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를 울렸던 철부지 남정네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젊은 부부들이 다정히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나 아이 딸린 부부의 남편이 캥거루처럼 어깨띠를 앞으로 메고 아이를 품고 가는 모습을 보곤 너무 부러워 몇 번이고 자꾸만 쳐다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 큰 덩치가 상대 여우와의 연기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행태를 “좀생이 같아 보인다고” 하면서도 부부에 대한 애정 표현이 서툴러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툭 던지고는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노심초사했으며, 과묵하다 못해 돌부처처럼 무심하게 지냈던 지난 세월이 더없이 부끄럽고 아쉽기 그지없었다. 마누라를 울렸던 농촌의 철부지 남정네들의 웃지 못할 행태가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사고 일부분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만 하다.
 
한 사내가 몇몇 동패들에게 전화를 했다. 방죽 수문에서 메기와 가물치를 잡았는데 추어탕을 끓여놓을 테니 소주나 사 가지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내는 일찍 부인과 사별하고 중국 여인과 재혼하였는데 부인이 중국에 가 있는 때가 많아 홀아비나 마찬가지였다. 혼자 음식을 자주 해 먹어서 맛깔스러운 추어탕을 만들 수 있었으며,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악동들의 소굴로는 아주 안성맞춤이어서 평소에도 사랑방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인 사내들은 추어탕의 맛이 끝내준다고 너스레를 떨며 소주를 몇 순배 하더니 물컵으로 벌컥벌컥 마신다.
 
금두꺼비 진로는 알코올 도수 35%이어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몇 쪼금 못 간다. 취기가 거나하니 이웃들의 일상사를 안주 삼아 씹기 시작했다. 이들의 대화는 목소리가 크면 주도권을 잡고 끌고 나간다. 관내 유력 인사에 대한 소문, 주점에서의 무용담, 초상집에서 형제들의 다툼, 아무개의 재산 다툼 등 모든 것이 이들의 도마에 올려 져 난도질을 당했다.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던 이들도 더는 재미없는지 누군가가 점 백 고스톱이나 치자고 제안했고, 이렇게 해서 그들의 노름판은 시작되었었다.
 
그 후 매일 밤 어둡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농담 따먹기 하며 꾼들을 기다리다 한 사람이 "다 왔어, 기계 꺼내어" 하니 낡은 담요 밑에서 화투장을 꺼냈다. 이들은 농사일을 끝내고 쉬면서 새해 농사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이웃이거나 건넛마을에서 온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화투판을 벌였다.
 
그렇다고 모두 친구 사이는 아니다. 무려 20여 살 차이가 나는 젊은이와 늙수그레한 초로의 중년이 섞여 있으니 말이다. 노름방에서는 위아래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벌써부터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마누라들의 기습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은밀한 장소로 옮겨가며 저녁에 시작하면 꼬박 밤을 새우고 이튿날 아침까지 계속했다. 어떤 때는 2~3일 밤낮으로 계속하기도 하였으며, 판을 엎으려는 아내들의 추적도 치열했지만 대개는 적전 분열되고 말았다. 자기 남편을 아무개가 꼬여냈다며 서로 난투하는 사이에 남정네들은 요리조리 피하여 여인네들의 각개전투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법 없이도 살 선량한 농부였다. 농사일을 하면서 틈틈이 공사판에도 다녀 알부자로 알려졌었고, 서리태 콩 타작을 끝내고 눈 쌓이면 군불을 때고 오순도순 남편과 한겨울을 보낼 일만 남았는데, 남편이 눈이 뒤집혀 노름판에 미쳐서 20여 일째나 집에 들어오지 않으나 환장할 지경이었다.
 
잡히기만 해 봐라. 하곤 눈을 화등잔처럼 부릅뜨고 뒤를 밟았지만 좁은 동네인데도 하늘로 솟았는지 땅속으로 숨었는지 요리조리 잘도 피하여 그녀를 더욱더 분노하게 만들었다. 새벽 2시에 같이 노름하는 자의 처인 여자로부터 장소를 알려주는 제보 전화를 받았다.
 
단숨에 달려가 문밖에서 보니 인기척 없이 고요했다. 문을 빼꼼히 열고 들여다보니 담배 연기 속에 허깨비 같은 군상들이 눈만 빤짝거리며 소리를 낮추어 "흔들어, 피박에 쌍박"하며 판돈을 쓸어 모은다. 그녀는 이미 이성을 잃어버렸다. "이런 우라질 놈들" 하며 화투판으로 돌진한 것이다. 그녀의 남편인 사내가
 
"이년이 환장했나? 여기가 어디라고 뛰어들어"
 
"그래, 나 환장했다. 어디긴 어디야 노름판이지.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철썩~ ” 하고 그녀의 남편이 그녀의 뺨을 후려치는 소리가 처연하게 들려온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리칼을 쥐어뜯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겉옷을 벗어 던지고 속옷도 벗어 던졌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었다. 팬티까지 벗어 집어 던지고 알몸으로 노름 방석 위에 퍽 엎어져 "이놈아~ 나 죽는다. 아이고, 이이고“ 하며 대성통곡한다. 황당한 남편이 아내의 두 팔을 잡고 질질 끌어 문밖으로 내동댕이치고 옷을 주섬주섬 가지고 사라진다. 이렇게 해서 주야장천 노름판은 끝나 버렸다.
 
병상에서 여자는 퍼렇게 멍든 눈에서 오열하며 "짐승만도 못한 놈~ " 하고 흐느낀다. 남자는 일그러진 얼굴로 바닥이 무릎을 꿇고 "여보 잘못했어. 내가 죽일 놈이지, 이젠 절대 안 할 게" 하고 빈다. 이미 적지 많은 사람이 세상 떠났고 이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그일 이후로 동네에서 화투판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긴 세월 속에 잠깐 스쳐 가는 찰나와 같은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면 아무리 아끼고 사랑해도 부족할 텐데 우리 세대는 이렇게 한세상을 철부지 노릇을 해 가면서 살아왔다. 남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아내에게 좀 더 잘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시니어리포터 문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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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문구현 (ol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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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송미순 2월18일 오후 11:54
제 유년시절을 보는 듯합니다. 농번기에는 비지 땀을 흘리며 근면하셨던 아버지가 농한기인 겨울만 되면 노름방에 틀어 박혀서 집안 살림에는 신경을 안쓰셔서 엄마의 속을 많이 상하게 하셨지요.그 시절만 하여도 순박하셨던 우리 엄마는 애만 태우며 차마 당신은 노름방에 못찾아가시고 어린 저에게만 아버지 모시고 오라고 심부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해지네요. 철 없던 시절에는 아버지의 행실이 전혀 이해가 안되고 원망스럽기만 했었는데, 나이들어 보니 혈기왕성했던 젊은시절 아버지의 무료함을 달래줄 오락거리가 그것 뿐이었나 보다 하고 이해가 되더군요.나중에 서울로 이사한 뒤 사철 직장에 다니시면서는 도박을 끊으신 것만 보아도 할일없는 무료함 때문이었던 듯합니다.옛 기억을 떠올리게 된 단편소설 같은 선생님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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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9일 오후 8:48
추억은 항상 아름다운가 봅니다.
이번 명절에는 추억의 흑백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았답니다.
이미 고인이 된 오드리햅번 의 모습을 보니 좋더군요
지금도 가능 하다 면 추억의 앨범을 더 채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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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월14일 오전 12:25
어머나, 어머나! 하면서 글을 읽었습니다. 다행이 그런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니 다행이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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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10:17
선생님이 이렇게 잡문을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잡다한 신변 잡기를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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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2월13일 오후 3:59
덕분에 요즘에는 두손들고 무뤂꿇고살아가고계시느늣, 요즘말이 있더라구요, "저주는것이 이기는거라구요"세월이갈쑤록 모든것이 아름다운 추억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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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10:14
모두가 흘러간 추억 일 뿐 입니다.
이제는 이들도 추억을 되 삭이며 노년을 보내 겠지요.
" 인생은 초로 같은 것 이여~"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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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2월13일 오전 11:24
실제상황인데도 소설의 한 장면을 읽은 듯 합니다. 지금이라면 티비라도 보았을 텐데 예전에는 농삿일을 끝내고 마땅히 할일이 없어 오락삼아 한 일이 거기까지 가버렸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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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10:10
네~ 그랳 던가 봐요.
지금은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천국 같은 세상이지요.
그래도 사람들은 재미 없는 세상 이라고 투덜 대더군요.
하지만 제가 봐도 너무 살기 좋은 세상 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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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남 2월13일 오전 11:09
오래전의 얘기이겠죠! 요즘 저렇게 가정 폭력을 했다간 정말 치도곤입니다. 그 옛날 농촌 풍경화 같은 농촌 모습에 관해 쓰신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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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10:05
네~ 물론 오래전 이야기 입니다.
우리의 삶은 항상 따뜻한 면도 있지만 얼룩진 뒷면도 있더군요.
사람들은 항상 양지를 좋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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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2월13일 오전 11:01
메밀꽃 필무렵을 읽을때 보다 더 긴장하며 읽었네요
단편 소설에 한번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정말 재미나지만 마음속에선 울면서 보았네요
작두로 손을 잘라고 발가락으로 한다는 투전.
가슴아픈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지금은 마약이 세월을 좀먹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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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10:02
과분한 칭찬 고맙습니다.
모란꽃 잎이 땅에 흐터 저서 밟힐 때면 가슴이 시려 왔었지요.
날이 풀리니 모란의 꽃망울이 통통하게 부풀어 오르네요.
이때 쯤 이면 꺾어지는 세월을 다시 한번 느껴지며
지난 일 들이 스처 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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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2월13일 오전 10:38
14일이 발렌타이 데이인가요. 저는 참 너무나 그런 것에 너무나 소홀했던 것 같네요. 남편과 가족과 서로 교감하면서 멋있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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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9:53
발렌타인 데이 는 아름다운 풍속으로 우리에게 깊숙이 와 있더군요.
춘향이가 이도령 한테 속내를 비추는 것처럼 은근 슬적 고백 하는것도
더 재미 있을것 갔잖아요?
하긴 자기 스타일 대로 하면 되지 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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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2월13일 오전 9:04
ㅎㅎ 진로가 35도이던 시절 이야기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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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9:48
지금은 여성들이 먹기 좋게 만든 가 봐요.
하지만 보드카나 고량주는 여전히 50도가 넘으니
주당 들은 외국술을 찿게 되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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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2월13일 오전 8:42
네 서로 잘하고 살아야지요 14일이 발렌타이데 딸이 아빠 초코렛을 사왔어여 남편이 "당신은 왜 안줘" 그래서 저도 마트가서 초코렛 선물했어요 ㅎ 이벤트하며 재미있게 살아야지요 옛날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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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9:46
사람을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 인가 봐요.
까맣게 잊어 버린 일도 어떻게 생각 해 냈는지 가끔 시간 여행을 하게 한답니다.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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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2월13일 오전 8:20
화투판에 여자들이 뛰어든 크고작은 사건이 많았지요. 술집 여자를 머리끄뎅이잡아당기기도 하고요. 그녀들의 투혼으로 가정이 많이 지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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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현 2월14일 오전 9:43
네~ 그녀들의 투혼 맞습니다.
지금 쯤 그녀들도 젊은 날의 추억으로 아스런히 떠 올릴거 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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