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미술상 역대 수상작가 展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허나 아름답도다." 이중섭이 그의 시 '소의 말'에 남긴 말이다. 평생을 가난 때문에 힘겨워했지만, 그처럼 절절한 가족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산 화가가 또 있을까. 이중섭을 두고 '그림과 인간, 예술과 그 진실이 일치했던 사람'이라 평하는 것은 그의 삶의 태도가 정직했음을 일컫는 방증인 만큼 그 시절의 시대적 슬픔과 함께 가슴 언저리가 맵싸해진다. 
 
이중섭 미술상은 그의 이름을 넣었지만 사실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술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수상자를 선발하는 사람이나 수상자에 오르는 사람이나 어깨가 무거움을 느낀다. ‘이중섭의 못다 한 그림에의 한(恨)을 풀어주자’는 취지에서 지난 1986년 이중섭 30주기를 맞아 제정되었지만, 한국 현대미술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올해 30회를 맞았다.
 
 
나는 예술에 대해, 특히 미술작품에 대해 그다지 조예가 깊지 못하다. 그림은 좋아하지만, 미술사적 지식도 극히 초보자 수준이니 내가 좋다고 느끼면 그게 전부였던 게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발소 그림과 대가들의 그림은 구분할 정도여서 어디 나가서 그림에 무식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20여 년 전 일산에 살 때였는데 갑작스럽게 그 일대에 거주하는 화가들의 인터뷰를 취재할 일이 생긴 것이다. 
 
유명화가도 있고 그저 묵묵히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그림에만 몰두하며 사는 작가들도 많았다. 그들의 아틀리에로 찾아가 개인 인터뷰를 하는데 정말 무슨 용기로 그 인터뷰를 고사하지 않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뒷머리가 뜨끈하다. 물론 그렇다고 인터뷰 기사에 기자의 미술 상식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기자의 상식에 따라 인터뷰의 질이 달라진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니 내 마음은 갈수록 타들어 갔다. 인터뷰하기 전날 벼락치기로 미술공부를 하고 화가를 만나는데 긴장을 해야 할 상대는 연륜과 세상 경험으로 느긋한데 오히려 내 쪽이 초조하고 긴장한 취재는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인생 경험 지긋한 노 작가들의 배려로 책을 찾아보면서 인터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짜릿짜릿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그 이후로 내 상식이 크게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자주 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멀리서만 바라보다 보면 그나마 겨우 채운 상식까지 공중으로 분해되고 말기 때문이다. 더구나 급히 먹은 밥에 체한다고 당일치기로 쑤셔 넣다시피 한 상식들이 제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겠는가. 그런데 그 와중에서 내 눈을 크게 뜨게 한 화가가 바로 이중섭 선생이다.
 
미술계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가히 그 이름 석 자는 굳건하게 미술계의 거목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이나 경향을 이야기하면서 조심스럽게 옷매무새를 새로 만지거나 괴로운 듯 미간을 찌푸리거나 담배를 입에 물지 않는 화가는 없었다는 기억이다. 그만큼 그는 화단의 산증인이었고 그의 삶을 두고 괴로워하지 않는 이들은 없었다.
 
그런 만큼 그는 사랑까지 모던 풍의 선택을 하며 예술가적 삶을 살았고 종이가 없어 담배 속 은박지에 그림을 그릴 만큼 가난에 찌들었지만 잠시도 가슴에서 떠나보내지 않았던 가족애와 작가적 정신으로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 끈끈한 삶을 산 인물이다.
 
 
5월 4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중섭미술상 30년의 발자취-역대 수상작가 展’에는 1회부터 올해 수상자까지 한국 현대미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의 최신작을 선보인다. 한국 미술계에서 꿋꿋하게 작품 활동에 전념해온 작가들을 발굴하는 이중섭미술상의 본뜻을 기리고 수상작가들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과 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일부 작가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완성한 작품을 내놓았고, 작가들 나이와 성별, 장르도 다양해 그간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최신 경향을 일별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초기에는 이중섭을 기린다는 점에서 그와의 작품 연관성을 상조하기도 했지만, 서양화에서 시작된 이중섭미술상은 설치, 민중미술, 한국화, 조각, 섬유예술, 그리고 사진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의 지평을 넓혀나갔다.
 
[김한-아침 포구의 여인들]
 
[김상유- 태극당]
 
1회 수상자인 황용엽 화가와 7회 수상자 김한 화가는 전쟁으로 월남한 실향민으로 평소 인간의 실존, 망향의 한 등을 주제로 다뤘는데 이번에도 김한 화가는 미개봉 작품인 '아침 포구의 여인들'을 내놓음으로써 고향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화폭에 짙게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2회 수상자인 김상유 화가의 '태극당'과 8회 최초 여성 수상자인 윤석남 화가의 '오후 2시에', 13회 수상자인 정종미 화가의 '몽유도원도' 등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평소 섬뜩하고 괴기스러운 인물 그림이나 사진 작업으로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해 온 25회 수상자 안창홍 화가가 내놓은 '문신한 남자'는 상의를 벗은 채 문신한 상체와 팔을 드러낸 문신 가게 사장을 그려 특히 시선을 모았다. 문신한 남자 뒤에 배경으로 돌려놓은 캔버스가 보였는데 그것은 2010년 당시 전 세계적인 흐름인 전통 회화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의미한 것이라 하여 문신한 남자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돌아오는 내내 생각을 집중하게 했다.
 
[정종미-몽유도원도]
 
[안창홍-문신한 남자]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18회 수상자인 민정기 화가의 '삼청동에서 바라본 인왕'이었다. 지난달 27일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두 정상이 그가 그린 '북한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게 된 이후 화제가 되었던 작가다. '북한산'은 민 작가가 2007년에 6개월 이상 걸려 완성한 대작으로 평소 인문 지리와 산수를 합쳐 고지도(古地圖) 같은 평면으로 녹이는 독창적 화풍을 선보였다.
 
유화라는 서구적 재료와 기법을 구사하면서도 전통 산수화의 흥취와 품격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인간의 삶이 곁들여진 인왕산의 모습을 선보이고 싶어 전시회 3일 전까지 작품에 매달려 제출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민정기- 삼청동에서 바라본 인왕]
 
시나 소설이 그 글을 쓰는 작가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듯이 그림이나 사진 또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생각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 여지없이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작가 정신은 그만큼 존중받아야 하고 오해 없이 해석되어야 한다. 예술은 예술만으로 통하는 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의도나 정치성 없이 작품이 작품으로만 통하는 세상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이중섭미술상 30년 발자취 전을 돌아보며 가장 간절하게 든 생각은 지금 그의 생각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의 우리나라 화단이 나아가는 방향을 마음에 들어 하는지, 자신의 이름을 딴 이 미술상에 대해 할 말은 없는지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그도 전시회 한구석에서 이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을 터인데 현존하는 화가들의 목소리만 가득 울리고 있으니 여전히 외롭진 않았을까. 전시회는 이달 13일(일)까지이며 무료다. (문의: 02-724-6322, 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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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이영란 (레드)
작열하는 노란 태양이 오후 3시를 가리키는 시계바늘 위에 얹히는 이 계절,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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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유혜경 5월16일 오후 9:35
제주도에 가서 이중섭 가족이 살았다는 그 작은 방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메이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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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5월16일 오후 9:35
제주도에 가서 이중섭 가족이 살았다는 그 작은 방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메이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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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5월16일 오후 6:44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가끔 이런생각을 합니다. 왜 유명작가들은 죽은 후에야 유명해지는 지? 살아생전에 이 행복을 누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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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5월16일 오후 4:50
춥고 죽을만큼 외로운 그가 그림이라는 매개체로
그 내면을 풀어내지 않았으면 어땠을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삶과 죽음 다 서럽고 아름다운 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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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5월16일 오후 2:01
이중섭 미술상 30주년 기념전의 획기적인 작품 감상 잘 했습니다. 예술은 자유분망한데서 꽃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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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경 5월16일 오전 11:03
시만큼 어려운게 그림이네요. 그저 눈과 마음이 끌리는 그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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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5월16일 오전 9:33
은지화는 특히 그의 고유성을 인정, 뉴욕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빛나고~~~
예술은 藝術만으로 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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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5월16일 오전 8:39
이중섭 미술상 대단한 작품이 많아 보입니다. 기수별로 수상작이 돋보이곤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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