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아래 앉아 보리수 열매를 먹는다면?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 슈베르트 가곡 ‘겨울 나그네’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보리수’. 요즘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하는 열매가 있다. 바로 보리수 붉은 열매다. 물론 이름이 비슷해서다.
 
 
지금 한창 열매가 익어가는 중이어서 그런지 초록이 왕성한 나무가 있는 곳에서도 점점이 박힌 빨간 색이 선명하다. 어릴 때 자라면서 동네에서 이 열매를 보면서는 한 번도 따먹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름도 몰랐거니와 동네 뒷산 야생에서 자라는 열매란 보통 시고 떫은맛이 대부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충남대 도서관 근처에 있는 보리수나무]
 
언제부턴가 이 열매를 내 주변 사람들이 ‘보리수’ ‘보리똥’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처음엔 이 ‘보리수’가 부처와 연관된 그 ‘보리수’인지, 아니면 이름만 같은 건지 의심스러웠다. 부처가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데 내 눈에서 확인되는 보리수라는 나무는 그저 흔한 나무로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다. 
 
‘보리수’는 사라수, 무우수와 함께 부처의 득도를 지켜본 나무들이라고 해서 불교 3대 성수(聖樹)라고 한다. 그중에서 불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단연 ‘보리수’라고 하는데, 나도 사라수, 무우수라고 하는 낯선 이름보다 귀에 익숙한 보리수에 끌린다.
 
노래 가사에 ‘가지에 사랑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이라고 했는데, 내 머릿속에 그려보는 보리수의 웅장함은 보리수나무라고 일컬어지는 흔한 나무 앞에서 실망스러웠다. 기쁘고 슬플 때마다 찾아가면 아름드리 큰 나무가 두 팔을 벌리고 있을 것만 같고, 그 나무에 안기고 싶었던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인도의 ‘보리수’는 피나뭇과에 속하는 ‘유럽피나무’이다. 또 다른 ‘보리수’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보리자나무 혹은 염주나무라고 부르는 피나뭇과에 속하는 나무가 있다. 그중에서도 ‘보리자’라는 나무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에 사람들은 ‘염주나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보리수라고 하면 이 염주나무를 말한다. 일설에 의하면 우리가 산이나 들에서 따먹는 보리수나무는 보리자나무와 구별하기 위해 (보리수)에 (나무)를 붙여서 ‘보리수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니 인도의 보리수나 중국 원산지의 보리자나무, 염주나무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지난달, 6월이 다 가는 금요일 저녁, 다섯 가족 모임에서 아랫동서가 보리수나무 열매를 주었다. 시동생 퇴직 전 조금 마련해놓은 터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가 알고 보니 보리수나무였단다. 날이 더워지면서 요즘 열매가 얼마나 실한지 그 자리에서 따먹기도 하고 열매를 끓여 엑기스로 만들어두고 음료수로 마신다고 한다. 동서는 모인 가족 수대로 다섯 봉지를 담아왔다. 음식이 나오기 전, 동서가 맛을 보라며 중탕기로 끓여 만든 엑기스를 유리잔에 붓고 생수를 섞었다. 맛을 보니 집에 가면 당장에 만들고 싶은 의지가 강렬해졌다.
 
보리수나무 열매는 앵두의 두 배 크기다. 발갛게 잘 익은 열매를 만져보면 연한 아기살처럼 말랑말랑하고 맛을 보기도 전에 침이 고인다. 열매에 설탕(입맛에 따라 가감한다)을 넣고 중탕기가 없으니 가스 불을 가장 약하게 해놓고 뭉근하게 끓이기로 했다. 두 시간 정도를 끓이면서 거품이 올라올 때마다 저어주었다. 시큼 달큼한 냄새가 섞이고 졸아졌다 싶을 때 불을 껐다. 한참 후, 체에 걸러 아래로 빠진 엑기스는 따로 병에 넣고 남은 건더기는 두 손으로 꼭 짰다. 열매의 씨는 마치 겉보리처럼 생겼다. 그래서 ‘보리똥’으로 부르기도 한다.
 
보리수의 효능을 찾아보니 숙취 해소, 천식, 기침, 가래에 좋을 뿐만 아니라 여성 질환에 특별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옛말에 ‘지독한 해수나 천식 치료에는 보리수 열매 3말을 따서 먹으면 낫는다.’는 말이 있다고 하니 오랫동안 꾸준히 먹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시고 달고 떫은맛이 잘 어우러진 보리수나무 열매 음료수. 이 음료를 시원하고 맛있게 먹은 후 나는 화장실 출입이 불편해졌다. 내게는 탄닌 성분이 무엇보다 먼저 반응한다. 그러나 설사가 잦은 사람에겐 즉시 효과가 있겠다.
 
 
보리수나무 열매를 씻고 끓이고 거르고 짜면서 한나절을 만지다 보니 내 머릿속 이미지 속에 가둬놓은 ‘보리수’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깨달음(?)이 번개처럼 지나간다.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이제 이 노래를 불러도 저 인도의 보리수보다 지금 식구들이 시원하고 맛있게 먹는 보리수나무 열매에 더 가까이 가 있다.
 

<시니어리포터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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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한미숙 (황토)
겸손한 사람의 기도소리는 구름을 꿰뚫는다 (집회서 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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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신보경 7월12일 오전 11:54
보리수의 효능을 새롭게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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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12:40
저도 요즘에 와서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만들고 먹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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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환 7월12일 오전 7:42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염주를 만든다는 보리수, 우리의 보리수나무 전부 다르군요. 오늘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사진의 나무는 저도 보리똥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숙취해소,해소,천식에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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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12:39
보리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리수나무열매이지요. 술드시고 마시면 효과가 좋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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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래 7월12일 오전 7:25
밭에 보리수 나무가 있어서 열매를 따르 따다가 설탕에 재워서 먹고 있어요. 요리법 하나 더 봤습니다. 그런데 석가모니가 깨달았다는 보리수 나무는 전연 다른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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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12:38
네, 보리수와는 전혀 다릅니다. 보리수에 나무를 붙여서 구별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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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7월11일 오후 6:05
보리수로도 여러가지 음식으로 탄생하는 과정이네요. 그저 떫은 맛만 기억하던 어린 날의 보리수네요...이젠 굵고 탐스럽고 맛도 좋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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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12:37
제 기억으로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점점 커지고 있는 듯한, 거름이 좋아서 그럴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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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7월11일 오후 4:45
올여름 보리수나무 그늘에서 보리수 열매를 길벗님들과 함께 즐겼습니다
새삼 성스러운 건강음료로 재 탄생하는 보리수를 음미하고픈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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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12:36
함께 먹고 마시면 더 맛이 좋습니다. 여름음료로 아주 적절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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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7월11일 오후 12:55
보리수가 새로운 건강음료로 탄생했군요. 정말로 요리의 달인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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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12:33
맛이 괜찮았어요. 근데 많이 드시면 저처럼 힘들기도 해요. ^^ 요리달인은 아니구요~ 흉내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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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7월11일 오전 9:14
보리수 열매 옛날 시골에서 많이 따곤 했습니다. 그 때 생각이 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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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12:31
시골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많이들 따서 먹었던 기억이 있으시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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