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고 싶은 밤
 
 
어느덧 오월이다. 물오른 산야가 반짝이는 물결로 가득하다. 겨울 끝이 너무 길어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도 무르익어 간다. 딱히 서둘러 가야 할 곳도 없어진 퇴직 후의 아침 생활도 이제 익숙하다. 봄 중에 제일 아름답다는 오월의 풍경 속에 들어 숲을 바라보니 눈이 호강하고 가슴이 떨린다. 바쁘게 살면서 잃어버린 것이 하나하나 가슴속에 들어 자리 잡아간다는 뜻이다.
 
내 생애 연애편지를 제일 처음 받았던 날은 어느 봄날이었다. 주체하기 벅찬 그 봄날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봄날이다. 꽃이야 봄이면 늘 피고 지는데도 유독 그 봄날이 더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 연애편지 한 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편지 한 장 때문에 내 몸과 마음은 꽃으로 활짝 피었었다. 아마도 그렇게 붉게 꽃으로 피었던 것은 여물지 못 한 풋것의 부끄러움도 한 자리했을 거라는 게 지금 생각이다.
 
아파트 옥상에 올라 서성거린다. 어둠 속에서 상자 텃밭에 감자나 더덕이나 상추 고추들에 다가가 기웃거리며 안부를 묻는다. 민들레꽃이 살던 텃밭 상자에서 더부살이하던 민들레 씨앗이 하르르 날아오른다. 떠나야 할 때가 됐다고 밤하늘에 올라 멀어져 간다.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을 눈으로 좇다가 눈길이 밤하늘을 머문다. 흰 구름 몇 점, 달을 에워싸듯 떠 있다. 배부른 달이 곱게 빛나고 있다. 굳이 가로등을 애써 밝히지 않아도 좋은 오월의 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을 붙잡고 달빛 아래 앉았다. 귓가에 들리던 자동차의 소음을 보고 싶은 얼굴들이 살며시 밀어낸다. 마음이야 어딘들 못 갈까. 나도 민들레 씨앗 되어 두둥실 그대들을 만나러 갔으면 좋겠지만 땅에 이미 뿌리박고 사는 내가 이 몸뚱이를 두고 어찌 떠날까. 다만 내가 달을 보고 그대를 생각하듯 그대도 달을 보고 날 보듯 할까 싶어 한참을 그리 앉아 오래도록 그대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카네이션도 달아 드리지 못하게 된 부모님과 먼저 떠나간 친구와 그리고 그대를...
 

<시니어리포터 조규옥>

추천하기11
  • 페이스북 공유 트윗터 공유 Google Plus 공유
시니어리포터 조규옥
바람 부는 대로 구름 가는 대로 흘러가야하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잘 흘러가려면 더하기
Copyright ⓒ 시니어파트너즈 & Yourstage.com 저작권은 시니어파트너즈에게 있습니다.
나도 한마디
신춘몽 5월17일 오후 6:27
첫 연예편지요? 에구구,,, 그러고 보니 첫 연예편지도 마지만 연예편지도 내 기억에는 없내요, ㅋㅋ
봄비따라 떠난 사람도 없는데 "봄비 노래를 좋아하고,,,사랑은 아무나 하느냐고 비아냥 거리고,,ㅋㅋㅋ
아마도 부러워서 그런가 봅니다. ,환갑진갑을 오래전에 지났는대 ,,,"누구 첫 연예편지 보내 주실분?,,,,
답글쓰기
조규옥 5월17일 오후 7:42
고1 때야 저도 처음 받아 봤습니다. 그런데 인연이 아니어서 그만 ㅠㅠㅠ
답글쓰기
유혜경 5월16일 오후 9:24
그리고 그대를...가슴이 먹먹합니다. 저도 첫 연애편지를 봄에 받았답니다. 누군지도 모르고 연애편지인 줄도 몰랐는데... 편지 두 번 받고 소식 없었는데 나중에서야 왜 그랬는지 소식을 알게 되었죠. 얼굴을 알았으면 더 그리울까요?
답글쓰기
조규옥 5월17일 오후 7:46
우리 집이 축대 위에 있었는데 어느 여름 밤
그 축대 밑에서 고래 고래 노래 부르는 0이 있길레
흉을 있는대로 봤는데 그 사람이 ㅎㅎ
답글쓰기
조원자 5월16일 오후 6:30
아름다운 추억이 생각나는 5월의 밤하늘입니다. 고운 추억 가끔 펼처보면... 마음이 한결 더 젊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답글쓰기
조규옥 5월17일 오후 7:46
슬픈 추억이지요
요즘 말로하면 밀당을 하다가 2번 만나고 그는 하늘 나라로...
내가 밀당 안하고 만나주었으면 지금도 살아있으려나 싶은 그런 추억이라...
답글쓰기
김상연 5월16일 오후 4:26
그런 추억 가슴에 묻어놓고 가끔씩 꺼내보는 거,
삶은 이래저래 쓸쓸한 아름다움입니다.
답글쓰기
조규옥 5월17일 오후 7:47
늘 그 사람 한테 죄인 같은 이 기분은 뭔지요
여름밤이면 그래서 늘 생각나고 안타깝고 그런...
답글쓰기
이송식 5월16일 오후 2:31
조선생님글에 폭 파무친것 같군요, 풍부한감성 속엣 무언가 호소하려는 마음, 가슴에 담고갑니다.
답글쓰기
조규옥 5월17일 오후 7:48
그도 하늘 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요?
다음 생이 있다면 길게 오래 살았으면 합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5월16일 오전 11:24
쩟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인생은 추억의 디딤돌을 밟으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많이 그리워하십시오
답글쓰기
조규옥 5월17일 오후 7:48
그 사람 한테 내가 짝사랑인데 그만 그럼 사연이 만들어졌지요 ㅠㅠㅠ
답글쓰기
신보경 5월16일 오전 10:50
곧 사라질 아름다운 봄날 밤을 잘 즐기시길 바랍니다.
답글쓰기
조규옥 5월17일 오후 7:49
이미 반팔!
계절 참 빨리도 오고 갑니다.
답글쓰기
김은아 5월16일 오전 10:00
오월에 밤 참 아름답고 마음에 남습니다~
답글쓰기
조규옥 5월17일 오후 7:49
제일 좋은 계절이지요 님도 추억 많이 만드시길...
답글쓰기
윤옥석 5월16일 오전 9:13
아스라이 떠 오르는 추억의 그 날! 그리움들이~~~
답글쓰기
조규옥 5월17일 오후 7:49
님은 저보다 아름다운 추억이 더 많을 듯 싶습니다. ㅎㅎ
답글쓰기
홍지영 5월16일 오전 8:31
민들레 하니까 여러가지 생각이 나게 합니다. 들에게 지금 민들레 꽃이 한창입니다. 불면 날아가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답글쓰기
조규옥 5월17일 오후 7:50
해마다 민들레는 상자텃밭에서 살더라구요 분명 다 뽑아내는데도 ㅎㅎ
답글쓰기
최고
사랑
기쁨
슬픔
응원
놀람
감사
선택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