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창 지역을 여행했을 때 시간이 남아 박물관에 들렀었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지역답게 메주도 있었고 도넛 모양의 고추장 메주가 짚에 묶여 매달려있었다. 토종 메주콩을 구하고 그 콩을 심어 메주를 만들고 장과 된장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해보고 나니 고추장 메주도 만들어 고추장 담그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메주는 보통 11월 중순 경 추수가 끝나고 만들기 시작하지만 고추장 메주는 7~8월에 만들기 시작한다고 한다. 고추장 메주가 따로 있는 줄도 몰랐다. 온도와 습도가 자연스럽게 메주 띄우기 좋은 시기를 따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고추장 메주는 일반 장 메주와는 다르게 메주콩과 찹쌀을 같이 쪄서 만들어 성형한다. 이렇게 만든 도넛 모양의 고추장 메주는 겉 말림을 하고 띄웠다 말리기를 서너 번 반복하면서 완성된다.
몇 년 전 전주대에 추정임 교수님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교 기업에 견학 겸 고추장 실습하러 갔었다. 그곳에서는 특이하게 엿기름을 쓰지 않았다. 고추장을 담으려고 엿기름을 직접 길러보고 그 엿기름을 고아 조청도 만들고 고추장도 담가봤지만 과정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엿기름을 쓰지 않는 방법이라니 흥미로웠다. 고추장 담글 땐 좀 더 쉬운 방법을 찾게 된다.
[찹쌀고추장 만드는 법]
준비물은 고춧가루 3kg, 찹쌀 1.5kg, 고추장 메주 700g, 소금 1kg, 조청 1kg, 8ℓ 정도의 물, 고추씨 150g
1. 찹쌀을 채반에 올려서 쪄준다. 고두밥을 만든다.
2. 찹쌀 고두밥과 물과 고추장 메줏가루를 넣고 잘 치대준다. 처음엔 물기가 없지만 치대다 보면 찹쌀 고두밥이 삭기 시작해서 물이 나온다. 하룻밤을 재운다. 찹쌀이 삭으면서 단맛을 내준다.
3. 다음날 소금을 넣고, 치대주다가 곱게 간 고추씨와 고추장용 고춧가루를 넣고 조청을 넣고 잘 버무리면 엿기름 없는 찹쌀고추장 완성
밥알이 그대로 있을 것 같은 고추장이지만 찹쌀은 이미 삭아서 거의 형체가 없다. 사실은 고추장 실습을 하러 갔을 때는 조청을 넣지 않고 찹쌀을 삭히는 것만으로 고추장을 만들었다. 막 만든 고추장은 단맛이 나고 맛있었다. 몇 번 고추장을 담그다 보니 조청을 넣는 게 더 좋았다. 만든 고추장에 매실액을 넣어주면 매실고추장, 마를 넣어주면 마고추장이 된다. 고추장 담그기가 제일 쉬운 것 같다. 많이 도전해 보기를 기대한다.
<시니어리포터 이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