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고비
세상 사람 누구든지 생명을 부지하는 한, 자신만의 고유의 인생을 가지고 주어진 끈 길이만큼 인생 발자취를 남기며 살아간다. 그 생명의 끈이 내일까지일지 아니면 몇십 년 후가 될지를 절대로 모르면서 신기하게도 아침 눈뜨면 이것저것 먹고 마시며 생각하며 움직이면서 보고 듣고 말하며 내일을 향해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듯하면서도 대단히 복잡다단한 주변 여건들과 모자이크처럼 엮어지면서 살기에 정의하기가 지난한 우리네 삶이 아닌가 싶다. 평생을 연구하고 고찰해오며 이 분야에 대가이신 철학가들이 보면 푼수 같은 소리로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확실한 것은 아직도 끄나풀이 끊기지 않고 연결 지어주어 오늘까지 살아온 것은 진리로 본다.
 
살다 보면 누구나 죽을 고비를 한두 번쯤은 넘긴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들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체험으로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을 듯하다. 인생엔 가정이 없다 한다. 그러나 그때 만약에 이러 이러하게 되었더라면 하는 가정이 사실로 되었더라면 끈은 그때 끊겨버렸을 것이다.
 
1963년 필자의 대학 겨울방학 때 이야기다. 경기도 양평 국수리에 한강 상류에서 내려오는 두 줄기 강이 합류하는 곳에 거대한 모래 삼각주가 형성된 곳이 있었다. 친한 친구와 일박이일의 여행으로 나룻배를 타고 그 삼각주 섬으로 들어갔다. 친구 이모님이 살고 있어 놀러 간 것이다.
 
땅콩을 연간 천 섬 이상을 거둔다고 한다. 땅콩 한 섬이 쌀 한 섬보다 훨씬 비쌀 때이기에 사는 모습이 당시에 재벌처럼 여름 집, 봄 집, 겨울 집으로 분류돼있어 정말 마음껏 누리며 사는 모습에 놀랄 뿐이었다. 마침 이모부님이 서울 땅콩 판매장에 외출 중이라 이모부님이 거주하는 겨울 집에서 밤을 보냈다.
 
호기심이 많은 친구가 커다란 벽장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커다란 엽총을 가지고 내려온다. 군에 가기 전이라 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거 저것 만지작거리다 내 뒤통수를 겨누며 “손들어!” 한다. 갑자기 기분이 섬찟해졌다. “야! 총가지고 장난치지 마. 기분이 별로다.” 
 
“이상하다. 방아쇠가 조금밖에 당겨지지 않는다.” 한참 동안 총을 세웠다 놓았다 하더니 입구 정문을 향해 겨누며 발사한다. “빵” 정문이 박살 나며 친구는 뒤로 자빠져 있고 총은 방바닥에 나뒹굴어져 있었다. 탄피는 내 머리를 치고 이불 바닥에 뒹굴었다. 산탄으로 퍼져나간 총알은 겨울 장지문 이음매 정면을 관통해 나무 프레임이 박살 나 있었다.
 
친구가 내게 ‘손들어’ 하고 방아쇠를 당길 땐 방아쇠 안전장치가 잠겨있었던 것 같았다. 몇 번 만지작거리고 자물쇠를 푼 후 내가 기분이 안 좋다고 하니까 시험 삼아 정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한다. 총알은 없는 줄 알고. 만약에 자물쇠가 안 잠겨 있었다면... 만약에 내가 기분이 안 좋다고 안 했더라면... 가정해본다
 
아무리 죽을 고비라도 살 사람은 산다고 한다. 지난번 여행 시 헬기에 탑승하면서 첫 번째 헬기냐? 두 번째 헬기를 타느냐하고 왔다 갔다 했다.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새것으로 보였기에 죽을 목숨이면 떨어질 헬기 택하고 살 목숨이면 아무 헬기면 어떻겠나 하니 마음이 편했다. 헬기 두 대 모두 무사히 운행되었다.
 
삶의 끄나풀 길이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권자의 손에 달려있다고 믿으니 복잡한 셈법이 간단해지는 듯하다. 죽을 고비를 넘긴 날 밤에 눈도, 눈도 그렇게 많이 올 수 없었다. 꿩이 눈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두 마리나 주워 왔다 한다. 돌아올 땐 밤사이 강이 얼어붙어 걸어서 푹푹 빠지며 도강을 했지만 살아있다는 게 원지 실감 나지 않는 듯했다.
 
 
흰 눈이 유별나게 많이 쏟아지는 밤엔 특별한 소식이 어디서 들려오는 듯하다. ‘빵’ 소리 내며 총부리를 겨눈 친구의 소식이... 폭염으로 절절 끓는 한국을 생각하며 시원한 눈바람 보내 본다.
 

<시니어리포터 정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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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정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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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조원자 8월11일 오전 8:26
눈바람이 부는 눈 풍경이너무 아름답습니다. 저의 남편은 양어머니가 있습니다. 어릴 적 홍수가 나 넘치는 뚝방 구경을 갔다가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뚝방 누런 물에 휩쓸려 가는 것을 이웃아주머니가 뛰어들어 건져 살았답니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를 양 어머니로 모셨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고향에 내려가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죽을 고비도 당했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은 덤으로 살아 오래 산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도 오래오래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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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8월12일 오전 12:28
안녕하세요.항상잋지않코 잧아주시니 감사합니다.한국가서 얼굴도 뵙고 텃밭도 구경하고 싶은데..고향 선배이신 준흠이 할아버님 과 자리도 한번했으면 어떨가해서 상상도 해봤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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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8월9일 오후 5:50
소설과 같은 실화라니 천만다행이네요, 영원히기억하지마시고 잊어버리세요, 추억은 항상 아름다운것만은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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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8월10일 오전 2:43
그랬으면 좋겠는데.마음대로 않됍니다. 그렇타고 몸서리치는 추억은 않입니다. 혹시나 이글보고 그친구 연락이라도 닿았으면하는 엉뚱한 생각에 글을 올려봤읍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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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8월9일 오후 1:52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정말 살고죽음이 늘 곁에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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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8월10일 오전 2:32
맞는말씁입니다. 어덯케보면 매일 매일 기적처럼 살아가고 있는듯합니다. 그러니 감사감사
하면서 살아야 하는듯합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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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8월9일 오전 9:04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말을 그런 때 쓰는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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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8월10일 오전 2:27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생사에 관한 사건이라 잊혀지질 않는것 같읍니다.답글 고맙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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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8월9일 오전 8:34
천만다행이고 하늘이 도운 관계로 오늘의 이 좋은 글을 감상할 수 있엇습니다. 저 역시 천인치 사격장에서 옆 친구가 발사가 안 된다고 일어서서 발사햇는데 총알이 제 머리 위로 지나갔습니다. 휴~~~~우~~~ 그 친구 묘한 친구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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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8월10일 오전 2:23
인명재천 새삼느끼지요.이선생님 은 타고난 부지런 때문에 항상 바쁘신듯합니다. 도전정신도 뛰어나고요. 좋은 일상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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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8월9일 오전 8:07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보다도 고비를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고 행운이 뒤따라야 하거든요. 정 선생님 앞으로도 고비를 잘 넘기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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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8월10일 오전 2:20
홍선생님도 건강하시지요.많이 더운듯한데 곧 가을이오니 물러기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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