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을 권리도 인권이다

 
최저시급이 오르면서 사람을 해고하는 직장이 급증했다. 최저시급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비단 편의점뿐만 아니다. 소규모 식당에도 종업원이 많이 줄었다. 심지어 사람을 대신하여 로봇이 등장하는 점포도 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듣는 즈음이다. ‘사람이 먼저다’가 아니라 ‘기계가 먼저’인 세상이 더욱 거칠게 다가오고 있다. 
 
근무하는 회사에서 몇 달간 무인 주차시스템 주차장 공사를 시작했다. 그 바람에 경비원 감원 운운이란 괴소문이 난무했다. 이와는 별도로 무인 주차시스템 공사를 하던 기간에는 공사장 곁에서 의전을 해야 했다. 물론 회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회사 건물로 들어서는 직원과 고객들에게 군대식 거수경례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당연한 상식이겠지만 의전을 하자면 군기가 팍 든 군인처럼 꼿꼿이 서서 근무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일을 마치고 나면 전신이 다 쑤셔오곤 했다. 다리도 후들거리고 때론 머리까지 아프면서 혈압까지 치솟기 일쑤였다.
 
어제(10월 1일) SBS 뉴스에서는 백화점 등지에서 직원들이 온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동병상련의 처지였기에 관심 있게 시청했다. 어제 백화점 포함 몇몇 대형 매장에서는 여직원(종업원 포함)들의 ‘의자에 앉기 투쟁’이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주지하듯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판매전문점에서는 손님이 있으나 없으나 매장의 여성 직원들은 항상 구두를 신고 선 채로 일을 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발이 까지고 물집이 생기는 건 기본이다. 심지어는 임신에 어려움을 겪거나, 임신이 돼도 유산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실증적 경험을 ‘팩트’로 보완 설명하겠다.
 
아내는 백화점에서 상당 기간 아르바이트 주부사원으로 일했다. 덕분에 박봉의 나를 도왔으며 두 아이 모두 대학까지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그것도 맨날 서서 근무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골병이 들고 말았다. 결국 아내는 고장 난 허리에 이어 어깨 수술까지 받느라 고생도 엄청 많이 했다. 
 
가수 조항조가 부른 <남자라는 이유로>라는 곡에는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래서 말인데 그렇게 ‘반 장애인’이 된 아내에게 사용자 측은 산재처리는커녕 ‘아르바이트라는 이유로’ 그 어떤 보상이나 배상 역시 전무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전국의 판매 관련 사업장에서는 앉지 못하고 종일 서서 일하는 구조와 시스템이 견고하다.
 
판매직 노동자가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보장한 정부의 시행규칙은 이미 10년 전에 나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는 고작 ‘권고 사항’에 불과하고, 또한 그 어떤 처벌 규정도 없기에 업체가 노동자를 줄곧 서서 일하게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게 함정이다. 노동자의 앉을 권리를 빼앗은 사업주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발의됐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법안소위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다. 
 
권고와 강제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노동자도 앉아서 일하게끔 국회와 정부가 서둘러 나서야 하는 이유다. 처벌이 없는 법 규정은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 앉을 권리도 인권이다. 사업장의 관계자와 오너는 우습게볼지 몰라도 매장의 여성 직원들도 집에 돌아가면 한 가정의 소중한 주부이자 어머니이며 또한 귀한 딸이다.
 

<시니어리포터 홍경석>

추천하기6
  • 페이스북 공유 트윗터 공유 Google Plus 공유
시니어리포터 홍경석 (일필휴지)
소생의 글을 아껴주시는 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만 가득하세요~
Copyright ⓒ 시니어파트너즈 & Yourstage.com 저작권은 시니어파트너즈에게 있습니다.
나도 한마디
홍경석 10월12일 오전 11:17
이호연 님 감사드립니다.
답글쓰기
홍경석 10월12일 오전 11:17
김이라 님 고맙습니다.
답글쓰기
홍경석 10월12일 오전 11:17
이송식 님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10월11일 오후 8:23
늘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시는 필자님의 의지와 삶의 적극성에 감동을 받습니다. 부디 건강 유의하시고 꿋꿋하게 전진하시기 바랍니다
답글쓰기
김이라 10월11일 오후 6:13
매장에서 일하시는분들 앉는것을 본적이 없어요 또 앉을 자리도 없고 .............
답글쓰기
이송식 10월11일 오후 4:29
지당하신 말씀이죠, 누구나 모두가 권리를 갖고있지만 그놈의 갑질땜에 산고생하시는분이 많았죠, 어느날TV에서 지하철 청소아줌마들이 그룹을 조성 대항전을 보고 박수를 친적이 잇지만 이젠 소로소로를 이해하며 협조해야하는 사회구조가 절실하죠.
답글쓰기
안영희 10월12일 오후 3:56
송식님, 어느 복지관에서 일하시는지 갈쳐주세요
답글쓰기
홍경석 10월11일 오후 2:08
홍지영 님 감사합니다. 제가 못 나서 아내가 골병 들었습니다...
답글쓰기
홍지영 10월11일 오전 10:46
매장에 여성 직원들은 참 고생이네요. 하루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잘 컨트얼해서 부작용이없이 휴식을 취하면서 근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답글쓰기
최고
사랑
기쁨
슬픔
응원
놀람
감사
선택안함