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국수(國粹)다

 
퇴근길에 전통시장에 들르는 게 남다른 취미(?)다. 대전역 옆의 역전시장과 길 건너 중앙시장이 주 무대다. 그제도 거길 들렀더니 개업한 닭집에 손님들이 몰려들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생닭 일곱 마리에 겨우 1만 원이라니 왜 안 그러했겠는가! 부화뇌동하여 나도 살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내와 둘이서 사는 터인데 허구한 날 닭으로 만든 음식만 먹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운집한 손님들로 인해 근처의 국숫집에서 잔치국수나 한 그릇 먹고 가려던 계획마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국수는 밀이나 메밀과 같은 곡물을 가루 내어 반죽한 것을 가늘게 만든 후 국물에 말거나, 비비거나, 볶아 먹는 음식의 총칭이다. 국수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먹는 요리로 제조나 조리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빵보다 역사가 깊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국수를 가리키는 용어를 병(餠)이라고 한다지만 우리나라는 쌀로 만든 떡을 병(餠)이라고 한다. 또한, 국수를 면(麵)이라고 하는데, 삶은 면을 물로 헹구어 건져 올린다고 하여 국수(掬水)라고 칭하였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이나 생일, 회갑 등의 잔치가 있을 때 상에 국수를 올렸다.
 
이는 국수의 모양이 길게 이어진 것이 경사스러운 일의 의미가 길게 이어지기를 염원하는 뜻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수는 종류도 다양한데 가락국수와 메밀국수, 칼국수와 잔치국수에 이어 비빔국수와 냉면 등이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것으로는 쌀국수와 파스타, 스파게티와 우동 등이 돋보인다. 개인적으론 칼국수와 비빔국수를 즐기는 터다. 국수는 지역별로도 천차만별의 종류를 자랑한다.
 
충청도에는 구기자칼국수와 꿩칼국수, 들깨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 등이 유명하다. 경기도엔 버섯장국수제비와 양주메밀국수, 잣국수와 제물칼국수 등이 입소문을 탔다. 강원도는 감자국수와 감자옹심이칼국수, 강릉동치미막국수와 도토리올챙이국수 등이 지역의 별미로 알려져 있다. 
 
전라도는 다슬기칼국수와 물짜장, 올챙이국수와 완두콩칼국수 등이 유명하다. 경상도에선 꽁치진국수와 녹두죽밀국수, 된장국수와 밀면 등이 관광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는다. 제주도는 꿩메밀국수와 닭메밀칼국수, 제주고기국수와 표고버섯국수 등이 유명하다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맛은 알 수가 없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중앙시장을 빠져나와 역전시장의 큰 마트에서 국수를 샀다. 3kg이나 되는 무게였으되 가격이 참 착했다. 그걸 사서 집에 오니 아내의 입이 뺑덕어멈처럼 바뀌었다. “뭔 국수를 이렇게나 큰 걸 사 온 겨? 만날 국수만 먹을껴?” 음식은 때로 추억을 부르는 기저(基底)와 단초로 작용한다. 과거의 가난이 지독하게 싫었기에, 그래서 국수를 물리도록 먹었다는 아내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지금도 국수를 극도로 피한다.
 
반면 소년가장 시절부터 국수를 상습적으로 먹었던 나는 여전히 국수 마니아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도 있듯 이러한 식습관, 즉 국수를 좋아하는 습성은 딸도 나를 닮았다. 이따금 집에 오는 딸은 지금도 칼국수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는다.
 
국수는 엄지와 집게손가락(다섯 손가락 가운데 둘째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올 만큼만 삶아도 혼자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내게 있어 국수는 한 나라나 민족이 지닌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인 장점을 의미하는 나름의 국수(國粹)다.
  

<시니어리포터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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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홍경석 (일필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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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홍경석 9월15일 오전 10:04
이동원 님 고맙습니다. 저도 안동에 가면 반드시 안동손국시 먹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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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9월15일 오전 10:03
이회남 님 말씀처럼 팥 칼국수 역시 별미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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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9월15일 오전 10:02
김은아 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국수 먹으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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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9월15일 오전 10:02
이동호 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곳 대전은 칼국수 '천국'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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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9월15일 오전 10:01
이호연 님 고맙습니다. 문득 다슬기칼국수가 그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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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9월15일 오전 10:00
이송식 님 감사합니다. 국수처럼 건강하시고 장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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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9월14일 오후 6:50
국시는 안동손국시가 좋지요..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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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남 9월14일 오후 4:31
전라도는 팥 칼국수가 유명합니다. 각자 집에서 재배한 밀을 방앗간에서 가루로 만들어 비가오는 여름 점심때 팥을 삶고 밀가루로 반죽해 밀대로 얇게 밀어 편다음 돌돌 말아 썰면 긴 칼국수가 됩니다. 삶은 팥을 소쿠리에 걸러 다시 끓인 물에 밀어 놓은 칼국수를 넣고 끓인 다음 소금과 설탕을 넣어 먹으면 별미지요. 대전역 밤 12시 완행 열차에서 내려 먹었던 가락 국수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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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9월14일 오후 2:06
장수에 의미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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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9월14일 오후 1:19
대전이 칼국수가 유명한 곳인데, 맛있는 집으로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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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9월14일 오전 9:57
다슬기칼국수 진국입니다. 국수마니아 이신 추억이 가슴 찡 합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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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9월14일 오전 8:40
전국맛집과 국수사전 잘보고갑니다.ㄴ가 좋아하는 국수하나에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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