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런 날 부지런떨고 싶다
장마다. 궂은 날씨에 해가 귀해졌다. 요즘은 날씨 정보를 자주 검색한다. 지역별은 물론이고 한 지역(대전광역시)을 구분(유성구)하고 또 시간별로 나눠서 비가 내리거나 구름이 뜨거나 해가 나는 걸 모양으로 알려준다. 미세먼지 수준과 체감온도 습도 양이 어떻게 되는지도 알 수 있다. 예보가 대체로 잘 맞는다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장마 중 쨍하고 해가 났다. (7월 4일) 전날, 잠자기 전에 그동안 미뤄두었던 남편 반소매 속옷 러닝(난닝구)을 모두 꺼냈다. 속옷도 때 타지 않은 색으로 다양하게 나오건만 남편은 꼭 이 흰색 면 반소매 러닝을 고집한다. 보통 어깨띠기라고 부르는 민소매도 있지만 오로지 이것이어야 한단다. 입으면 자기만의 편안한 점이 있는 것 같아 속옷 살 때는 망설이지 않고 사는 장점이 있다.
 

 

엔간히 입어 목둘레가 누렇게 찌든 건 버렸다. 날마다 갈아입는 속옷이다 보니 옷감도 풀잎같이 얇아졌다. 직장에 매여 있을 때는 감히 엄두도 못 냈던 일이다. 빨래 삶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하겠지만, 쉬는 날은 몸과 마음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할 정도로 피곤함에 찌들었다. 남편의 러닝처럼.
 
러닝이 스테인리스 대야에서 바글바글 거품을 내며 삶아지는 동안 집안 전체에 빨래 삶은 냄새가 번진다. 이럴 땐 손발 걷어붙이고 청소기를 돌리거나 욕실 청소를 한다. 욕실화 때 벗기는 데 빨래 삶은 물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베란다의 크고 작은 상자나 자질구레한 살림들을 환기시켜주고 싶다. 허나 마음뿐이다. 내 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하자고 스스로 주문을 건다. 내내 가만히 움직이다 너무 부지런을 떨면 후유증이 있었다는 걸 참고하기로 했다.
 

 

옥상에 올라가니 이웃들 이불이 빨랫줄에 그득하다. 널어놓은 빨래가 바람에 흔들린다. 속옷을 갈아입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러닝의 주인도 직장생활에 때때로 젖는 마음이 보송보송해지길. 하늘은 언제 장대비가 쏟아졌느냐고 묻는 듯 감쪽같다. 그 감쪽같은 하늘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그동안 ‘당했던’ 경험이 어디 한두 번인가. 청소기를 돌리면서도 여차하면 옥상으로 뛰어갈 요~땅 자세로 경계한다. 다행히 오후 서너 시가 지나는 동안 날씨는 소나기 한 번 지나가지 않는다. 오늘의 일기예보는 대체로 맑음이다.
 

<시니어리포터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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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한미숙 (황토)
겸손한 사람의 기도소리는 구름을 꿰뚫는다 (집회서 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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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이송식 7월12일 오후 10:10
가정주부의 빨래는 가장중요한 생활의 하나인데 오래전 싱가포르 출장때 들은 이야기인데 싱사포르사람들은 스콜을 홈뻑맞고 그대로 근무한다네요, 대부분 자연건조에 익숙하데요. 우리로서는 상상도못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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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2일 오후 6:08
빨랫 줄에 널린 하얀 런닝을 보니 보는 저도 마음 상쾌입니다.
신혼 시절 부터 아파트 생활이다보니 이 정경이 너무 좋네요.
이 맛은 우리 주부들이 느끼는 맛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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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8:53
옥상 활용을 잘 하고 있어요. 특히 빨래널때 개운하고 뿌듯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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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7월12일 오후 2:59
맑은 날 하얀 옷을 빨랫줄에 거는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집니다...ㅎ 팔있는 메리야쓰는 덥다고 좀처럼 입지않는 저희 남편인데요 한미숙선생님 남편은 아직 즐겨 입으시는 요즘이시네요...ㅎ 여자의 삶은 좋은 날에 빨래하는 맛이 살림 맛이라는 말도 있던데요...ㅎ 수고 하셨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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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8:51
꼭 팔 있는 메리야쓰 입어요. 어깨띠기는 적응이 안된대요. 한 번 몸에 밴 느낌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본인 정서가 그게 안정감이 드니 반팔로 사다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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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7월12일 오전 11:56
빨래 말리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덜 마른 옷을 축축하게 입으면 기분이 안좋곤 하거든요.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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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8:48
고맙습니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덜 마른 옷 입으면 애먼소리 듣는다고 했어요. 그런 기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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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7월12일 오전 11:19
요즘은 빨래가 잘 안마른답니다. 해가 쨍하기를 저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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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8:46
장마 마무리된 듯 해요. 비소식이 없더라구요~ 너무 더울 땐 소나기 한차례씩 지나가도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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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경 7월12일 오전 11:03
짱짱한 햇빛에 빨래를 말리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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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7월12일 오후 8:45
햇빛냄새가 좋습니다. 이제 장마 끝인 듯, 오늘은 너무 더워서 헉헉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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