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남아 돌아가는 시간

 

참 바쁘게 살아왔다. 누구나 젊은 날에 그리 살지만, 거의 일 중독처럼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살았다. 6년 넘게 암 투병 중이던 남편의 간병인으로 살아온 세월, 엄마이기를 포기할 수도 없었고, 남편의 일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도왔기에 더욱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병원에서 환자와 함께 사는 삶도 그리 만만칠 않았다. 

 
때로 하루에 다섯 번씩이나 환자를 소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잠깐씩 환자를 두고 집안일과 직장 일을 땜질하고 병원으로 돌아와야 했다. 비 오는 캄캄한 밤길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일정들을 초인적으로 소화해냈으니 스스로 가상히 여길 때도 있다.
 
남편이 떠나버리고 흔적 지우기를 하는 동안 3개월은 슬퍼할 사이도 없이 밀려드는 일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무리하고 긴장이 풀어진 까닭인지 아니면 노쇠 현상인지 건강에 어려움이 왔지만 어쩌면 불건강이 다른 색깔의 축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집안에서 홀로서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여유로워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는지 당황했다. 
 
그것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늘 부딪치며 살아온 삶이었는데 절해고도에 혼자 떨어진 듯 외로움과 비비며 견디어야 했다. 어떤 시인은 ‘인간은 누구나 다 외로운 섬’이라고 했지만,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던 내게 24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살아남기 위해 뜨개질도 하고 화초도 키우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집안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친구가 수세미 뜨는 것을 가르쳐 주어서 200개를 떠서 며느리에게 주고 유용하게 사용하라고 전해 주었다. 초록가게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100개를 떠서 선물했다. 지금은 700개를 주문받아서 매일 재미나게 뜨고 있다. 실값에 수고비를 조금 보태어 시중보다 아주 싼 가격에 주문을 받아서 수세미를 뜬다. 
 
친구 하나가 영업부장을 자처하고 주문을 받아온다. 판로가 막혀도 걱정은 없다. 필요한 곳에 기부하면 되니까 소모품이라서 언제라도 필요한 물건이다. 빨리 뜨라고 독촉하는 이도 없고, 피곤하면 안 뜨면 그만이고, 심심할 사이가 없다.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즐겁게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일 중독인 사람은 일이 없으면 쉬는 게 아니라 일을 만들어서 하게 되나 보다. 간단한 뜨개질이지만, 내 삶을 20분을 희생해야 수세미가 한 개 만들어진다. 시간이 생명인데 내 생명을 기쁘게 이웃을 위해 선물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수세미 뜨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재능기부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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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남상순 (어진수니)
황혼은 더욱 찬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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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조원자 4월17일 오후 9:33
아이고 못하시게 없으십니다. 요즈음 많이 사용하는 수세미를 시장에 할머니가 앉아서 그자리에 떠서 파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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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7일 오후 10:38
역시 시간이 많은 할머니에겐 시간죽이기에 효자인듯합니다.
그런데 오래 많이는 못 뜰것 같아요 어깨도 뻐근하고
단순노동은 지루하거든요
색갈 배합이 재미나서 한동안은 그런대로 재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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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4월16일 오후 10:37
남상순 친구님의 삶의 애환에 공감을 합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생명을 20분이나 할애하여 봉사하시는 뜨개질을 하시는 희생정신은 정말 존경의 대상입니다. 건강도 미리미리 챙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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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6일 오후 11:17
고맙습니다. 건강을 해칠 정도면 안되겠지요
친구들이 자주 와서 드레스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하곤 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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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남 4월16일 오후 8:22
그렇게 빨리 뜨개질을 하시는군요! 20분만에 하나씩 만드신다니! 그 동안 고생 많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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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6일 오후 8:29
아주 간단하고 쉬운 것이니까요. 더 빨리 뜨는 사람도 많을꺼예요
빠르진 않지만 정성들여서 뜨는것은 맞아요. 늘 건강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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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4월16일 오후 6:13
뜨게질로 봉사까지 하시고 대단하시네요 선물로 받으시는분들이 많이 좋아하시겠어요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넘 보기 좋아요 횟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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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6일 오후 6:15
여자들은 다 좋아해요 수세미가 그릇씻고 주방에 매달아 놓으면 물도 잘 빠지고
예쁘니까요 자주 새것으로 바꾸어주면 정갈하고 좋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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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4월16일 오후 3:44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나를 살려주고 하루를 살찌우는 것 같아요.
마음이 스며들어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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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6일 오후 3:47
막상 이렇다할 일이 없으면 정체성을 상실해서
잉여인간처럼 당혹스러워져요
고달퍼도 할일이 있다는게 삶의 활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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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4월16일 오후 12:02
일하다 쉬면 병나는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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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6일 오후 12:33
맞아요 쉬는게 일하는 것 만큼 어렵다는 말이 실감이 나요
갑자기 은퇴하신 남자분들 하루 하루 얼마나 힘들까
집에 죽치고 있을 수도 없고 날마다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할까?
안쓰러워요. 그날이 너무 빨리 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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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덕 4월16일 오전 10:12
갑자기 남아 돌아가는 시간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시는 군요. 여유롭고 넓은 마음 씀씀이를 여기서 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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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6일 오전 10:22
갑자기 남는 시간들을 어찌 보내야할지 몹시 당황스러웠어요
처음 느껴보는 어려움이었거든요. 지금은 조금 익숙해 지고
시간 죽이는 방법에 어쩌면 달인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여유를 누릴줄 아는 것도 인생의 지혜인데 무조건 바빠야 되는 줄
알고 숨가쁘게 달려온 날들이 무색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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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4월16일 오전 8:55
초인적으로 보낸 시간이 그렇게 마무리되어 많이 애석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시니 훌륭합니다. 저도 큰집 조카며느리가 아크릴로 짠 수세미를 많이 주어서 친정과 친구들한테 나눠주었지요. 20분에 한 개가 만들어지는 저 수세미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몇 배 긴 시간 행복할 거예요. 부지런히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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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6일 오전 10:24
감사합니다. 일기장을 펼쳐 놓은 기분이 조금 묘하지만, 그래도 유어스테이지에서
글쓰는 일도 나름 즐거운 일중에 하나이구요
좋은 벗들을 글로나마 알게 되어서 많이 배우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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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4월16일 오전 8:37
잘하고 계셔요. 뜨게질로 보람있는 일을 시작하셨네여. 응원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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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6일 오전 10:25
자녀들은 엄마가 나름 생기있게 사는게 안심이 되는 모양인데
산책하며 운동도 좀 했으면 좋겠다고 잔소리를 합니다.
그대신 친구들과 여행하는게 버킷리스트에 빽빽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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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4월16일 오전 8:29
남을위한 봉사, 더군다나 뜻깊은 봉사를 하시다니 받는사람모두즐겁고 감사하게 느끼는 봉사.지난 년말 송년회때 누가 선물을 했는데 그것도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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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6일 오전 10:26
ㅎㅎㅎ 언젠가 정말 제가 섬김의 기회를 갖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봉사는 선진국형 삶의 패턴이라고 생각됩니다.
거래관계에만 익숙하던 우리에게 거저 주는 것은 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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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4월16일 오전 8:19
뜨게질 시작을 잘했네요. 그 작품을 여기저기에서 쓸 수 있으니 보람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겠네요. 하루하루의 생활에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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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4월16일 오전 10:2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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