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새참 드시고 하세요
지난 주말 토요일에 세 살 남자아이를 돌봄 하러 갔다. 평소 토요일에 가는 가정이 남편이 출근을 안 하기로 했다고 이번 주에는 돌봄이 필요 없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이 가정에서 갑자기 출근하게 되었다고 시간이 되느냐고 하여 센터에 연계 신청을 하고 가게 되었다. 이 아이는 개월 수에 비해 말을 잘하고 먹는 것도 잘 먹는 편이다.
 
아이 외할머니가 아침밥을 준비해 주시면서 “선생님 낮에 사리 곰탕 라면 끓여 드셔 보세요, 우리 태윤이가 이것 해주면 잘 먹어요.”라며 꺼내놓고 출근하셨다. 요즘 대체로 가정에 가보면 라면을 종류대로 참 많이 준비해두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이 라면을 좋아하는 것 같다. 
 
더러는 아이들이 나도 매워서 잘 못 먹는 아주 매운 볶음라면도 아예 물을 옆에 갖다 두고 먹으면서 좋아한다. 그러니 라면 소비가 많을 수밖에. 우리 집엔 라면은 한 종류만 있다. 그것도 가끔이니, 어쩌다 남편도 아이도 내가 없을 때 라면을 끓여 먹고는 냄새 없애기 작전이 벌어지고 문을 다 열어서 라면 먹은 흔적을 없애려고 애쓴다.
 
아이와 놀다가 곰탕라면을 끓여 아이 그릇에 라면을 건져 담아 물을 조금 부어 주니 정말 좋아했다. 내가 먹여줄 것도 없이 혼자서 그걸 먹는 모습이 참 대견스러웠다. 그리곤 ‘안 매워’  하는데 얘가 맵고 안 맵고 표현도 하네 싶어 피식 웃으니 저도 따라서 씩 웃었다. 내가 먹는 모습대로 한 손엔 포크, 한 손엔 숟가락으로 건져서 먹는 것이다. 그야말로 어른이 먹는 모습 그대로 흉내도 낸다. 라면을 쪽쪽 빨아 먹고 ‘맛있어?’ 하면 맛나다고 하는 모습이 어찌나 기특한지.
 
적당량을 먹고는 더는 안 먹는다고 하며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간다고 하여 내가 치울게 하니 그 자리에 덜렁 누워 잘 먹었다고 한다. 어쩜 어른들 흉내를 그대로 내는지 요즘 아이들이 똑똑한 것 같고 많이 영리하다. 이 집 외할머니가 학교 선생님인데 계속 말을 많이 해주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식으로 해주니 좀 빠른 것 같다고 하시며 외할머니도 “말 참 잘 하지요?”라고 하신다.
 
난 몇 번이고 말했듯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부모님 일하시는 논과 밭으로 점심도 새참도 많이 해서 다녔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그런 것을 다 했을까 싶다. 모내기할 때도 타작할 때도 큰 가마솥에 밥을 해서 반찬까지 다 챙기고 준비하여 큰 대야를 머리에 이고 다녔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쩌면 시골에서 맏이로 자란 탓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우리 집에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 대접하는 것을 자주 한다.
 
내가 새참을 주로 한 것은 라면 끓여 드리기, 감자 삶아 드리기, 수제비 끓여 드리기 등이었다. 라면을 백철 솥이라고 하는 큰 백철 솥에 두세 개를 끓여 파와 달걀도 넣고 끓였다. 라면이 불어날까 봐서 부모님이 일하시는 논, 밭으로 급히 가지고 가야 했다. 때론 바로 드시기도 하지만 때론 하던 것을 마저 하고 드시느라 불은 라면을 드시면서도 "우리 영아가 해준 것이라 더 맛있네" 하시며 칭찬을 하셨다. 그래도 그때도 내가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시골에서 크며 일도 많이 하고 밥도 정말 많이 했다. 그 덕분에 직장생활 하면서 결혼하여 살면서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나의 일상이 되었다. 난 나의 이런 경험과 추억이 정말 감사하다. 그때 해본 것들로 나의 글의 소재도 주제도 되고 누구에게든 들려줄 얘기들이 많다. 그때 라면과 요즘 라면은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그때가 더 추억에 쌓이리라.
 
라면을 끓일 땐 국수도 넣어 양을 늘리기도 했다. 지금처럼 흔한 라면이 아니었음을 누구든지 다 알 것이리라. 왠지 글을 쓰고 있으니 라면이 먹고 싶다. 40여 년 전 내가 새참으로 끓여 들고 다니던 그 라면 맛도 찾고 싶다. 그때 그 라면 맛 찾아 날이 새면 끓여 볼까 싶다. 그런데 같이 먹어줄 아버지, 엄마가 함께 라면 더 좋을 것 같다. 큰 대접에 라면을 담아 나의 40년 전 그때로 돌아 가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꿈 많은 나의 모습이 다시 비칠 것 같다. 상상만 해도 즐겁고 라면 향도 솔솔 오는 듯하다.
 

<시니어리포터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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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9월24일 오후 3:50
일을하며 보람있게 보내시네요 보람과 소득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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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9월14일 오후 9:29
참 든든한 첫딸이었네요. 어려서 먹었던 새참이 떠오르네요. 국수가 불어서 전 먹기 싫어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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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9월16일 오전 6:22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런걸 다쌨나 싶습니다
용감했나 싶기도 하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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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9월14일 오후 2:04
라면 빼놓을수 없는 영혼의 친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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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9월16일 오전 6:21
그렇지요
요즘은 라면도 어찌나 다양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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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9월14일 오후 1:14
라면이 처음 나왔을 때는 특별한 한끼 식사로 대접을 받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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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9월16일 오전 6:21
우리나라 라면 소비량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되고있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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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9월14일 오전 8:37
다양하고 바쁘고 시간쪼개서 보람되게 살고게시네요, 멋진인생 앞으로도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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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9월16일 오전 6:20
감사합니다
멋진 삶을 만들어 가기위해 날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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