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의 '인연'
가까운 지인에게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을 선물 받았다. 항상 가까이 두고 언제나 오랫동안 읽고 싶다는 고마운 마음과 자주 펼쳐 볼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나의 손때가 묻고 묻어 책의 귀퉁이가 다소 낡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 따뜻한 위로를 받는 책이다. 전에 출간한 책은 누구를 빌려준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책은 그 사람의 서가에 꽂혀 있으리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수필가인 선생님의 수필집 ‘인연’이 새롭게 단장하여 출간되었다. 5월 18일 출간이니 달포 정도 되었다. 베스트셀러에 스테디셀러인 이 수필집은 꾸준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선생님의 ‘수필’은 고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그때는 이 글이 큰 울림이 없었다. 지금보다 사고의 깊이도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은 옛적에 읽었던 느낌과 또 다른 정서로 다가온다. 영화나 책은 그것을 보고 읽는 사람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선생님의 수필은 단순하며 간결해 쉽게 읽힌다. 미사여구 없이 일상의 생활에서 느낀 감정이 소박하고 섬세하게 쓰여 있다. 쉬운 다정다감한 언어로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낸다.
 
글에서 ‘수필이 비단이라면 번쩍거리지 않은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것이다. 그 무늬가 읽는 사람의 얼굴에 미소 띠게 한다’라는 표현에 공감한다. 선생님은 거짓말을 싫어하고 평범하고 소박하며, 별로 특별한 것이 없는 일상의 삶에 만족하며 사시는 모습이다. 부와 명예와 출세를 쫓으며 피로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신다. 
 
선생님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딸 서영이다. 딸 서영이에 대한 사랑하는 삶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또 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소중함을 곳곳에 잔잔하게 표현해 놓으셨다.
 
     
 
선생님의 유명한 수필 ‘인연’에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는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월이 흐른 세 번째 만남에서 ‘그 집에 들어서자 마주친 것은 백합같이 시들어가는 아사코의 얼굴이었다. ‘세월’이란 소설 이야기를 한 지 10년이 더 지났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싱싱하여야 할 젊은 나이다.’라고 했다. 인연에 나오는 아사코는 선생님의 첫사랑으로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사랑은 추억으로 간직할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이 글을 보면서 모임에서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사랑은 움직이더라’라고 친구는 조용히 말했다. 친구가 졸업했을 때 남자 친구는 군대에 있었다. 당시 여자들은 집에서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서둘렀다. 동갑인 남자 친구와 열애에 빠졌던 친구는 부모님 결혼 재촉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피난처로 지방의 한 학교로 갔다. 거기서 남자 친구의 제대와 복학과 취직을 기다려야 했다.
 
열 명 남짓의 교사가 있는 자그마한 시골 학교, 친구는 그곳에서 피아노를 잘 치는 음악 선생을 만났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학교에서 만난 음악 선생에게 친구는 끌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듬해 그 음악 선생은 자기가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다른 학교로 전근 갔다고 했다. 마음 앓이를 한 친구는 3년 더 그곳에서 근무하고 첫사랑 남자와 결혼해 지금 잘살고 있다. 
 
몇 년 전에 친구가 근무했던 학교 제자들이 옛 스승을 한자리에 모셨다고 한다. 그 자리에 그 음악 선생님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친구는 떨리는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했다. 자기가 먼저 도착했는데 먼발치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그 선생님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다. 만나는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가 한때 그렇게 좋아했던 선생님은 후줄근한 모습에 궁핍해 보이는 초로의 나이 든 노인이었다고 했다.
 
아스라한 추억 속에 피아노 잘 치고 낭만적이었던 그 선생님에 대한 환상이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고 했다. 만나지 말고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것을 후회했다고 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너도 같이 나이 들어간다”고 하며 “그 선생님이 네가 좋아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다행이었다” 하며 우리는 폭소했다. 피천득 선생님이 아사코를 세 번째 만났을 때의 감정과 당시 친구의 감정이 같았으리라 여겨진다. 
 
선생님의 글은 우리가 보고, 느끼고, 겪는 모든 순간, 스쳐 가는 생각,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정을 순수하고 섬세한 문체로 나타냈다. 세월이 지나도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글을 다시 접할 수 있어 행복하다.  
 
책 맨 뒷면에 ‘천진하고, 소박한 문체로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노래한 한국 수필 문학의 정수’라고 쓰였다. 선생님의 글을 한마디로 축약해 놓은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은 나의 애장서(愛藏書)가 될 것이다.
 

<시니어리포터 김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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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육미승 7월15일 오후 4:56
저의 애장서도 이 '인연' 입니다. 얇고 작은 책이 언제나 제 책장에 꽂혀 있어요. ㅎㅎ 글을 읽고 더 좋아하게 되는 기운이 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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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미승 7월15일 오후 4:56
저의 애장서도 이 '인연' 입니다. 얇고 작은 책이 언제나 제 책장에 꽂혀 있어요. ㅎㅎ 글을 읽고 더 좋아하게 되는 기운이 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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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6일 오전 12:33
미승님도 애장서가 '인연'이군요. 맞아요. 책이 얇고 작아서 보기도 좋지요.
전 선생님의 소박하고 섬세한 문체를 너무 좋아하지요. 아마도 이 새 책이 저의 남은
생의 동반자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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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2일 오후 10:25
아스라한 추억이 아니라 소설과같은 인생을 살고계신 그분...멋지신것 같아요, 영화나 소설을 소재로 하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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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3일 오후 8:16
다음 모임에 선생님 말씀 전하지요. 추억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감정 폭이 더 큰 것 같아요.
전 도심에서만 살아서 유년시절 자연과 더불어 산 사람들이 부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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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경 7월12일 오전 11:45
학창시절에 즐겨 읽던 피천득선생님 글을 보니 오랫만에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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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2일 오후 12:41
학창시절에 본 느낌과 다른 정서로 다가오더군요.
더 깊이가 느껴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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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환 7월12일 오전 7:47
첫사랑은 추억으로만 간직하라.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피천득 선생님처럼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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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2일 오전 9:48
선생님글을 읽노라면 천진,소박, 맑은 정수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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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7월11일 오후 11:16
그래서 첫사랑은 영원히 첫사랑으로만 기억하는 게 좋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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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2일 오전 9:47
첫사랑은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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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7월11일 오후 6:04
오랫동안 동경하던 사람을 만나면 예전의 그 사람은 아니라는 것, 아마도 첫사랑의 환상도 그렇게 깨어지는 순간이겠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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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1일 오후 10:03
수많은 인연 속에서 첫사랑 인연은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이 좋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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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7월11일 오후 5:02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야 하지만 ,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수 많은 인연들이 흘러간 흔적은 흔적대로 그냥 머무르게 하고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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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7월11일 오후 5:02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야 하지만 ,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수 많은 인연들이 흘러간 흔적은 흔적대로 그냥 머무르게 하고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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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1일 오후 10:07
우리 일생에서 수많은 인연이 있지요.
좋은 인연도 있고 악연도 있고 추억으로 간직할 인연도 있고 아쉬운 인연도 있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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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7월11일 오후 12:57
피천득 선생님은 그의 저서 인연에서 보통사람은 좋은 인연도 몰라보는데 특별한 사람은 미세한 인연도 큰 인연으로 만들어 낸다는 의미로 쓴 인연론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인연은 좋은데 그것을 아는 것은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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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1일 오후 10:00
미세한 인연도 큰 인연이 될수 있겠지요.
스쳐가는 인연과 지속되는 인연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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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7월11일 오전 9:13
피천득하면 우리가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많이 배웠던 작가입니다. 피천득에 대해서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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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1일 오후 9:54
고교 국어시간에 수필 문장을 접했지요.
수필의 정석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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