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과 논설위원의 차이

 
오늘은 쉬는 날이다. 하지만 일찍 일어났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모 언론사 편집회의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객원의 신분이긴 하지만 그 언론사에서 내 직함은 ‘엄연히’ 논설위원이다. 반면 내일도 새벽 첫 발차의 시내버스로 출근해야 하는 생업의 직장에서의 내 직업은 ‘초라한’ 경비원이다. 올해로 7년 차인 경비원 생활은 늘 박봉인 까닭에 히딩크 감독의 명언(?)처럼 여전히 ‘배가 고프다.’
 
경비원으로 첫 출근하던 날, 그것도 야근하던 때의 악몽을 지금도 떨치기 어렵다. 2012년 1월 1일, 그날따라 첫눈이 왔는데 대단한 함박눈이었다. 인사하고 업무 파트너인 짝꿍을 소개받았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경비원이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짝꿍은 ‘호구조사’부터 시작했다. “몇 년 생이슈?” “59년 돼지띱니다.” “그럼 나보다 두 살 연하군, 말 놔도 되지?” “그럼요.” 나는 진짜 초짜였기에 그가 지시하고 알려주는 대로 철저히 따르기로 했다. “이번엔 건물 전체를 순찰하여야 돼.” “넵~” 
 
첫인상만으로도 나는 그가 성깔지고 불땔꾼(심사가 바르지 못하여 하는 짓이 험상하고 남의 일에 방해만 놓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처럼 야비한 사람임을 간파했다. 성격까지 급하였기에 부랴사랴 순찰을 하였다. 그러다가 그만 눈길에 미끄러졌다. 열흘 이상 한의원을 다니며 침을 맞았다. 그 후에도 어찌나 사람을 ‘갈구는지’ 정말이지 미치고 팔딱 뛸 지경이었다.
 
참다못해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회사에선 현재 직장으로 이동토록 조치해 주었다. 근무지 이동은 했지만 여기는 또 수준 이하의 경비원들이 속을 썩였다. 철저한 이기주의로 똘똘 뭉쳐진 사람들이 태반이었기에 껌 한 개조차 사는 이가 없었다. 툭하면 누가 잘릴 거(해고를 지칭)라는 등 비난을 일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쥐죽은 듯 참았다. 최소한 아들과 딸을 모두 결혼시킬 때까지 만이라도 언어 장애인(벙어리)이 되자고 다짐했다.
 
그런 와중에 아내가 득병하여 빚이 늘기 시작했다. 궁여지책으로 언론사 등지에 시민(객원)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많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용돈 벌이는 되었다. 오늘 편집회의를 한 언론사는 첫 저서의 발간 후에 지인의 소개로 들어왔다.
 
매달 발행되는 지역의 월간지인데 나는 여기서 두 꼭지를 맡고 있다. 하나는 내 이름으로 나가는 고정 칼럼이고, 또 하나는 ‘현장 팩트’라고 하여 상황에 맞는 사진 한 장과 짧은 코멘트의 글이 실린다.
 
오늘 회의에서 나는 다음 주에 여행 계획으로 잡아놓은 충남 부여의 ‘서동연꽃축제’를 취재하여 여행기 형식으로 추가 게재하기로 편집장과 약속했다. 이 언론사는 출범한 지가 얼마 안 되어 취재를 하더라도 고료 한 푼을 안 준다. 그럼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글을 쓰는 까닭은 ‘나’라는 존재를 신뢰하고 믿어주기 때문이다. 역시 배운 사람들이라서 다르더라.
 
반면 내일 출근해야 하는 경비원 직장은 사복개천(거리낌 없이 상말을 마구하는 사람)의 욕설이 습관인 사람이 또 나와 교대를 앞두고 있어서 생각만 해도 기분이 더럽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웃기는 소리다. 학력부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박봉의 경비원과 최소한 대졸 이상은 되어야 집필도 가능한 언론사는 그 격(格)부터 다르다. 그것도 아주 현격하게. 빚만 없다면 내일 당장에라도 경비원을 때려치우고만 싶은 이유다.
 

<시니어리포터 홍경석>

추천하기8
  • 페이스북 공유 트윗터 공유 Google Plus 공유
시니어리포터 홍경석 (일필휴지)
소생의 글을 아껴주시는 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만 가득하세요~
Copyright ⓒ 시니어파트너즈 & Yourstage.com 저작권은 시니어파트너즈에게 있습니다.
나도 한마디
홍경석 7월12일 오전 8:01
알려지지 않은 경비원의 ‘리얼한 삶’을 나타낸 것이오니 너르신 해량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답글쓰기
박옥희 7월11일 오후 7:54
현직에서 일을 하신다는 것 만으로도 당당하신 일입니다. 논설위원까지...홍경석 선생님은 글을 쓰시니 이 끝없이 명함이 이어질 듯한데요...ㅎ
답글쓰기
임경남 7월11일 오후 7:21
저는 우리 아파트 출입구 경비 하시는 분들과 매일 인사 나누면서 잘 지내고 있으며 역시 경비하시는 분들 사이 좋게 지내던데! 어려운 불땔꾼, 사복개천 등 처음 보는 글자를 보고 잘 배우고 갑니다.
답글쓰기
조왕래 7월11일 오후 2:33
경비원의 이야기도 참 많군요. 역시 일필휘지님이 써 내려가는 글이니 ~~~ 그런데 박봉이라 하면서 서울역에서 소주파티 비용을 몽땅 부담할 때 남자중에 남자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답글쓰기
이호연 7월11일 오후 12:49
글은 내용으로 판가름하겠습니다. 논설위원과 경비원으로 이원화하는 모습은 좀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답글쓰기
홍지영 7월11일 오전 9:18
직업은 여러가지 특징이 있지만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곳이면 맞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답글쓰기
이송식 7월11일 오전 8:47
역시 타이틀을 잘 잡으셨네요, 경비가 어떻시길래 그래요. 저는 그런곳도 이제는 폐기연도가 되서...논설직업(?)은 끝까지 고수하시기 바랍니다.물고기는 물에서 놀아야죠.
답글쓰기
최고
사랑
기쁨
슬픔
응원
놀람
감사
선택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