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녀의 첫 그림전시회

 
유난히도 할머니를 따르는 손녀에게서 문자가 왔단다. “할머니, 지난번에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상탄 거 일요일까지 전시하는데 할아버지하고 꼭 오셔야 해요.” 명령조의 문자를 받은 내 아내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이번 일요일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무조건 시간 내서 전시장에 가봅시다.” 사실상 동문들과 함께 양천 궁산 둘레 길을 가기로 선약이 되어 있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이 우선순위를 바꿔 소녀 솜씨 자랑에 가기로 했으니 나도 손녀 바보가 다 됐나 보다.
 
마침 전시장은 어린이 대공원이다. 내 아내가 처녀 시절 근무했던 남산어린이회관이 능동 어린이대공원으로 이전했지만 마치 친정집과 같은 장소여서 내 아내가 더 설레는 듯했다. 꽃을 가져가야 하나? 점심을 사줘야 하나? 걱정하던 차에 며느리 전화를 받고 전시 끝나면 식사나 같이하자며 이미 음식점을 예약해놨다는 것이다.
 
집에서 전철로 어린이 대공원 역에 내려 ‘어린이회관’을 향해 갔다. 46년 만에 가는 곳이라 그런지 다른 때보다 더욱 빠른 걸음을 재촉하면서 전시장으로 향했다. ‘제64회 전국학생미술대전 우수작품 전시’라는 안내 현수막과 함께 각계에서 보내온 화환이 가득한 입구를 따라 전시장에 들어가니 이미 전시장에 와있던 손녀가 “할머니!” 하면서 달려온다. “다칠라, 천천히 와도 되는데 왜 뛰어오냐? 그러다 넘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또 노인들의 쓸데없는 걱정이다.
 
지난 연말 럭셔리하게 즐긴 가족 모임에서 눈 담아 왔던 ‘하야트호텔’ 스케이트장과 평소 좋아하던 김연아 선수의 모습을 담아 그린 그림이 전국에서 몰려온 학생들의 그림 속에서 당당하게 금상을 차지해서 이날 전시회를 하게 된 것이다. 어찌 자랑스럽지 않단 말인가? 더욱이 전시장은 늘 그리워하던 내 아내의 처녀 시절 직장이었으니 내 아내 또한 감회가 격했던지 말꼬리를 잊지 못하며 옛날 남산 시절처럼 관리 좀 잘했으면 하면서 푸념 섞인 말로 애써 추억을 잊는 듯했다.
 
내 아내가 손수 만들어준 니트 투피스를 입고 다니면서 늘 친구들한테 “우리 할머니는 유명한 패션디자이너”라면서 “이것도 산 것이 아니라 우리 할머니가 직접 뜨개질로 만들어준 것”이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고 있는 내 손녀는 이날 마치 일류 작가가 된 듯이 “할아버지! 내 그림이 제일 예쁘지?” 하면서 자기 그림 앞으로 안내한다.
 
“그럼 네 그림이 제일이다. 아주 멋지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할아버지가 맛있는 거 사 줄게.”하자 룰루랄라 하는 손녀를 보며 좋아하는 모습이 우리를 즐겁게 했다. 할머니도 수채화를 그리고, 아비도 디자이너로 세계 3대 어워드상 가운데 2개를 따냈는데 손녀까지 권위 있는 곳에서 금상을 차지했으니 아마도 우리 가족에는 그림에 대한 유전인자가 있는 것 같다며 웃는 아내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낀다.
 

<시니어리포터 이송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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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이송식 (송아지)
終身記者, 먹고,놀며,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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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남상순 7월13일 오후 1:07
우와...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참 행복한 모습에
읽는 나까지 행복 바이러스가 전염됩니다.
손녀딸 자랑하시면서 은근히 마누라 자랑까지 곁들이시니
마누라 바보에 손녀바보 2성장군이십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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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3일 오후 3:10
사단장급계급이네요, 승진시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은근히 돈주고해야할 자랑인데 승진까지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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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남 7월13일 오전 9:12
아이구 귀여운 손녀가 그린 그림 구경만 해도 좋으실텐데 '금상'을 수상했으니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셨겠어요. 남산 어린이회관 개관하던날(1970년7월25일) 회관 근처 남산에 앉아서 시험 합격 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렸던 추억이 떠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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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3일 오후 3:08
감사합니다. 아름다운추억은 영원한것, 손주자랑은 돈주고해야하는데 너무자랑한것 같아 송구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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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7월12일 오후 10:07
금상을 받는 다는 것은 보통 축하할 일이 아니지요. 아마도 두고두고 손녀 자랑을 하실듯합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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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3일 오전 8:48
돈드리고 손주자랑해야한다는데 쑥스럽지만 사실 귀엽고 자랑스럽더라구요, 거기에 애교까지 받았으니 제지갑이 않열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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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7월12일 오후 9:31
손녀로 인해 온가족이 행복한 하루가 되였군요.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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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2일 오후 10:01
맞습니다. 작은 행복을 맛봤답니다. 인생사는 재미를...격려와 칭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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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 7월12일 오후 5:27
전국 대회 금상 축하 할 만하지요.
예능은 확실히 재능이 있어야 할것 같아요.
기특한 손녀 많이 자랑할 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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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2일 오후 10:00
손녀자랑은 돈주고해야한다는데 과찬까지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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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7월12일 오후 2:53
기특한 손녀입니다. 그림솜씨로 할아아버지 마음이 흐뭇하시겠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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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2일 오후 10:00
네, 기쁘죠, 이제부터 험난한 그림의 셰계로 들어간다면 지금부터 아찔하죠. 격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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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7월12일 오전 11:53
이선생님의 손녀의 그림 전시회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수상을 축하 드립니다. 더 훌륭한 작가가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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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2일 오후 9:58
작가는요, 운좋게 금상을 받게된걸요, 손녀자랑은 돈주며한다는데 과찬까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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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7월12일 오전 11:17
기쁨이 이루 말로 못하실거같아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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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2일 오전 11:28
김선생님게서도 학창시절 무척이나 힘드신것과 같이 이제 시작인데 걱정이 많아요, 축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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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7월12일 오전 11:04
축!!!금빛 찬란한 榮光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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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2일 오전 11:27
감사합니다. 그래도 전국대회니만큼 뿌듯하더라고요,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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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경 7월12일 오전 10:37
손녀따님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예술가 기질이 있는 훌륭한 가족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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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2일 오전 11:26
예술가라니 과찬이시고요, 아직은 소질에 불과한거죠,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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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7월12일 오전 10:30
손녀 그림 전시회를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전국대회에서 당당히 금상을 수상했으니 장래가 촉망되는 한국의 피카소입니다. 그 감동과 행복 오래오래 간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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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7월12일 오전 11:26
과찬이십니다. 그쪽으로 간다면 앞이 캄캄하죠, 손녀자랑은 돈주고 한다는데 저도 그렇게 되나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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