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추억
 
젊은 사람들은 살아갈 일이 구만리인데 지난날이나 일을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나이를 점점 더해 가는 사람들은 지난날을 자주 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추억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추억이 많은 사람은 그래도 없는 사람보다 낫다고 한다. 어디 가나 이야깃거리가 많아 때로는 인기를 한몸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귀에 딱지 앉듯 들어온 바에 의하면 남자들은 군 복무를 하던 시절이 제일 추억에 남는 듯하다.
 
오늘은 날씨가 많이 푸근하다. 창밖을 내다보던 남편이 뜬금없이 ‘옛날이 좋았는데’ 한다. 창으로 들어오는 따듯한 볕에 아마도 옛 시절에 지냈던 생각이 났나 보다.
 
“어느 시절?”
 
“젊은 시절이지.”
 
“군 복무를 마치고 서울서 공부하던 하숙집에 갔더니 사위 삼고 싶어 하숙집 아주머니가 버선발로 뛰어나오던 그 시절이 아니고?”
 
“싱겁기는.”
 
웃자고 하는 말인 줄 알지만 남자라고 왜 그런 시절이 생각나지 않겠나 싶다. 결혼하고 얼마 후이다. 시어머니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남편이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 내수동에서 하숙하고 있을 때 시어머니가 하숙집을 찾아가니 딸을 둔 아주머니가 그렇게 반갑게 맞아 주더라며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그런데 그 집을 마다하고 어느 날 나를 데리고 왔다며 은근히 아들 자랑을 했다. 속으로 '치~ 나는 안 그랬을까요.' 하고 웃던 이야기다. 남편은 옛 시절의 이야기를 내가 받아주면 끝없이 풀어놓는 사람이다.
 
오늘따라 웬일인지 두 TV 채널에서 예전에 했던 드라마를 재방송한다. 오전에 한 방송극에서는 <만약에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것인가> 했다. 가고 싶다는 초대 손님도 있고 그 어려운 시절로 왜 돌아가느냐는 분도 있다. 지난날의 많은 물건이 나왔다. 그중에 ‘선데이 서울’ 주간지가 눈에 띄었다. 일원동 살 때 서울 신문을 보면 주말이면 왔는데 시어머니가 유일하게 손자의 딱지를 접어 주기 위해 주말이면 기다리셨던 잡지다. 오후에는 한 방송극에서 <제5공화국>을 한다. 남편은 이 재방송을 보더니 예전 군 시절이 생각났나 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자진해서 입대했는데 지금도 둘도 없이 지내는 고향 친구가 따라서 입대했고 군 시절 술, 담배를 하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오는 담배를 건빵하고 바꾸어 이 친구에게 주었던 이야기는 지금까지 수백 번도 더 들었다. 하루는 팥죽이 나왔는데 어느 지방에서 한 동료가 배가 몹시 고팠는지 팥죽 그릇을 박박 혀로 핥아먹던 이야기도 한다. 그래서 모아 둔 건빵을 주었더니 그다음 날부터 졸졸 따라다니며 심부름도 잘하였는데 지금은 어디에서 사는지 궁금하단다. 그리고 올라와 수색에서 복무했는데 휴가를 나가는 데 차비가 없어 내수동까지 밤새 걸어갔던 이야기를 또 한다.
 
다시 종로거리를 말하다가 이야기가 흘러 어느새 우리의 결혼식으로 바뀌었다. 이야기 도중 잠시만 하고 추억의 상자를 가져와 사진을 한 장 한 장 꺼내다가 그만 나는 웃음이 한바탕 나왔다. 새신랑 양복에 꽂았던 손수건을 보았다. 헝겊 손수건이 아니고 종이에 끝만 천으로 만들어 붙인 것이었다. 세상에 어려운 시절이라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종로 화신 백화점 입구에 있는 새 서울 예식장이었다. 예식장비가 14,000원이다. 그런데 동신타월 값은 좀 비싸다. 300매에 17,100원이다. 그 당시 남편의 월급이 3만 원 정도 하던 때였다. 쌀 한 가마에 4천 원 했고 금 한 돈에 3천 원 했다.
 

[아래 왼쪽입니다]

 

 

남편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랑 찍은 사진을 보고 직장 동료와 설악산 갔던 사진도 있다. 남편은 이때가 좋았는데 하고 또 말한다. 이런저런 사진을 보면서 추억에 젖다가 날씨가 좋으니 별별 추억을 돌이켜본다며 남편과 나는 멋쩍게 웃은 하루였다.

 

<시니어리포터 조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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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조원자 (큰며느리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많은 이야기 나누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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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이정술 2월19일 오후 9:13
해를 바라보는 자는 자기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는 말처럼 위만보고 달려온 젊은 시절에는 그게 추억인지도 모르고 지나왔건만 나이들어 한가한 시간에 옛날 엘범을 펼쳐보면 이제 자기 그림자의 모습들을 보는것이 행복이겠지요, 두분 행복한 시간을 갖어셨습니다. 추억을 벗삼아 늘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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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9일 오후 10:47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도 추억이 있으시겠지요. 늘 좋은 말씀 주셔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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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광 2월19일 오후 3:15
아주 이른봄 어느날의 아름다운 일상~따뜻한 행복에 잠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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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9일 오후 10:46
잠시 날씨가 춥다가 포근하니 옛 생각이 났나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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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성하 2월19일 오후 1:16
추억 꺼내보기 하셨네요.
즐겁게 돌아 보실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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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9일 오후 10:47
선생님께서도 추억이 많으시겠지요? 늘 좋은 말씀 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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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현 2월19일 오전 9:31
지금의 70대를 사시는 분들은 아마 고생했던 기억이 많겠지요.지나고 나서 지금의 안정된 삶이 그리운 추억을
남기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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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9일 오전 10:02
네, 나이가 더해감에 따라 옛생각이 나고 그리운가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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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2월14일 오후 2:15
남편분과 즐거운 추억여행을 하셨네요 두분이 정답게 애기하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알콩달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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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4일 오후 8:07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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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2월13일 오후 8:23
추억은 세월이 갈수록 더욱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알콩달콩한 생활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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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4일 오전 12:41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 그렇지 남자들도 추억이 많은가봅니다. 군대 이야기는 남편의 18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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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2월13일 오후 3:56
아~옛날이여, 그때그시절이 그립다는것은 그만큼 나이가들어가고,,,아니 그만큼 숙성되어가고 있다는 것이겠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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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3일 오후 4:29
네, 남자분들도 옛 시절이 그립기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설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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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2월13일 오전 11:14
살아갈수록 옛날이 그리워져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것 같아요.
두 분이서 눈 맞장구치시면서 얘기 꽃을 피우시는 오늘이
먼 훗날에는 또 다른 추억이 될 것입니다. 행복하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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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3일 오후 4:30
네, 요즈음은 가끔 옛 시절이 떠오나봅니다. 나이먹어 간다는 뜻이겠지요. 즐거운 설 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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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2월13일 오전 10:35
남편이 이제 나이가 들수록 옛생각이 추억으로 많이 나는 모양입니다. 두분의 아옹다옹하는 모습도 너무나 보기가 좋습니다.
항상 더 멋있게 하루하루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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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3일 오후 4:31
감사합니다. 즐거운 설 보내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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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남 2월13일 오전 9:56
남자들 군대 얘기 하면 삼박사일 해도 모자라고 여성분들 남자들 군대 얘기 제일 듣기 싫은 얘기라고 흔히들 말하지요. 두루 옛 추억을 회상하는 남편 분 기분을 잘 맞춰 주셨습니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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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3일 오후 4:32
네, 남편은 친구를 만나면 군시절 이야기하느라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네, 그리고 듣고들어서 이제는 웃고맙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 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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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2월13일 오전 9:42
쌀 한가마에 4천원이고 금 한돈에 3천원이요? 그러고보니 지금과도 비슷하내요.
지금도 쌀 한가마가 20만원 전후이고 금값은 20만원 안쪽이니까요,
금값하고 쌀값이 함께 공생하고 있다는것이라 왠지 친근한 생각마져 드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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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3일 오후 4:33
네, 그렇습니다. 쌀과 금은 언제나 나란히 나란히...입니다. 가마니로 쌀을 사서 먹던 생각이 납니다. 즐거운 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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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2월13일 오전 8:58
살아 온 세월만큼 쌓인 추억이 얼마나 많으시겠습니까? 두 분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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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3일 오후 4:34
가끔 심심하면 옛 시절이 떠오르나 봅니다. 튿히 고향 친구들이... 즐거운 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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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2월13일 오전 8:46
그 옛날 추억을 보관하셨네요. 나이가 들면 추억으로 산다고 해요 추억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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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3일 오후 4:35
감사합니다. 잠시 잊고 지냈는데 물가의 변함을 봅니다. 즐거운 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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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2월13일 오전 8:16
예식장 비용 영수증을 보관했네요. 철저하십니다. 쌀값 4천원시절이니 참 옜날입니다. 조원자 샘은 지금도 고우시지만 새색씨때는 얼마나 이뻣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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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3일 오후 4:36
이쿠... 사모님께서도 고우시던데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설 보내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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