이라 2월22일 오후 5:11
반장선거 예전생각이 나네요 반장선거때 아이들이 반장이되면 어떻게 하겠다고 목에 힘주고 하던 ㅎㅎ 잠시 예전생각에 잠기다가요 할아버지덕분에 많은것을 배웠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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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성하 2월21일 오후 1:04
잘 배웠을거라 생각합니다.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멋진 경험일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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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21일 오후 8:59
내 저도 그렇게 믿고 싶어요.
이제부터 미지의 세상을 하나씩 배워가며 성장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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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광 2월21일 오전 11:19
문구현님의 손녀가 반장 선거에서 꼭 당선되기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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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21일 오후 8:57
고맙습니다
부 반장이 되었더군요. 반 아이들과 잘 지내 기를 바랄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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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현 2월21일 오전 9:56
손녀에게 너무 어려운 주문을 한거 아닌가요? 그냥 인성을 발전시키고 교우관계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니 출마해보라고
권유하심이 어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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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21일 오후 8:55
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한테 부담 준 것 같아서요.
어떤 땐 제가 생각 못 하는 것도 말 하는 아이라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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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2월13일 오후 1:52
선거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아이들 어렸을 적 반장선거 나갔다가 떨어졌다고 울고불고한 추억이 있답니다. 떨어져봐야 속상한것도 알고 하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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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10:46
그래요 쓰디쓴 고배가 무었 인지 아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큰 교육 일 텐데
일부 몰지각한 엄마들은 먼저 나서서 아이들의 선거 판에 끼어들어
흐려 놓는다고 하더군요. 각성 해야 할것 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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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2일 오후 9:38
선거에 출마를 하던 길가에서 장사를 하던 진정한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대하면 성공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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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10:41
민주주의의 역사는 선거의 역사 이었던 가요?
호 불호 를 쉽게 표시 하면 되는 것 인데 복잡하기만 해요.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의 어두운 망녕을 아이들이 알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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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2월12일 오후 5:16
선거에 대한 손녀 교육이 잘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의 손녀들이 출마할때 저도 일장 교육을 하고 연설문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릴때 부터 선거교육이 잘 된다면 민주시민이 될려나요?
유권자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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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10:35
손녀가 출마했던 반장 선거는
모두가 친구 이고 , 같은 수준의 아이들 이었지만

바깥 세상의 선거는 각양 각층의 사람 들이
이해가 복잡하게 얼킨 여러가지 문제를
선거라는 수단으로 푸는 정치 행위라는 것을 손녀 에게 이해 시켜 주기에는
너무 어려 웠습니다.

더 크면 알아 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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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2월12일 오후 3:45
사탕한알 주는 것은 선거법에 괞찮은 모양이지요? 유권자들도 깨어 있어서 자신의 한표행사에 최선을 다 해야하는데 너무 무관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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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10:23
반장 선거를 통해서 손녀가 민주 시민으로 성장 했으면 좋겠어요.
굴곡된 선거의 역사도 발전해 나가는 한 과정 이겠지요.
마음속 깊이 있는 표심을 움직이는 메카니즘
선거가 존재 하는 한 꼭 풀어야 할 숙제 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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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남 2월12일 오전 10:56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이 당선의 지름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금권은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지역 감정은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귀여운 손녀가 정정당당하게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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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2일 오전 11:54
그래요. 다음 지방 선거 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많이 바뀌었으니 좋아 지겠지요. 추위에 건강 챙기시고요,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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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2월12일 오전 10:38
지혜로운 산교육이군요, 저도 4년짜리 손자가 있는데 공부를 못하는 모양이네요, 아직 소식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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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2일 오전 11:46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마음은 같은가 봐요.녀석들의 조그만 일도 안 스럽게 만 보여요
강하게 커 주어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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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2월12일 오전 10:32
손녀따님은 할아버지의 교훈을 가슴으로 받아들여 아름답게 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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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2일 오전 11:43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답니다.
아이들은 무한 가능성이 있고, 우리 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을 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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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2월12일 오전 10:21
초등학교 4학년인 손녀가 이해하기엔 좀 어려울 수 있는 선거 이야기를 할아버지께서 알기 쉽도록 설명해주셨네요.
사탕 한 봉지를 나누던 분이 선거에서 승리한 이유는 사탕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손녀가 알 때 쯤이면
우리나라 선거 풍토가 달리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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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2일 오전 11:40
우리 나라의 선거 풍토도 많이 개선 되었지요.
예전에 비하면 상전벽해 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더 욕심을 부려 봅니다. 조금만 더 잘 하면 우리도 선진국이 될 거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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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경 2월12일 오전 10:17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는 모두 투표권을 가진 우리 손에 달려있는 거겠지요. 손녀따님이 바른 선거로 반장에 당선됐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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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2일 오전 11:36
우리 손녀는 부 반장이 되었 다더군요.
더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고 모범을 보여 주어 다음에는 반장이 되라고 격려 해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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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2월12일 오전 10:03
아직도 구태가 만연하는 선거 풍토를 생각하면 입맛이 씁니다. 손주들이 사는 세상은 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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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2일 오전 11:33
절대 동감 입니다.
더 밝고 투명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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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2월12일 오전 10:01
선거에 대한 좋은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선거후에는 어디에나 후유증이 있곤 합니다. 손자가 반장이 되었는 지 모르겠네요. 반장이 되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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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2일 오전 11:32
고맙습니다.손녀는 아주 조그만 것을 배웠을 것 입니다.
승패가 중요 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 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는데요
이 아이가 알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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