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 2' -용서를 구할 용기가 필요해!
 
 
얼마 전, 한평생 노동운동 일선에 서 있던 정치인 한 분이 떠나갔다. 난 그분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저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니 아는 정도인데 돈 4천만 원의 무게에 짓눌려 견디지 못하고 다시 오지 못할 길을 떠나갔다. 그가 죽은 이유를 납득하기 참으로 힘들었다. 정치인의 밥 먹듯 하는 거짓말에 너무 익숙해서일 것이다.
 
그분이 왜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는지 며칠을 곰곰 생각해 봤다. 어쩌면 그는 그의 머릿속에서 그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았을까? 살아서는 지울 수 없으니 죽음으로써 그 기억에서 해방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어마어마한 정치자금을 받고도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난 그런 일 없네.’ 하는데 얼마나 본인이 그 짐이 무거웠으면 다시 못 올 길을 갔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분도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용서를 구하는 일도 잘못한 일이 크지 않다고 느낄 때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법이다. 그 무게가 정말로 크고 무겁다고 느끼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법이다. 그 얘기가 바로 오늘 본 영화 ‘신과 함께 2’의 ‘인과 연’의 주제다. 죄가 너무 무거워 차마 미안하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보러 무더위를 뚫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하정우가 맡은 역은 ‘신과 함께 1 : 죄와 벌’ 편에서 주인공 김자홍을 돕는 정도로 나왔지만 ‘신과 함께 2 : 연과 연’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온다. 강림(하정우 분)은 천 년 전 세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아버지가 양자로 들인 동생에 대한 질투와 시기는 끝내 그 동생을 죽이기까지 했다. 물론 어쩔 수 없었다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수없이 후회도 했었지만 현실은 죽인 것이다. 자책감과 괴로움에 후회를 안고 천 년을 사니 그 삶도 참으로 끔찍하다.
 
본인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자기가 죽인 사람들을 아랫사람으로 두고 1000년을 산다는 것 형벌 중 형벌이다. 잘못한 줄 알면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죄가 워낙 커서, 무거워서, 잘못했다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강림에게 살해당했던 두 사람은 전생의 기억은 다 잊은 채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죄지은 사람의 기억은 남겨 놓고 피해자들은 기억을 없애준 게 염라대왕이 강림에게 가한 형벌인 것이다.
 
솔직히 100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야 한다는 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이 오래 살아야 100년이라는 게 이럴 땐 참 고맙다. 죄책감이라고 해야 길어야 100년 아닌가! 그 열 배를 고통 속에서 산다는 건 정말 못 할 짓이다. 그것도 옆에 내가 사과해야 할 사람을 1000년이나 곁에 두고 같이 살면서 말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겠지만 저세상에서 또다시 죽음이란 없는 거니까 그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니까 ‘사는 게 지옥’이라는 이승의 말 그대로일 텐데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어쩌면 염라대왕은 강림(하정우 분)을 용서하고 싶었나 보다. 강림에게 기억을 잃은 피해자들 옆에서 기억을 안은 채 1000년 동안 살아야 한다고 형벌을 내린 것은 ‘속죄’할 시간을 주고 싶었나 보다. 우리말에 ‘매 맞은 자는 발을 뻗고 자고 때린 자는 두 다리 뻗고 못 잔다는 말이 있다.’ 어려서 부모님께 잘못했을 때, 가슴 두근거림은 매를 맞거나 한바탕 야단을 맞고 나면 그만이다. 혼나고 난 직후, 가슴 두근거림은 그 순간부터 사라지고 만다. 하여 염라대왕은 그런 형벌을 줌으로써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시간을 준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문득 ‘미투 운동’으로 이 영화에서 사라진 배우 최일화와 오달수가 생각났다. 또한 화려한 비상을 하던 정치인 안희정도 잇달아 떠오른다. 이들이 모두 같은 죄를 지은 것은 아니나 각자 죄의 무게만큼 죗값을 치러야 할 입장에 서 있다. 어디 이들뿐이랴 늘 가슴 한편에 돌아가신 부모님께 제대로 효도 한번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나다.
 
물론 나뿐만이 아니고 주위 모든 사람의 가슴 깊은 곳에 사연이야 다르지만 속죄하고픈 사연이 한두 가지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용기가 없어서, 이미 때를 놓쳐서 용서를 구하고 살지는 못하지만 반성은 제대로 하며 살 일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처럼 견디지 못한다고 세상을 등질 일은 아닐 것이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미안했다면 용서받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다만 살면서 늘 내가 가고, 하는 일들이 옳은 길인지 심사숙고를 하면서 살 일이다. 여기서 한마디 더, 별 다섯이다.
 

<시니어리포터 조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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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조규옥
바람 부는 대로 구름 가는 대로 흘러가야하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잘 흘러가려면 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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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김상연 8월22일 오후 7:11
저도 봤는데 이렇게 감상평을 써주시니 다시 새로워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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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8월22일 오후 7:56
보셨군요? 정말 재밌게 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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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익 8월22일 오전 10:37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썩어 있는게 정치판, 군대, 대학연줄 등등이 모두 섞어 있는 집단들 입니다.
그래도 우리 선조들 당당하신분들 많습니다. 독립운동 했던 남자현님 안동에서의 삶이 남편 3.1운동으로
일본군 총에 잃어 버리고 40대 후반 독립운동 하시고 우리 후손들 특히 정치판이 본을 받아야 할 많은 일들을
거뜬히 하시고 일제 치하 감방에서 돌아 가실 때쯤 병보석으로 석방되어 한 일주일 있다 돌아 가시면서 당시
화폐로 280원 큰 아들에게 광복 축하금으로 정부에 내라고 유언을 하시고 돌아 가십니다. 지금 정치판 사람들
귀감과 우리에게 다시 한번 큰 감동을 주신분들이 계시기에 한국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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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8월22일 오후 7:56
요즘 그 썩은데를 도려낸다는 핑계로 더 큰 문제 만드니 그게 문제지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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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8월11일 오후 4:29
2편이 아주 재미있다고 하는데 아직 못봤어요. 글을 읽으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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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8월12일 오전 11:16
정말 재밌답니다. 다녀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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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8월11일 오전 7:54
1편을 보고 2편을 꼭 본다고하는 데 아직입니다.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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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8월11일 오전 11:03
개인적으로는 1편 보다 훨씬 더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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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8월10일 오후 7:35
곧 천만을 바라본다고 하지요. 저도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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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8월10일 오후 8:23
오늘 현재 800만 돌파랍니다 대단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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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8월10일 오후 2:58
카인과 아벨처럼 질투에 눈이 멀어 살인도 불사하는 것처럼 이 영화도 그런 내용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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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8월10일 오후 8:23
거긴 친 형제고 여긴 피가 안 섞인 형제 라는게..... 다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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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8월10일 오전 11:54
저도 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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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8월10일 오후 8:24
그랬군요 저처럼 재미있게 보셨으리라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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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8월10일 오전 9:09
1편과는 다른 전개네요. 살아있는 동안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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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8월10일 오후 8:25
네 다른 전개입니다 다음 편이 나오면 또 주인공이 바뀔 예정이라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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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8월10일 오전 8:52
신과함께,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영화인 것 같네요.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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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8월10일 오후 8:25
정말 잘 만들었어요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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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8월10일 오전 8:33
신과 함께 후편이 나왔군요. 전편은 감상했는데 인기 절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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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8월10일 오후 8:25
그렇습니다. 마나님과 피서 겸 보시면 좋을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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