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흑학(厚黑學)이 절실하게 생각나는 요즈음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교직을 떠난 지도 6년이 넘어간다. 직접 가르친 제자만도 1,200여 명에 이르고, 동료로 같이 근무했던 분들도 이에 버금가는 숫자이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지난날 담임으로서 필자는 최선의 교육 의지를 드러내는 데 최선을 다 했다고 자부하지만, 이는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지난날 필자가 담임하면서 직접 가르쳤던 제자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필자가 가르쳤던 제자들은 금과 같고 은과 같은 귀한 인재들이었는데, 그 당시에 오늘 소개하는 책 ‘후흑학(厚黑學) 신동준, 위스덤하우스’을 읽었더라면 훨씬 더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 깊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2017년 7월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 후흑학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특히 이 책이 새삼스럽게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떠오르게 된 동기는 중국의 수뇌부와 기업의 CEO들은 후흑학을 빠짐없이 읽고, 경제전쟁과 G2 시대의 패권 싸움에 임하고 있다는 데도 기인하다.
 
 
청조 말기 리쭝우가 처음으로 ‘후흑(厚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이 용어는 면후(面厚-뻔뻔함)와 심흑(心黑-음흉함)을 합성한 말이란다. 리쭝우가 역설한 후흑의 궁극적인 목적은 뛰어난 후흑으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후흑구국(厚黑救國)에 있다.
 
칼날의 빛을 칼집에 숨기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韜光養晦)는 후흑의 정수를 보여 주는데 해당한다고 한다. 리쭝우는 초한지제 당시 군웅들이 보여준 행보와 대처 방법은 모두 제각각이었으나 후흑의 관점에서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면박심백(面薄心白-얇은 얼굴과 하얀 마음으로 천하를 대하다)’, ‘면박심흑(面薄心黑-얇은 얼굴에 검은 마음으로 천하를 품다)’, ‘면후심흑(面厚心黑-두꺼운 얼굴과 검은 마음으로 천하를 잡는다)’, ‘면후심백(面厚心白-두꺼운 얼굴에 하얀 마음으로 천하에 나서다)’이 그것이다.
 
먼저 ‘면박심백(面薄心白)’을 상징하는 인물은 항우를 들고 있다. 후흑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그는 자존심이 너무 강했다. 면후(面厚)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난세에 이는 치명타로 작용한다. 또한, 자신의 무략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했다. 천하의 효웅 유방을 너무 얕보며 황제의 자리로 나아가지 않은 게 그 증거다. 심흑(心黑)에서도 유방에게 밀렸다. 손에 넣은 천하를 유방에게 상납한 근본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두 번째로 ‘면박심흑(面薄心黑)’를 대표하는 인물은 범증과 괴철을 들고 있다. 책략이 많았던 범증은 마음은 시꺼멓지만, 얼굴은 두껍지 못했다. 진평의 이간책에 넘어간 항우가 의심을 하자 벌컥 화를 내며 물러나겠다고 청한 게 그렇다. 뻔뻔하지 못해 화를 참지 못했다고 평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는 낙향하는 도중에 분을 삭이지 못해 등창이 나 죽고 말았다. 리쭝우는 그가 조금만 참았다면 약점이 많은 유방을 얼마든지 쉽게 공격해 들어갈 수 있었다며 커다란 아쉬움을 표했다.
 
괴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신에게 유방을 배신하고 독자 노선을 걸으라고 충고한 것은 심흑(心黑)의 전형에 속한다. 하지만 한신이 자신의 천하삼분지계를 받아들이지 않자 더 이상의 설득을 포기하고 자존심 때문에 한신의 곁을 떠났다. 범중과 마찬가지로 뻔뻔하지 못해 지레 포기했다고 평할 수 있다. 범증과 괴철을 함께 ‘면박심후(面薄心厚)’로 분류한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세 번째로 면후심흑을 웅변하는 인물은 유방과 장량, 진평, 여후를 들고 있다. 유방은 입이 거칠어 욕을 밥 먹듯이 해대는 날건달에 불과했다. 예의염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난세에는 이것이 위력을 발휘한다. 후흑학의 관점에서 보면 뻔뻔함의 전형에 해당한다. 게다가 그는 음흉하기 짝이 없었다. 상황에 따라서 약속을 멋대로 어기는 등 식언을 일삼았다. 
 
그 결과로 나온 게 천하통일 이후의 참혹한 토사구팽 행각이다. 대표적인 희생양이 한신이다. 난세에는 유방과 같은 날건달이 천하를 거머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이를 무턱대고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 비판할 수만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량 역시 유방과 마찬가지로 ‘면후심흑’의 대가에 속한다. 리쭝우가 유방을 당대 최고의 ‘면후심흑’으로 평가하면서 제사(帝師)로 활약한 장량을 같은 차원에서 평한 게 그렇다. 제자인 유방이 최고의 ‘면후심흑’을 구사했다면 그 스승이야 더 말할 게 있겠느냐는 취지이다. 
 
진평의 행보는 장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형수와 사통하고 은밀히 금품을 받았다는 도수수금(盜嫂受金) 운운의 비난은 그가 면후의 대가였음을 암시한다. 나아가 항우와 범증을 갈라놓은 반간계는 그가 심흑의 대가였음도 보여준다고 했다.
 
유방의 부인 여후가 보여 준 일련의 행보 역시 면후심흑의 정수에 해당한다. 내색을 전혀 하지 않은 채 꾹 참고 있다가 유방 사후 척희와 그의 소생을 일거에 제거한 것은 면후(面厚)의 정수를 보여 준 것이다. 수렴청정의 와중에 유 씨의 나라를 여 씨의 나라로 만든 것은 심흑의 대가에 해당한다. 죽기 직전 조카인 여록과 여산을 각각 상장군과 상국에 임명해 병권을 장악도록 조치한 게 그렇다. 이는 삼국시대 당시 사마의가 구사한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네 번째로 ‘면후심백(面厚心白)’을 대표하는 인물은 한신과 소하, 조참이다. 한신은 젊었을 때 남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모욕을 능히 참았다. 이는 면후(面厚)에 밝았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는 심흑(心黑)에 밝지 못했다. 괴철의 천하삼분지계 건의를 듣고도 옷을 벗어 입혀 주고 밥을 먹여 준 유방의 은혜가 못내 마음에 걸린 나머지 결단하지 못한 게 그렇다.
 
리쭝우는 한신이 얼굴만 두꺼웠을 뿐 마음은 시꺼멓지 못해 결국 토사구팽을 당했다고 분석했다. 그를 ‘면후심백面厚心白’의 전형으로 구분한 이유다. 소하 역시 면후심백에 해당한다. 한신이 유방에게 실망해 달아났을 때 승상의 체면을 내팽개친 채 한신의 뒤를 쫓아간 것은 그의 면흑(面黑)이 간단치 않았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는 심흑(心黑)에 밝지 못했다. 유방의 의혹을 사 투옥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조참 역시 면후에는 일가견이 있었으나 심흑에는 실패했다. 적진에 마구 뛰어 들어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게 그렇다. 이는 필부의 용맹이다. 원래 심흑은 상대의 속셈을 훤히 꿰어야만 구사할 수 있다. 소하와 조참 모두 아전 출신이어서 학문에 한계가 있었다. 심흑이 밝지 못했던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후흑학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면서 만일 중국 역사상 최초의 평민 출신 황제, 한나라의 고조이자 초한지의 주인공, 중국의 통일 왕조인 전한의 초대 황제였던 유방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일생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과연 중국에서와 같은 명성을 후세에 날릴 수 있었을까? 자문자답해 보지만 부정적인 측면으로 흐른 답이 나올 공산(公算)이 크다.
 
우리의 속담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떡잎을 어린아이에 비유하여 장래성이 있는 아이는 어릴 때부터 알아본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예측 불허한 한 사람의 일생을 어릴 때부터 예단하여 장래를 가로막았던 일이 얼마나 많이 자행됐던가! 새 시대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사람을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 후회스럽지만, 모두(冒頭)에서 밝혔듯이 교사 초년 시절에 이 후흑학(厚黑學)을 읽었더라면 지금의 이 후회는 훨씬 더 가벼워졌으리라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제자들의 앞날에 더더욱 발전과 서광(瑞光)이 깃들기만을 위해서 간절히 두 손을 모아 본다.
 

<시니어리포터 이호연>

추천하기12
  • 페이스북 공유 트윗터 공유 Google Plus 공유
시니어리포터 이호연 (afterglow)
좋은 친구 분들과 이웃하고 있는 Yourstage는 저의 제 2 고향입니다.
Copyright ⓒ 시니어파트너즈 & Yourstage.com 저작권은 시니어파트너즈에게 있습니다.
나도 한마디
안장익 5월24일 오전 10:37
사람이 모든걸 준비해서 삶을 살아 갈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모자란 부분을 어떻게 보충하고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가에 따라 삶은 많은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생각듭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5월25일 오전 12:23
안장익 친구님! 반갑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갖출 수는 없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후흑학에서는 이렇게 사람의 품성을 네 부류로 나누고 있는데 자신이 어느 부류에 속해 있는가만 안다면 상황에 따라서 자기발전을 우한 방향으로 새로운 모색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저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댓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평아히 쉬십시오.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김혜옥 5월17일 오전 5:29
글로 뵙는 선생님은 참교육자이십니다.
제자사랑이 느껴집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5월17일 오전 5:51
김혜옥 친구님! 반갑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김혜옥 친구님에게 귀한 덕담을 받고 보니 정말 행복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첫 제자들은 50대 후반의 나이에 있습니다. 그들의 삶의 모습을 가끔 보는데 대견하고 장하다는 느낌을 받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자식 사랑하는 것처럼 그런 사랑을 제자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교사 초년 시절이나 지금이나 항구여일합니다. 글을 통해서 제자사랑을 느껴주신 김혜옥 친구님께 다시 감사를 드리면서 저에게 주신 행복의 배로 행복을 받으십시오.
답글쓰기
유혜경 5월16일 오후 9:14
후흑학을 읽지 않으셨어도 멋지고 훌륭한 선생님이셨을 것 같습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5월16일 오후 10:08
유혜경 친구님! 반갑숩니다. 아닙니다. 과찬이십니다. 저를 스승으로 존경하면서 50대 중반의 제자들이 저를 찾는 제자들도 있습니다만 그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비젼을 심어주지 못한 아쉬움이 크답니다. 제자들이 그저 행복하게 잘 살기만을 두 손 모으고 있습니다. 바쁘신것 같은데 이렇게 과찬으로 격려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밤 되십시오.
답글쓰기
김상연 5월16일 오후 4:09
저는 어느 부류에 속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5월16일 오후 10:05
김상연 친구님 반갑습니다. 제가 보건데 비교적 한신의 품성을 많이 닮으신것 같습니다만 후흑학에서 분류한 네가지 부류에 속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의 김상연친구님의 모습이 훌륭하시니까요. 귀한 뎃글 감사드립니다.
답글쓰기
이송식 5월16일 오후 2:54
아직한창이네요, 미래를 위한 '후흑학'을 탐독하시어 미래를 여실준비를 하고게시니 부럽군요. 이제부터라 생각하세요 늦지않았어요, 아직 마음은청춘이시죠?
답글쓰기
이호연 5월16일 오후 3:00
이송식 친구님! 반갑습니다. 그렇군요. 마음은 청춘! 마음은 청춘인데 몸도 청춘이다라는 건강을 회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는 없지만 미래는 있다. 늘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로 후흑학의 네 부류에서 어느 부류에 속할 것인지 자문자답하면서 충실한 삶을 살도록 노력할렵니다. 유비무환 귀한 의미를 부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닏ᆢ.
답글쓰기
신보경 5월16일 오전 10:28
주도면밀함과 음흉함이 한 끗 차이인 것 같습니다. 선한 의도와 선한 행동이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는 걸까요?
답글쓰기
이호연 5월16일 오후 1:57
신보경 친구님 반갑습니다. 한신의 예를 보면 유방에게 토사구팽 당했듯 그러는 것 같습니다. 정치는 냉험하고 매몰차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저의 단견입니다. 한번 후흑학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답글쓰기
김은아 5월16일 오전 9:56
옳은 말씀 이세요. 아이들 나름에 빛나는 장기들이 다 있는거 같습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5월16일 오전 11:19
김은아 친구님 반갑습니다. 옳으신 말씀이셔요. 그러나 담임을 해 보면 30~40명 아이들 의향에 맞게 대처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흑학 책은 제가 젊은시절에 읽어야했을 책입닏ᆢ
답글쓰기
윤옥석 5월16일 오전 9:19
발전, 曙光,瑞光!!! 좋은 날을 기원함~~~
답글쓰기
이호연 5월16일 오전 11:16
윤옥석 친구님 늘 짧게 깊이있는 말씀으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네 서광요
답글쓰기
홍지영 5월16일 오전 8:26
후흑학이 우리에게는 좀 어렵게 느껴지지 만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는 책이네요. 자세한 내용 잘 보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5월16일 오전 11:15
홍지영 친구님 반갑습니다. 시간 내서 읽어 보시면 흥미진진합니다. 처세학에 관련된 책이기도 하니까요
답글쓰기
임동원 5월16일 오전 8:19
후흑학. 너무나 자세히 설명하셔서 감사합니다. 소시민으로서 누구를 닮아야 하나, 걱정아닌 걱정이!!!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5월16일 오전 11:13
홍지영 친구님 한신을 닮으입시오. 제 견해입니다. 유방이 좋아보이시나요? 그렇다면 정계로 나가시고요. 주제넘는 말씀드렸나 염려됩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5월16일 오전 11:14
임동원 친구님 반갑습니다. 제 견해로는 한신을 닮으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성품이 후덕하더군요
답글쓰기
최고
사랑
기쁨
슬픔
응원
놀람
감사
선택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